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주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소식에 이어, 가톨릭의 일부 친동성애 단체들이 “동성애자에게 우호적인 차기 교황”을 요구하고 있다.

뉴웨이즈(New Ways)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베네딕토 16세가 교황과 신앙교리성(Congregation for the Doctrine of the Faith)의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인해 더 힘겨운 삶을 살게 된, 동성애 가톨릭 신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 지난 30년 간, 베네딕토는 동성애자에 반대하는 바티칸의 정책을 입안한 주요 인사 중 한 명이었다”고 했다.

뉴웨이즈는 동성애자 단체와 가톨릭교회의 연결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베네딕토 16세의 교회를 향한 헌신과 지성적 삶을 찬양했으나, “그의 지성을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위한 깊고 참된 목회적 관심과 결합시킬” 새로운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 단체는 차기 교황으로는 덜 보수적인 인물이 선출될 것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면서, “성령께서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교회를 이끌어 줄 것을 믿으며, 우리의 신앙과 소망, 사랑은 우리의 새 영적 지도자에 의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고령을 이유로 2월 28일을 기점으로 교황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최근 밝힌 베네딕토 16세는, 전통적인 결혼을 포함해 가톨릭의 보수적 원칙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 ‘하나님의 로트와일러(경비견)’라 불렸다. 교황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설에서 “급진적으로 다른 형태의 결합을 (전통적인 결혼과) 법적으로 동등하게 만들려는 시도 앞에, 결혼의 자연스러운 구성은 한 남성과 여성의 결합임을 인정하고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러한 시도는 사실상 결혼의 특성과 사회 내에서 지닌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모호하게 만들어, 결혼을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했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에 빠진 가운데, 기독교 주류 교회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전통적 결혼을 지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LGBT)와 그들의 가족을 대표하는 가톨릭 연합기구 ‘평등하게 축복받은’(Equally Blessed)은 차기 교황이 그의 선임자보다 동성애자에게 우호적인 인물이길 기대했다. 이 단체는 “우리는 전 세계 교인들과 함께, 교회를 위해 그의 직위를 사임한 선견지명과 겸손을 갖춘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이 단체는 “교회가 이번 기회를 통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가톨릭교인들을 억압하는 정책들로부터 돌아서야 하며, 성적지향성과 성적정체성과 무관하게,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이들의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톨릭종교와시민권연맹’(the Catholic League for Religious and Civil Rights)의 빌 도노휴(Bill Donohue)는 “교황의 유산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는 등, 보수주의 가톨릭 논평가들은 베네딕토 16세의 삶과 목회를 지지했다. 도노휴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공적으로 그의 임기를 이끌어 왔다고 생각하는 7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은 뜻밖의 소식이었다. 겸손함은 그를 가장 잘 정의해주는 특성이며, 이를 통해 그는 오늘날의 자기중심적인 대중적 인물들과 구별된다”고 했다.

뉴욕의 티모시 돌란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에 놀라움을 표하며, “이 교황을 사랑한다”고 했다.

돌란 주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그를 높이 평가했지만, ‘아마도 사임함으로써 예수님과 그의 사람들을 더 잘 섬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성 베드로의 후임자로서의 직무에 대한 그의 현실 감각 때문에 그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비치에 위치한 리젠트 대학의 성경 연구와 기독교 목회 학장인 꼬흐네 베커 박사는, “거의 600년 만에 처음인 교황의 사임이, 가톨릭 공동체에 전세계적인 파장을 불러 올 것”이라고 했다. 베커는 “미성년자 학대에 대한 추문, 반유대주의라는 비난, 교황 사무실 내부 기밀의 누설 등 교황이 직면했던 도전들에 비춰볼 때, 최근 교회는 공적인 인식과 평판에 손상을 입었다”며 “현재는 가톨릭 교회가 이 국면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뿐 아니라, 가톨릭이 성장하고 번성하고 있는 비유럽 지역에서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신뢰와 소망을 가톨릭의 미래에 전달해 줄 전례 없는 기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