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교회 박영선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믿음: 박영선 목사 설교사역 30주년 기념선집

박영선 | 복있는사람 | 536쪽 | 25,000원

국내 최고의 강해설교가로 불리는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의 주제설교집 <믿음(복 있는 사람)>이 출간됐다. 2007년 이전 박 목사가 했던 강해설교들 중에서 ‘믿음’을 주제로 한 29편을 선별하여 설교선집을 출간한 것이며, 앞으로 ‘성화’와 ‘교회’를 주제로 2·3권이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이런 주제들을 선택한 것은 기독교 신앙과 신앙생활에 대한 보편적 진리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일에 유익한 주제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대의 유산이란 개인적으로 가지는 특별함이나 영웅성이 아니라, 모든 일반 신자와 평범한 신앙생활에 필요한 보편적 격려와 증언이어야 합니다. 이 일에 이 선집이 조그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도를 그리고 길을 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부 ‘믿음의 본질’에는 ‘신자와 불신자의 차이(롬 2:3-8)’, ‘구원의 믿음(롬 3:19-28)’, ‘고백과 실패(마 17:1-13)’, ‘귀신론과 신앙(마 4:23-25)’, ‘믿음과 일반은총(엡 1:7-10)’ 등 12편이, 2부 ‘믿음의 책임’에는 ‘믿음의 무대로서의 세상(요 17:18)’, ‘시간 속에서 자라나는 믿음(히 12:2-3)’, ‘갑각류의 신앙(롬 14:1-3)’, ‘고난(고후 1:8-11)’, ‘신자의 존재론(요 17:1-26)’ 등 17편이 각각 실려 있다. 해이해진 성도들의 급소를 정미한 언어들로 정확히 공략해 꿈틀거리는 변화를 일으키는 박 목사의 설교를 잠시 들어보자.

믿음이란? 원인 없는 결과… 그래서 행위가 아니다

“신자와 불신자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불신자는 끊임없이 하나님 탓을 합니다.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은 하나님이 죄를 만들고 환경을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신자는 무엇이 다릅니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 이렇게 된 것은 전부 저의 책임입니다. 저의 죄 때문입니다. 제가 잘못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같은 인간을 어떻게 그토록 사랑하십니까?’ 신자는 이러한 결론을 가지고 사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곰곰이 생각하고 놀라는 사람입니다(신자와 불신자의 차이).”

“그러면 믿음이란 무슨 뜻이겠습니까? 원인이 없는데 결과만 있는 법칙입니다. 세상에 없는 법칙입니다. 그것을 믿음이라고 합니다. 믿음이란 원인이 없는데 결과가 생긴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행위가 아닙니다. 행위란 나에게 생긴 결과는 언제나 나에게 원인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생긴 결과를 믿음이라고 합니다(구원의 믿음).”

“신앙이 좋다는 것은, 수도꼭지에서 쏟아진 물기둥이 욕조 전체를 넓게 채워 나가는 것처럼 되는 것입니다. 쏟아지는 물기둥은 고드름이 달리듯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욕조 전체를 채우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앙이 좋다는 것은, 한 인간이 갖는 전 인격과 전 존재와 전 사고와 전 습관과 버릇에 녹아 있는 그 수준에서 평가받는 것이며, 단지 높은 기둥 하나로 평가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점을 명심하여 우리의 신앙을 드러내 보이되 이 세상을 살면서 동원해야 하는 모든 것들, 생각과 열심과 무슨 힘과 부딪혀야 하는 모든 사건들에 다 스며들게 해서 여러분의 욕조를 채워야 합니다(믿음과 일반은총).”

“하나님의 나라, 즉 신앙의 내용은 우상의 제물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가 중요한 핵심이 아닙니다. 예수님과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예수님과 동행하여 얼마나 기적적인 삶을 사는지가 핵심입니다. … 이것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습니다. 나무가 얼마나 큰지보다는그 나무가 얼마나 무성한지, 꽃이 피었는지, 열매를 맺었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나무가 꼭 똑바로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는 삐뚤어질수록 멋있어요(갑각류의 신앙).”

“신자란 결국 그가 믿고 목표하는 것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신자란 이름이 지시하는 것 같이, 하나님의 약속과 하나님의 명령을 근거로 해서 살아야 마땅합니다. … 뜻밖에도 현대 교회들은 중심 내용일 필요가 없는 것들로 신앙의 표준을 삼고 목표로 삼는 일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쉽게 행복을 추구하고, 쉽게 승리를 외치는 이상한 풍조가 교회에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적잖게 걱정스럽습니다. 우리가 가진 신앙의 내용들과 우리가 소망하는 약속들이 우리 삶의 전 영역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믿지 않든지, 믿는 것을 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든지, 우리가 핵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든지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신자의 존재론).”

“이제 와서 보니 강해설교가 아니라 성경통독을 한 셈… 그러나 아주 쓸모없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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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목사는 본격적인 설교에 앞서 ‘저자 서문’을 통해 강해설교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털어놓기도 했다. 여기서 그의 ‘설교의 비결’을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조감도를 가지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냥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한 설교는 이제 와서 보니 강해설교가 아니라, 성경통독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 한 설교가 아주 쓸모없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목사는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실존, 공통의 실존에 있는 자의 신앙적 발언’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조망과 분별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옛날에 누가 이랬다는 식의 인용과 복제가 아닌,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의 위협과 도전에 대해 성경이 어떻게 답하느냐를 다루는 것이 설교입니다.”

그는 예전 설교에서는 ‘전제’를 자주 놓쳤다고도 고백한다. “기독교 신앙이 내 이해에서 약간 관념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역사성이라는 것을 가장 많이 놓쳤습니다. 역사성이란 내가 누군가의 후손으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땅을 사 놓는 것과 그 땅에 씨를 뿌리는 것이 관념 속에서는 충돌되어 보였던 것이지요. 시간적 전후라는 이해를 놓치고 정답을 찾으려 했기에 진전이 아니라 유일함만 정답이 되었습니다.”

설교들을 선별하고 다듬은 조주석 영음사 출판국장은 박 목사의 설교를 ‘인격적 설교’라고 표현한다. 신학의 논리로 삶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녹아나 점차 나의 것으로 되겠는가 하는 방식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는 삶의 현실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삶을 말하는 ‘내러티브(narrative)’ 형식을 취하고 있다.

조 국장에 따르면 박영선 목사의 설교는 2007년을 기점으로 크게 나뉘고, 그래서 2007년 이전 설교만을 이 선집의 대상으로 삼았다. “2007년 이전 설교에서는 주로 하나님과 한 개인의 관계 문제가 부각되어 나타납니다. 신앙론이든, 성화론이든, 교회론이든 그렇습니다. 물론 그의 설교가 사회나 문화나 국가의 문제를 전혀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2007년 후로 더 종합적인 세계관이 그의 설교에 서서히 더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박영선 목사에게 주신 신앙은 설교를 통해 이렇게 나타난다. “믿음이란 인과율(因果律)이 아닙니다. 신앙이란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입니다. 신앙이란 하나님을 아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자신의 무능을 아는 의존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