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기시협 공동대표, 숭실대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머리말

한목협(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 2013년 4월 19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에서 ‘한국 기독교인의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는 주제로 ‘2012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교회의 위상 및 평가> 조사 결과, 기독교 비판의 내용은 기독교가 구제/봉사 등 대사회적 역할은 어느 정도 잘 하고 있으나, 지도자의 자질은 가장 떨어지고 개인적인 영적 문제에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교세 확장에만 관심이 있고, 지나치게 헌금을 강요하며, 규율을 너무 엄격하게 강조한다는 것이다. 교세 확장에 치중하고 헌금을 강요한다는 데는 기독교인들도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종교인은 천주교, 불교, 기독교 순으로 신뢰하고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에 대한 기독교인의 평가는 다소 높은 편이다. 목회자 만족도에 미치는 중요한 요소는 주로 목회자의 도덕성이다. 비기독교인의 교인 신뢰도는 19.8%, 목회자 신뢰도는 23.6%, 교회 신뢰도는 28.5%에 불과하다(한목협, “‘2012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의식조사 결과’ 발표”, 크리스천 투데이, 신태진 기자 tjshin@chtoday.co.kr 입력 : 2013.04.19. 21:45.).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이유로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사회를 향한 봉사의 사명을 잊고 교회 자체만을 키우고 세력 불리고 편가르는 데만 열심을 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딱 세 마디. 모여라, 돈 내라, 집 짓자”라는 타이틀의 글은 어느 안티기독교 사이트에 실린 문구다.(크리스천투데이, “세습 합리화, 비탈길에서 안간힘 쓰는 한국교회에 치명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입력 : 2012.09.13. 11:15). 이것이 오늘날 일반 비신자들 눈에 각인된, 한국교회에 대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소외된 이웃과 사회를 섬기는 신앙의 본질을 상실하고, 기득권과 권력 추구와 편가르기에 안주하는 제도종교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모습이 2011년 한국 보수교회 연합단체인 한기총의 내분으로 생긴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 현상이다. 연합단체가 내분하여 각기 다른 단체로 점차 고착되는 것은, 연합체의 본래 기능을 망각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지극히 작은 기독교시민단체인 기시협(한국기독교시민단체협의회)이 지난주(2013년 5월 17일) 연동교회 다사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기총-한교연이 하나 되기를 촉구하고 이를 위하여 서명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하였다.

1. 교회연합기관(한기총 등) 임원 선임 비리 의혹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은 1989년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창립되어 20여년 동안 한국 보수교회를 대변해서 한국사회를 향하여 섬김의 사업들을 해왔다. 한기총은 ‘목사복’을 제정하여 보급하였고, 사회봉사의 모본을 제시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제창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기독교교도소 설립을 운영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재단법인 아가페’를 태동시켰다. 남북의 평화통일과 북한선교 사역을 담당하여 ‘통일선교대학’을 설립·운영하여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탈북자 보호와 난민지위 획득을 위해 UN청원 활동을 벌였고 국내 정착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단 사이비 문제와 단군상 문제 등 진리 수호에 앞장서왔고, ‘21세기크리스찬연구원’ ‘한국교회청소년지도자대학’ ‘문화예술체육선교대상’ 등을 통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 선교와 경건한 기독교 문화 창달과 정착에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처럼 각종 연합운동을 잘 하여 좋은 평판 속에 명실공히 보수교회 연합체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기총은 금권선거부터 시작해 정관개정 문제를 거쳐 이단 문제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슈가 바뀌면서 내부 갈등과 싸움이 전개돼 왔다. 지도력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지도자들 가운데 초창기처럼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하고 염려하는 의지가 결여되었다. 지도자들이 교권 욕망과 개인 차원의 입지만 고수해, 내부 갈등 해결이 어려워졌다(크리스천투데이, “한기총과 감리교 사태… 갈등 중재기구 없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입력 : 2011.04.08. 12:40, 한복협 ‘한국교회 갈등과 분쟁’ 주제로 월례회).

이광선 대표회장이 시작한, 돈 선거에 대한 양심고백은 순수한 정화운동이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금권선거 논쟁은 전직회장과 현회장의 권력싸움으로 번졌다. 금권선거는 자신의 명예욕과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돈을 주고 교계 권력의 자리를 사는 것이므로 현대판 성직매매다. 돈을 주고 교계의 한 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돈을 받고 목회자의 양심을 쓰레기처럼 던져버리는 사람들은, 하나님과 한국교회 성도들이 부여한 신뢰를 반역하는 것이며, 일반 비신자들로부터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개독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기총 회장은 큰 이권도 없고 실권이 대단하지도 않고 다만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명예를 얻을 뿐인데, 그 자리에 당선되기 위해 10-20억을 썼다고 폭로하는 사람이 나타났다(정성진 “‘10-20억 쓰고도 침묵?’ 당장 사표 내야”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입력 : 2011.04.02. 08:04.). 이것은 비리를 저지른 본인과 소속단체에 크나큰 모욕인데, 정작 본인은 묵묵부답이며 단체가 비리를 밝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미 세상 선거는 돈을 준 것이 발각되면 당선이 취소되고 구속되며, 받은 것이 밝혀지면 50배 배상을 하는 등 강력한 부정방지대책이 시행되는데, 세상을 선도해야 할 교회가 세상보다 못한 도덕성을 갖고 있다. 자정능력이 없으며 해체되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기총을 비롯하여 각종 교회연합체 총회장이 되기 위해, 교파를 가르고 교단을 만드는 교권 숭배인들도 많다. 총회장 자리는 하나인데 맡고 싶은 사람이 둘이면 교파가 둘로, 셋이면 셋으로 갈라진다. 총회장 되려고 교회 재정을 썼다가, 총회장도 되지 못하고 시무하는 교회에서 불미스럽게 쫓겨난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러한 갈등들이 나타나는 원인은 한국 교계에 다방면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을 중재할 권위집단이나 중재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한기총의 문제와 감리교 사태에 대해 한국교회 지도자 어느 누구도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교단에서도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교회가 위임하여 준 한기총조차도 내홍에 휩싸여 그나마도 조정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 교회 연합체의 분열: 한기총에서 분리되어 설립된 한교연(한국교회연합)

한기총 내부의 싸움이 지속되면서 한 쪽의 행동에 다른 한 쪽이 문제 삼고 늘어지면서 하나될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에 결국 나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2012년 3월 29일 한교연이라는 새로운 연합체가 창립되었다(크리스천투데이, “한교연, 창립총회 열고 대표회장에 김요셉 목사 선출”,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입력 : 2012.03.29. 18:26). 한기총의 부조리를 바로 잡으려고 출발한 인사들이 한교연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 보수 기독교 연합체의 현주소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갈라선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한교연은 창립총회에서 밝혔듯이 ‘한기총 정상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였다. 한교연 소속자들은 처음에는 한기총 정상화를 외쳤고 새로운 연합단체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3의 단체를 만들었다. 한교연 창립자들이 한기총 자정(自淨)을 위하여 철저히 십자가를 지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그만한 불편함과 어려움은 견디어내어야 하지 않았던가라는 조급성에 대한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기총 정상화’라는 목적은 없어져 버렸다. 지난 1년 동안 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과 한교연(대표회장 김요셉 목사)은 서로 경쟁적으로 세력을 과시하는 행동을 해왔다. 서로를 비판하는 성명서 전쟁으로 시작된 양 단체의 대립 양상은 부활절연합예배의 분열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고, 회원교단이 서로 자기 단체에 참여한다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등 편가르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정치권의 인정을 받으려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한기총은 6.25국민대회, 바른 정치 실현을 위한 국민대회, 제18대 대통령선거 중 신천지 연루설에 대한 기자회견, 제23회 대한민국 기독교의 밤 등 주로 대외적인 행사 개최에 열을 올리며 세를 과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반해서 한교연은 MOU(협력관계)를 체결하기 위해 창립됐나 싶을 정도로 포시즌치과병원부터 시작해 미주한인기독교총연합회, 중남부아프리카선교사회, 홍콩한인기독교교회협의회, 몽골복음주의협의회, 언틸더데이 희원극단까지 각종 단체와 MOU 체결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 단체와 실질적인 행사를 진행한 적은 없어 보인다.

양 단체는 세력을 불려나가며 서로를 이단 문제로 공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교연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에 해당하는 바른신앙수호위원회가 홍재철 목사를 이단연루자로 규정하자, 한기총 질서위가 한교연을 사이비 이단 단체로 규정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결국 양 단체가 서로에 대한 정치적 이단규정은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중단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사건은 한국 기독교계가 이단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교회연합신문, 기획 / “한기총과 한교연 분열 1년, 무엇을 남겼나?” 2013-01-24 16:19 l 송상원 기자 iha@hanmail.net).

두 단체의 대표들이 감투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한기총과 한교연은 하나되기 힘들 것이다. 한기총의 금권선거 문제, 정관개정 문제, 이단 문제를 제기하며 한교연이 태동됐지만, 사회법에서 금권선거는 무혐의로 결론 났다. 한기총에 대해 이단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한교연에는 한국 기독교 교단 중 가장 많은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인사가 아무런 제지 없이 참여하고 있다(교회연합신문, 기획 / 상동). 그러나 두 단체는 다시 연합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보수연합체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형제 연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봉사하기 위하여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연합체의 존재 이유다. 그래야만 연합체는 본래의 위상을 회복하여 교계와 사회를 향하여 섬기는 효과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

3. 한기총과 한교연의 현 집행부 물러나고 새로운 연합 집행부 선출 요청

오늘날 분열된 보수교회 연합체인 한기총과 한교연은 어느 한 쪽에 그 원인을 탓하기 전에 먼저 한국교회 앞에서 분열과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조속한 시일 내에 옛 단일 연합체로 되돌아 가야 한다. 한기총 홈페이지에 있는 주요사업란에는 “사회와 정부 및 국제 사회를 향하여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정책의 수립과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본 연합회는 한국교회의 숙원인 ‘하나의 통일된 연합기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합과 일치에 선도적 자리에서 그 책임을 다할 것이다.”라는 선언문장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현 집행부가 물러나고 새로운 연합 집행부 선출되어야 한다.

2012년 4월에 출범한 기시협(한국기독교시민단체협의회)은 지난 1월 7일 신년모임에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단일화를 올해의 중요현안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기시협은 “지금 복음주의교회 지도자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있어 통합운동을 이끌 교회지도자 세력이 마땅히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돌들이 소리지르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 30여 기독교단체로 구성된 기시협은 신년을 맞아 한기총과 한교연의 무조건 통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다만 <기독교시민단체협의회>의 힘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기독교 단체들을 전부 모아 연대기구를 만들어 이 연대기구가 캠페인을 전개한다”(기시협,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의 단일화를 위한 캠페인 기획안,” 기독교시민운동협의회 2013년 4월)고 결의하였다.

그리고 올해에 두 단체가 통합을 서두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내년으로 다가온 세계복음연맹(WEA)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이다. 단일화를 위한 캠페인 기획안은 다음과 같다. “특별히 단일화가 시급한 이유는 내년 10월 말에 WEA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때 전 세계에서 2만명의 교회지도자들이 총회에 참석하는데 현재의 <한기총>으로는 이 대회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년 상반기에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WEA 총회는 한국 개최를 취소하거나 다른 기구가 총회를 개최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상반기에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기시협, 상동). 지난 5월 16일에 있었던 한기총, 한교협 단일화 촉구 기시협 기자회견에서는 통합방법에 관하여 “무조건 3년 전의 한기총 규약으로 되돌아가서 당시 한기총에 속해 있었던 모든 교단들이 옛날 정관에 따라 다시 모여 총회를 개최하고 대표회장을 선출”하도록 제안했다 그리고 “본 기시협은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이 단일화 총회 개최를 합의할 때까지 모든 교회, 교단, 기독교 단체, 기독교 언론, 기독교 지도자들을 상대로 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이 서명운동에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에 속해 있는 모든 교회, 교단, 단체가 동참해주시기를 호소한다”라고 의견을 모았다(“한기총, 한국교회연합 단일화 촉구 캠페인을 시작하며,” 2013년 5월 16일 기자회견문, 한국기독교시민단체협의회).

4. 올바른 직제관 확립, 금권 배제의 제도적 장치, 성직매매 내지 금권선거 추방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중세 교회의 교권 오용(誤用) 행위를 반추(反芻)하면서 올바른 직제관을 확립해야 한다. 중세 말 성직매매는 고위 성직을 팔고 사는 것과 사제직을 팔고 사는 것, 두 가지였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 일부 교단들의 총회장 선거와 관련된 부조리는 고위 성직을 팔고 사던 중세 말의 종교적 비리(非理)와 닮았다. 교단 내지 연합체 임원 선출에 있어서 음성적인 선거 운동이 너무 심하다 보니, 그런 부조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제비뽑기 방식을 도입하는 교단들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개별 총회를 넘어서는 연합단체의 수장직과 관련하여 유사한 일들이 벌어져 큰 물의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분열되기도 하였다. 총회장직이나 연합단체의 수장직 자체는 선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직을 맡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총회장직이나 연합단체의 수장직처럼 한국교회 전체를 섬기는 직분이 더 이상 명예나 감투나 권력행사로 여겨지지 않고 그 본래의 의미대로 기능직으로, 더 나아가 섬김의 직으로 올바로 인식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화란교회에서는 총회장이 총회 기간에만 총회장 역할을 하고 총회가 끝나면 더 이상 지위를 유지하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총회장 역할을 유럽이나 미국처럼 제도화하게 되면, 총회장에 연연하여 과열이 된다거나 금권이 개입할 여지가 줄게 될 것이다.

개신교 안에서는 위계질서(hierarchy)가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섬기기 위한 직책(office)만 있다. 천주교처럼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에 위계질서가 있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섬기는 직책이다. 총회장, 노회장, 목사, 장로, 집사 등은 위계질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한 하나의 직책일 뿐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귀한 직분들이다. 직분은 섬기기 위한 것이지 자랑과 명예와 권력행사를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기총, 한교연 회장, 각 연합단체 회장, 교단 총회장, 노회장 등의 선거에 돈이 오간다는 의혹이 퍼지는 것은 한국교회의 비극이다. 오늘날 공직자 선거에도 점심식사대를 지불하면 불법 선거범으로 고발된다. 목회자들이 선거에 사용하는 돈은 교인들이 하나님께 헌금한 돈이다. 그리고 교인들이 헌금한 물질에는 불우한 이웃과 제3세계의 불우한 사람들의 선교비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다. 모든 헌금은 드린 순간 하나님의 것이 되므로 함부로 쓰면 안 되고, 하나님의 결재를 받아야 하며, 공돈이 아니므로 사사로이 쓸 수 없고 두렵게 생각하며 바르게 써야 한다. 바른 신앙은 삶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웃에 대한 바른 관계 없이 바른 하나님과의 관계는 있을 수 없다. 칼빈은 “십계명의 둘째 부분을 지키지 않고 모든 부정직과 폭행을 그치지 않으면 하나님을 올바로 예배할 수 없다. 이웃을 속이고 해롭게 하는 자는 하나님께 폭행을 가하는 자다”(John Calvin, Corpus Reformatorum, 37:378)라고 하였다. 올바른 예배는 올바른 생활, 즉 이웃과의 바른 관계로 나타나야 한다.

5. 목회자 윤리 각성 및 자정운동: 목회자 개인의 피나는 자기포기와 반성, 회개운동 요망

한목협은 2012년 11월 29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윤리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선언문에는 “교회에서 어떤 직책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돈을 쓰는 일이 없도록 자정(自淨) 노력을 계속할 뿐 아니라 감시 감독의 책임도 다한다. 교회의 재정은 교인들의 감시와 감독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되어야 한다. 목회자는 결혼의 존엄함과 가정의 순결을 지키는 일에 본이 되어야 한다. 검소와 절제의 모범을 보이며 교육적 사명을 다한다. 세상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정당을 만들거나 특정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일을 삼간다. 타종교들을 존중하며, 그들이 가진 신앙과 종교시설을 폄하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내적 개혁의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스스로 이러한 목회자의 윤리를 각성하고 자정(自淨)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목회자의 윤리는 세상 공직자들의 윤리보다 높아야 한다. 그래야만 저들에게 설교할 수 있는 윤리적 위치에 있게 된다. 목회자의 윤리가 높아야 기독교가 사회를 향하여 고상하고 품위있는 교회로 빛을 발할 수 있다.

오늘 한국교회 위기의 해결은 교회 지도자들 자신의 철저한 회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세속적 명예와 맘몬과 교권에 눈이 멀어 예수님의 명령을 어긴 죄, 물량주의를 신봉한 죄, 제자를 양육하지 못한 죄, 회개와 거룩한 삶에 대해 성도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 죄 등을 회개해야 한다.  ‘정결한 부흥’을 위해서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받은 많은 탐욕의 ‘선물’을 버려야 한다.

맺는말

분열된 연합체인 한기총과 한교연의 하나됨은 단지 연합체 자체의 살 길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개혁이라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당위성이 제기되어야 한다. 연합체가 분열된 채, 한국교회는 과연 분단된 한반도의 남북통일을 위하여 기도할 체면을 하나님과 한국민족 앞에 가질 수 있는가? 교회 지도자들끼리 상호존중하지 않고 편가르고 상호비방하면서, 정치권의 여야 정치인들에게 국민들 앞에서 화합과 협력의 정치를 보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는가?

한국교회 개혁의 핵심은 교회 지도자들의 개혁이며, 이를 위하여는 제도적 개혁과 지도자 개인의 철저한 하나님 면전에서의 첫 사랑과 사명감의 재발견이 요청된다. 오늘날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초창기에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헌신과 희생 정신을 망각하고, 각종 비리(금권 선거, 재정 횡령, 성추행, 세습, 세속적 명예추구, 교권투쟁, 편가르기, 상호비방 등)를 저지르면서 제도권의 공인으로서 해야 할 처신을 잘못함으로써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이러한 잘못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권 선거가 일어나지 않도록 선거제도의 합리적 장치, 제직임명에서도 부조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장치, 각종 성직 매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통합측에서는 교회 재산 처분에서는 제직회의 동의 필요 조항 삽입 등)가 필요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제도가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제도를 사용하는 신자들과 지도자 개인에게 달려 있다. 깨어 있는 신자들의 양식과 제도적 장치 그리고 목회자 각 개인의 신앙 양심, 즉 하나님 앞에 인격적으로 서는 신앙적 자세가 한국교회 자정(自淨)의 근본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지도자들은 한국교회를 위하여 자기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하나가 되는 대승적 자기 희생의 결단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