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일반 출판계처럼 기독 출판계에도 ‘고전의 재발견’ 흐름이 계속될까.

최근에는 출판계 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에서 ‘고전’이 각광받고 있다. 이미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영화화돼 큰 인기를 끌었고,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독 출판계에서도 고전은 브니엘출판사나 생명의말씀사 ‘리폼드 시리즈’ 등에 의해 꾸준히 출간되면서 사랑받고 있다.

특히 ‘톨스토이’의 경우 <안나 카레리나>의 영화화와 함께 전문번역가 박형규 교수가 내년 말까지 톨스토이 전집 18권 출간에 도전하고 있다.

기독 신생 출판사인 ‘샘솟는기쁨’에서도 최근 톨스토이 단편집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를 펴냈다. 톨스토이의 회심 이후 작품들 8편을 ‘삶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믿음에 대하여’로 각각 분류해 실은 것.

‘삶’에는 <있는 자들의 한가한 대화>,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 <일리야스>, ‘사랑’에는 잘 알려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신다>, ‘믿음’에는 <세 은자>, <회개하는 죄인>, <하나님은 진실을 아시지만 기다리신다> 등이 각각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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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에 앞서, 톨스토이가 1884년 1월 22일 모스크바에서 전했다는 ‘신앙고백’도 들어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죄인 같은 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믿고 구원받았다. … 죄인과 같은 나는 악하게 살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이 나처럼 사는 것을 보았다. … 마치 죄인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처럼, 나는 어떤 힘에 의해 그런 고통과 악의 삶에 못 박혔다. 이 모든 비극에서 나는 죄인과 같았다. … 그런데 갑자기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부터 삶을 이해하게 되었고, 생과 사가 악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절망 대신에 죽음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행복과 기쁨을 경험했다.”

글을 번역한 조병준 씨(감신대)는 “톨스토이는 작품을 통해 예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전한다”며 “그것은 고차원의 신학적 설명이나 수도원의 깊은 영성에서 나오는 경건주의가 아닌, 평범한 일상 가운데 내 손을 뻗어 실천할 수 있는 사랑과, 빵 한 조각을 나누고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는 손길을 말한다”고 전했다.

강영란 ‘샘솟는기쁨’ 대표는 “회심 이후 톨스토이의 단편집은 문학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반 기독교 고전과 조금 구별되도록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저자를 발굴해내고 싶었다”며 “일반 출판사에서 오래 근무하다 기독 출판사를 새로 시작해 기독교인 독자들 정서를 잘 알지 못하고, 단단한 기획력을 갖고 준비한 게 아니라 아직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 파스칼처럼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에서 잘 다루지 못한 저자들의 콘텐츠를 더 발굴하고 싶다”며 “(종교개혁 이전) 가톨릭 고전들이 개신교에는 그리 많이 번역돼 있지 않은데, 이제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