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님들만큼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부부가 떨어져 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기러기 아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호주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희생입니다. 자신이 버는 연봉 전체를 유학 간 자녀와 아내를 위해 보내고, 본인은 살던 집을 팔거나 세를 주고 월세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머물며 끼니도 대충 때우며 생활합니다. 그래서 신체적으로 약해지고 외로움과 고독함을 느끼지만, 자녀를 위해 그 고통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막상 유학을 온 아이와 엄마도 그렇게 넉넉한 생활을 하지는 못합니다. 워낙 비싼 학비와 렌트비, 그리고 생활비로 인해 겨우 생활을 해가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자식을 위해 어려움을 감수하며 교육시키는 부모님의 열정은 긍정적인 측면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를 쓰고 투자를 하는 만큼 자녀들에게 집착하게 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보통 호주인들은 성인이 되면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대학을 보내놓고도 부모님들이 자녀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나아가 결혼 후에도 부모님들은 여전히 뭔가 도움을 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합니다. 부모님들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여기지만, 지나친 애정과 지원으로 종종 자녀들은 독립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6명의 자녀가 있는데 둘째인 아들을 제외하고 5명이 딸입니다. 그런데 벌써 다섯째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가 생겼습니다. 같은 또래의 남자 아이로,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옆집 아이입니다. 집이 가까워서 자주 놀러 다니더니 많이 친해졌나 봅니다. 저의 아내 말로는 “엄마! 샌드위치 하나만 만들어 줄래?” 아니면 “롤리팝 하나 가져가도 돼?”라고 하고는 옆집 남자 아이에게 갖다 주곤 한답니다. 마치 제 짝을 만나면 엄마 아빠를 쉽게 떠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언젠가 그 아이가 장성하면 떠나겠지요. 그것이 정상이고 진리입니다. 성경에서도 “부모를 떠나 둘이 하나가 되라”고 말씀합니다.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결혼 이후까지 재정적인 지원을 하거나 많은 유산을 남겨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행복한 부모의 모습입니다. 자녀들은 부모를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일찍부터 스스로 서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한 사람은 누구를 만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 양식에 변화를 주어야 할 때입니다. 과보호 사랑이 아니라 자녀들을 훈련 가운데 둘 수 있는 강인한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부모님의 희생을 통한 사랑은 아름답지만, 그것이 자녀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거나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면, 거기에는 실망이 따를 수 있고 자녀에게는 지나친 부담감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나친 희생을 바탕으로 주어진 사랑에는 반드시 집착과 보상심리가 작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자신의 처지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자녀를 사랑하고 자신들의 삶을 감사하며 누리는 여유있는 모습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인생에 대한 더욱더 긍정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다시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을 만큼만, 자녀가 보상해 주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을 만큼만 사랑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기대가 적으면 실망도 적고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기다려줄 수 있습니다.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 우리도 자유롭고, 우리의 자녀들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상담학 박사 김훈 목사

<약력>
-호주가정상담대학 한국어 통신과정 디렉터
-호주가정사역센터 대표
-전 캔버라 열방대학 성경연구학교장
-기독교 상담학 박사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총신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