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롯(Hazeroth)은 바란 광야의 한 지역으로 ‘뜰’ ‘마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출애굽 여정을 답사하면서 느끼는 점은 ‘하세롯’과 ‘모세롯’(민 33:17, 30)사 이의 지명들 중 대부분은 그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곳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하세롯’은 오늘날의 아카바만 북쪽 시내산 북동쪽 56km 지점에 위치한 ‘아인크하드라’(Ain Khadra)로 추정하고 있다.

하세롯이라고 추정되는 ‘아인크하드라’를 조망 언덕에서 보면, 하세롯은 멀리서도 대추야자로 우거진 오아시스로 한눈에 들어온다. 하세롯에 관한 고고학적 연구는 그 지역의 위치에 치중하고 있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정확한 위치는 판명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문제는 하세롯의 위치는 시내산의 위치와 바란 광야의 위치에 따라 변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내산의 위치가 시내 반도 남안에 위치한 일명 ‘모세의 산’과 동일하다는 전통적 견해가 일반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그에 의하면 하세롯은 오늘날의 아카바만 북쪽 한 지점이라 할 수 있는 ‘아인크하드라’라고 볼 수 있다. 유적에 의하면, 이 지역의 사람들 역시 하란인들과 마찬가지로 달신인 ‘신(Sin)’을 경배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세롯은 모세의 누나 미리암과 형 아론이 “모세가 구스여인을 취하였다”고 비방함으로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미리암이 문둥병에 걸린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미리암이 문둥병에 걸린 사건은 근본적으로 모세의 지도권에 도전하여 자신도 동일한 지배권 또는 통치권을 얻으려는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미리암의 태도를 알기 위해서는 고대 사회 풍습을 알아야 한다. 출애굽 당시 고대 근동 사회는 철저한 계급 사회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 계급의 최상층부에는 정치적 지도자나 종교적 제관, 즉 제사장 계급이 자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모세와 같이 정치적·종교적 지도권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는 자는 한 사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중동에는 그 잔재가 남아 있지만 일부 아랍 지역의 국가는 통치자가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의 생사여탈(生死與奪)까지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경제적 기득권도 소유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미리암이 의도하였던 것도 이러한 기득권을 분배해 달라고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적으로 이방인의 집단들과는 다른 본질을 가진 집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리암과 아론은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자는 오직 여호와 한 분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는 모세조차도 근동 지역의 통치자가 아니라 단지 ‘하나님의 통치 명령을 전달하는 자’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직접 다스리는 신정 국가라는 개념이 미리암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미리암과 아론이 불평하였던 것은 교만, 야심, 자기 과시욕, 허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불평의 결과는 이스라엘을 분열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 징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세롯은 교만의 결과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모세의 누이인 미리암과 모세의 형인 아론이 모세를 비난한 문제는 구스 여인을 아내로 취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세상을 떠나, 모세가 새로운 아내를 맞이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리암과 아론은 모세가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 이방 여인을 아내로 취하였다는 사실을 가지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여인들과 결혼하여 가나안의 우상 숭배 문화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시려고 가나안 족속의 여인과 결혼을 금하셨다. 즉 모든 이방 여인과의 결혼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리암과 아론은 이스라엘 민족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모세를 비방했던 것이다. 미리암과 아론의 이러한 행동은 하나님의 뜻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하나님의 뜻은 오히려 만민이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되어 구원의 은혜를 받는 것이지, 이스라엘 민족의 배타적 혈통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세가 구스 여인을 아내로 취한 것은 하나님 앞에 범죄한 것이 아님을 그들이 알지 못하였기에 모세를 비방했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본다면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한 목적은 다른 데 있다. 이들은 모세가 이방 여인을 아내로 취한 것을 비방하면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만이 아니라 자신들과도 말씀하셨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그 목적을 알 수가 있다. 이는 모세만이 영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구스 여인 문제로 모세를 비난한 것은 표면적인 명분이고 사실은 모세와 동등한 영적인 권위를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행위는 자신들의 위치를 망각한 영적인 교만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이스라엘의 중보자로 세우셨고 아론은 모세를 보좌하게 하셨다. 또한 미리암에게도 성령을 부으시어 여선지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사명에 감사하지 않고 오히려 모세와 같이 되려는 영적 교만의 죄를 범하고 있다. 그것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하세롯이다.

하나님께서는 교만으로 의인을 비방하는 자를 죄 없다 하시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다른 자들과의 차이를 말씀하시면서 미리암에게 징벌을 내리시어 문둥병을 발하게 하셨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다른 선지자들과는 꿈과 이상을 통해 말씀하시지만 모세와는 직접 대면하여 말씀하심을 강조하셨다. 이는 영적 지도자인 모세에게 특별한 권위를 세워주신 것이다.

그리고 모세의 간구하는 기도를 들으시고 미리암에게 발한 문둥병을 고쳐 주심으로 인하여 모세의 권위에 대한 아론과 미리암의 비방이 잘못되었음을 확실히 밝혀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남보다 높아지려는 야심만큼 하나님의 교회를 병들게 하는 것이 없음을 깨달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후에 고라와 다단, 아비람도 미리암과 아론과 같은 죄악을 범한다(민 16장).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행태 때문에 교회는 피해를 입고 있다. 즉 남보다 높아지려는 욕망은 교회를 분열시키고,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을 바래게 하며 전도자를 낙담시키는 주범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시기와 교만을 온유함으로 승화시키고 성령의 능력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벧전 5:5~6).

 

김용규 목사
령천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 해피투어 중동 선교사
성지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