결혼의 기초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쉽고 단순하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결혼 전, 아내와 사귀면서 아내가 이 질문을 했을 때, 너무도 쉽게 ‘사랑’ 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만족스러운 답이라고 생각했고 정답일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무엇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의 기초가 선택과 헌신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아내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생활을 하고 가정상담을 공부하면서, 저의 아내가 결혼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결혼을 위해서는 무엇인가 감정적인 끌림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특별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강한 생리학적인 자극이 생깁니다. 마음이 두근거리고,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쁨과 함께 식욕도 떨어지고 않고 잠도 오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랑의 신체적 징후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진정한 사랑의 확실한 징후라고 믿습니다.

이처럼 결혼은 소위 콩깍지가 씌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콩깍지가 씌어 있으면 상대가 과대평가되어 정말 멋진 사람, 나의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콩깍지는 상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멀게 합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자신이 그려놓은 멋진 사람으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콩깍지가 영원히 지속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문제는 이러한 콩깍지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콩깍지가 벗겨지고 제정신이 들면, 너무도 많은 부부들이 ‘나는 배우자를 잘못 만났다’고 한탄하며 이혼하기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갈등을 안고 돈과 시간을 들이며 상담실을 찾게 됩니다. “결혼하더니 사람이 변했어, 내가 그때 미쳤지. 어떻게 저런 사람을 내가 선택했을까?”, “내가 너무 잘못 보았어. 내 눈이 멀었지.” 하며 한탄도 합니다.

현대 생리심리학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뇌에는 화학물질이 넘치게 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노르에피네프린(부신수질호르몬), 도파민, 특별히 페닐레틸라민(PEA, Phenylethylamin)입니다. 이 호르몬들은 모두 암페타민(Amphetamine,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 계통이기 때문에 사랑에 빠졌을 때 마치 마약에 취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집니다. 그 결과 피부는 붉어지고, 손바닥엔 땀이 나고, 숨쉬기가 힘들어집니다. 사랑에 빠졌다는 진짜 도취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려고 하는 커플들 중에 많은 경우 설레는 느낌이 사라질까 걱정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질 것이고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필연적입니다. 만약에 이러한 자연적인 ‘암페타민’이 끊임없이 흐르면 신체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우리의 신체는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를 무한정 견뎌내지 못합니다. 이러한 느낌은 사라져야 하는데, 바로 신체에 휴식을 주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화학 작용이 감소하는 것은 극히 정상입니다. 일반적으로 결혼 후 3개월에서 6개월이면 화학 작용이 해소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편 화학 작용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신비로운 큰 축복입니다. 결혼이라는 인생 최대의 그 위험한 결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은 ‘사랑에 빠져 있다는 감정’보다, 배우자를 ‘사랑하겠다는 의식적인 결심’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사랑은 느낌보다는 선택이며, 헌신의 약속입니다.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러한 선택과 헌신과 노력을 통해 새로운 감정이 새롭게 솟아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엔도르핀’이라고 하는 ‘행복’ 화학물질이 안전하고도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결혼 전에 있었던 강력한 느낌이 없다고 사랑이 없어졌다고 여기며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극히 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의지적 노력으로 연인 때보다 더 깊고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해 놓으셨습니다.

 

기독교상담학 박사 김훈 목사
<약력>
-호주가정상담대학 한국어 통신과정 디렉터
-호주가정사역센터 대표
-전 캔버라 열방대학 성경연구학교장
-기독교 상담학 박사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총신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