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유대주의자도, 반유대주의자도 아니다. 나는 다만 그리스도인일 뿐이다. 바울의 교훈처럼 혈통적으로 유대인이든 아니든, 태생이 아프리카 원주민이든 백인이든, 모든 사람들은 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른다는 진리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롬 3:22).

바울은 로마서 3장 1절에서 유대인의 나음에 대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것”을 첫째로 꼽았다. 그러나 현재 유대인들의 생활을 보면 대부분은 성경에 기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성경의 잘못된 해석에 기초한 전통에 근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 실상을 알고 있는 나는 기회가 되면 유대인들의 허상을 지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은혜에 이른 그리스도인들이 당연히 유대인들에 비하여 더욱 경건에 이르러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잘못된 질문을 하고 내가 대답한다. 전통이 복음보다 앞서는가? 아니다. 그러면 율법을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보다 나은가? 역시 아니다. 그러면 왜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소중하게 지키는 것만큼 주일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가?

유대인들에게 안식일은 단순한 ‘날’의 개념을 훨씬 뛰어넘는다. 안식일은 유대인의 정신이고, 유대 민족의 주체이며 유대 민족을 역사에서 구원해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면 역사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주일을 구원의 개념에서 지켰던 적이 있었던가? 있었다면, 바로 그때에는 개인마다 경건함에 이르렀고, 가정이 회복되었고, 사회가 부패로부터 정화되었으며, 국가를 향하여는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 베푸심이 충만하였던 때였을 것이다.

유대인의 정결 음식에 대해 말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잊혀져 가는 기독교의 문화가 아쉬워, 기독교 문화가 교회마다 다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론에서 몇 자를 적은 것이다.

▲‘코셔르’라 적힌 코카콜라 병 뚜껑. 두루Tentmaker(두루투어/두루에듀/두루문화원)고문 이주섭 목사 제공

이스라엘을 여행하거나 미국 크로거(Kroger)와 같은 수퍼마켓에 가면, 유대인 음식 코너에서 식품 포장지에 히브리어로 코셔르(Kosher)라고 쓰여 있는 작은 글씨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레위기와 신명기의 음식 규례를 따라 만든 식품임을 알리는 것이다. 정결 음식법은 히브리어로 크쉐롯(Ksherot)이라 하고, 그 규정에 맞게(fit) 만들어진 정결한 음식을 코셔르(Kosher)라 한다. ‘코셔르’의 뜻은 적합한, 적당한, 일치된 등이다. 정결 음식의 성경적 근거는 신명기 14장과 레위기 22장이다. 정결한 음식은 들짐승의 경우 굽이 갈라지고 되새김하는 것, 물고기의 경우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생선, 날짐승의 경우 먹지 못하는 새 이름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되거 있으며, 날기도 하고 기어 다니는 것은 먹을 수 없다.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유대인들은 돼지(히브리어로 ‘헤지르’)라는 단어를 발음조차 꺼려, ‘흰고기’라고 완곡하게 말하기도 한다. 코셔르의 특징은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기를 먹은 후 최소한 6시간 이상 지나야 유제품을 먹을 수 있다. 신명기 14장 21절 “너는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에 삶지 말지니라”는 말씀에 근거한다. 비슷한 말씀이 레위기 22장 28절에 기록되었는데, “암소나 암양은 물론하고 어미와 새끼를 동일에 잡지 말지니라”는 것이다.

비록 짐승일지라도 같은 날에 어미와 새끼를 동시에 죽이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유대인들은 신명기의 말씀을 확대 해석하여 염소 새끼를 고기류 전체, 어미 젖은 유제품 전체, 삶지 말라는 것은 먹지 말라는 것으로 그들의 실생활에 적용한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의 아침 식사는 우유가 들어간 유제품 위주의 음식이되 고기 종류는 없다. 반면 저녁 식사는 오래 전부터 고기 위주의 메뉴로 정해졌으되, 유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유대인 식당에서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커피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우유, 크림과 식사 때에 제공된 고기류가 코셔르의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유대인 가정에 초대를 받아 식사를 하거나 코셔르 음식점에 들렀을 경우 주의 깊게 살펴보라. 그러면, 닭고기와 계란, 또는 소고기와 유제품이 함께 메뉴로 제공되는 일은 결코 없다. 이스라엘에서는 소고기, 햄, 닭고기를 피자 치즈 위에 얹어 제공되는 것은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전통에 열심인 유대인들의 경우 식사 내용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그릇도 달라진다. 심지어 엄격한 유대 종교인들은 세면대, 찬장, 행주까지도 구별하여 사용한다.

“바리새인들과 모든 유대인들이 장로들의 유전을 지키어 손을 부지런히 씻지 않으면 먹지 아니하며 또 시장에서 돌아 와서는 물을 뿌리지 않으면 먹지 아니하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지키어 오는 것이 있으니 잔과 주발과 놋그릇을 씻음이러라”(막 7:3-4)

▲이주섭 목사

이주섭 목사

현)두루Tentmaker(www.eduru.co.kr/두루투어/두루에듀/두루문화원) 고문
현)조지아 크리스챤 대학교 (Georgia Christain University) 역사 지리학과 교수
현)성서지리연구원 (Institute of the Biblical Geography) 원장
전)예루살렘 대학 역사학과에서 고대 성읍, 히브리 대학 고고학과에서 고대 도로를 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