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로는 구별이 가능한데, 우리 성경에서는 ‘신 광야’로 번역되어 있어서 상당히 혼선을 주고 있는 곳이 바로 이 광야다. 히브리어로는 ‘미드바르 친’ 또는 ‘친’이라고 하며,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으로 가기 위하여 통과한 광야다.

이 광야는 팔레스틴의 남쪽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민 13:21). 이곳에 가데스 바네야가 있다(민 20:1) 그러므로 친 광야는 바란 광야와 접해 있는 것이다(민 13:26). 또한 여호수아 15장 3절 “아그랍빔 비탈 남쪽으로 지나 신에 이르고”라는 말씀으로 보아, 친 광야는 약속의 땅 남쪽에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곳 가데스 바네야에서 가나안 정탐꾼들이 파송되었고, ‘므리바의 물’사건도 이곳에서 일어났다(민 13:21). 팔레스틴 지역에서 가장 불모의 광야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은, 어느 시대에도 농사를 지었던 흔적이 없다. 고립된 산, 분지 등의 착잡하고 음산한 광야. 바로 이것이 친 광야의 모습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친 광야 가데스에 거할 때 마실 물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백성들은 모세가 자신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광야에서 죽게 한다고 원망을 하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소동을 일으키자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께 간구하였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지팡이를 가지고 이스라엘 장로들의 목전에서 반석을 치면 물이 나리니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실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의 현장을 요르단의 폐트라 입구에 있는 모세의 우물이라고 믿고 있으며, 인터넷에도 그대로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모세는 폐트라에 오지도 않았는데 그 곳을 므리바 사건의 현장이라고 하는 것을 볼 때, 정말 성지를 제대로 알려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므리바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가데스 바네야로, 시나이 반도 북쪽에 위치한, 네 개의 샘물이 있는 오아시스 지역으로 추정한다. 샘이 많은 이 지역은 네게브 사막 지방에서 가장 넓으며, 브엘쉐바 남서쪽 약 80km 지점에 있고, 지중해로부터는 동쪽으로 약 80km 지점에 있다.

‘가데스’ 원어의 뜻은 ‘거룩하다’이다. 오아시스에 이러한 명칭을 붙인 것은, 사막지대에 물이 나오게 하는 것은 거룩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창세기 14장 7절에서 이곳은 ‘엔미스밧’이란 이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 이름은 ‘심판의 샘’이란 뜻으로, ‘거룩한 장소’였기 때문에 유목민들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여기서 해결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 문제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한 사건으로 인해, 이곳을 ‘므리바의 물’ 즉 ‘여호와와 다투었다’라는 뜻의 이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물이 풍부한 이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을 구하지 못한 것은 가뭄으로 인하여 오아시스가 말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이곳도 종종 가뭄이 발생한다.

가데스 바네야에서 열두 정탐꾼들의 불신앙적 보고로 인하여, 약속의 땅인 가나안을 목전에 두고 40년이라는 긴 세월을 광야에서 방황하다가 가데스에 돌아온 시점에서, 다시 물 문제로 인하여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을 단지 자신들이 갖고자 하는 것을 갖게 해주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언제나 이기적이고 하나님의 은혜를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들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곳은 이스라엘의 원망과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통하여,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섬겨야 할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친 광야의 가데스 바네야에 진을 친 이스라엘 백성과 모세는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그 땅을 탐지하기 위하여 각 지파의 대표로 12명의 정탐꾼을 가나안 땅에 보낸다. 40일간 가나안 땅의 정탐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온 회중 앞에서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갑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나머지 열 사람은 가나안 거민들과 성읍이 심히 견고하여 도저히 점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보고를 한다. 그 와중에도 갈렙과 여호수아는 그 땅은 비옥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라고 보고하였다.

팔레스틴 지역, 특히 헤브론 지역은 포도나 석류, 무화과나무와 같은 유실수들이 성장하기에 매우 적합한 토양과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헤브론의 포도는 그 맛이 유명하다. 따라서 광야 생활을 하였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라는 인식을 주었다.

또한 팔레스틴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남쪽의 이집트와 북쪽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곳으로, 누구든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틴을 장악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예로부터 이 지역은 외부의 침입이 많았으며, 당연히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성벽을 공고히 구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각 도시 국가들은 잘 단련된 정예 병사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문화적으로 발달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문화와 애굽 문화를 받아들여, 독립적인 문자와 정비된 사회 조직, 농경기술에 필요한 도구 제작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했기에 오랫동안 노예 생활과 광야 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팔레스틴은 감당할 수 없는 상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여호수아와 갈렙은 승리를 약속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먼저 생각하였다. 그러나 다른 정탐꾼들은 외부에 보이는 것만 보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생각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들은 선택된 백성들이 싸우는 모든 전쟁에는 반드시 하나님이 개입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하나님의 역사를 무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열 정탐꾼들의 보고만 듣고 하나님을 원망하였다. 그 결과 가나안 땅 입성이 40년이나 늦춰지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광야 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곳은 이곳 친 광야이다(신 1:46). 이 지역은 브엘쉐바 남쪽 80km 떨어진 불모지로, 오늘날의 네게브 사막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오아시스가 가데스 바네야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최악의 생존 조건 속에서 40년을 보낸 것이다.

열두 정탐꾼들 중 갈렙과 여호수아만을 제외한 10명의 정탐꾼들은 재앙이 내려서 죽었고, 출애굽 당시 20세 이상인 자는 광야에서 유리하다가 죽음을 당했다. 그 자손들만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이처럼 하나님의 기적의 역사를 체험하고도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믿지 않는 자들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친 광야이다. 그래서 이곳은 우리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망을 버리지 않는 믿음을 가져야만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김용규 목사
령천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 해피투어 중동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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