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문화원 이주섭 목사는 최근 성경의 땅을 입체적으로 제작한 모형지도를 완성했다. 이는 성경을 이미지화할 때 느끼는 한계를 극복한 첫 시도다. ⓒ고영웅 기자

사람의 손이 아닌 컴퓨터로 정교하게 제작된, 성경의 땅인 이스라엘의 입체적인 모형이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 조지아 크리스챤대학교의 역사 지리학과 교수이자 본지 <이스라엘 탐방>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이주섭 목사는 20년 전부터 ‘성경의 땅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형 제작’을 꿈꿔왔고, 그 꿈을 드디어 이뤘다.

해외에 흩어진 유대인 자녀들을 위하여 가로 27cm, 세로 55cm의 현대 이스라엘 지도 모형이 제작된 적은 있지만, 현대 이스라엘 지도와 함께 성경에 기록된 주요 도시, 고대의 주요 도로,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장소, 비잔틴 시대의 수도원들이 정확하게 표기된 데다가 성경의 땅이 입체적으로 제작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주섭 목사가 제작한 모형은 가로 55.25cm, 세로 118.11cm, 성경의 땅을 1/40만 크기로 축소한 것이다.

그동안 성경의 땅을 입체적으로 제작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실제로 손으로 모형 제작을 시도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손으로는 이스라엘 지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작은 골짜기, 좁은 길, 낮은 언덕, 좁은 평야를 손으로 정교하게 묘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모형은 손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컴퓨터로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대충 만든 모형으로는 성경의 배경을 대충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교하게 제작된 모형으로는 성경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모형을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성경의 지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한 예로, 갈릴리 호수의 북쪽에 위치한 가버나움에서 가나 마을과 나사렛으로 연결된 고대 도로는 막달라 평야, 아르벨 골짜기, 또는 락갓을 우회하여 벧네토파 골짜기를 따라 서로 연결되었다(요 4:46-54).

여기에서 막달라 평야, 아르벨 골짜기 또는 락갓을 우회하는 골짜기의 고대 도로는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에서 중요한 통로였지만, 아주 작은 골짜기이기 때문에 모형에서 사람의 손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주섭 목사가 컴퓨터로 제작한 모형은 이스라엘 땅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적인 사건들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제작되었다.

이 입체적인 모형을 이용함으로써 많은 성경 교사들은 “창세기 12장에서 아브라함이 세겜을 거쳐 벧엘과 아이 사이에 제단을 쌓고 점점 더 남방으로 내려가 가나안에 정착한 이야기에서부터, 사도행전 13장에서 안디옥교회가 바울과 바나바를 전도자로 파송하기까지”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성경의 거의 모든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주섭 목사는 “이스라엘 땅은 작지만 다양하다. 작은 지역 안에 기후, 토양, 산 높낮이가 다르다. 동쪽은 사막이고, 서쪽은 바다이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지대인 사해도 있다. 언제든 두 기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어, 성경에서 말한 것처럼 가물거나 단비가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오유진 기자

성경의 땅 모형도는 왜 중요한가?

이주섭 목사는 1989년 여름, 복음서를 읽던 중에 “예수님께서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을 불러 제자로 삼으셨던 갈릴리 호수”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갈릴리 호수의 배경을 설명한 여러 책들을 참고하였더니, 갈릴리 호수의 동쪽은 골란고원, 서쪽은 포리아산과 아르벨산, 북쪽은 현무암 지대의 낮은 언덕이 있고, 남쪽은 폭이 좁은 요단평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론적 설명으로는 갈릴리 호수의 생생한 현장을 머리로 그릴 수 없었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처럼, 많은 설명보다는 성경의 현장을 한번 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그는, 1989년 12월 성경의 땅을 3개월간 탐방하기로 계획하고 생애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찾았다.

1989년 12월,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을 거쳐 예루살렘에 여장을 푼 이주섭 목사는, 다음날 차를 렌트하여 가장 먼저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한 갈릴리 호수로 향했다. 유대 광야를 지나 요단 계곡을 따라 북쪽으로 약 3시간을 달린 후에 갈릴리 호수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을 그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갈릴리 호수를 눈으로 처음 보았을 때 성경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 글자로만 성경을 읽어 그 배경을 막연하게 상상했었는데, 갈릴리 호수를 본 뒤에는 그 배경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그림자만 보다가 실체를 본 느낌이었고, 상상만 하다가 사실을 확인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때의 감동은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성경의 땅을 1/40만 크기로 축소했다. 이 목사는 “이삭번제 사건에서 아브라함은 브엘세바에서 예루살렘까지 가는 데 3일 걸린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실제 2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아브라함은 가능하면 천천히 가고 싶었던 것이다. 입체지도는 이러한 거리감을 알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오유진 기자

이주섭 목사가 모형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성경을 사실적인 배경에서 보면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자세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2년 3월 이스라엘로 유학을 떠난 이주섭 목사는, 2003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연합군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직전까지 10년 넘게 유일한 관심이 성경의 배경을 실제 현장에서 이해하는 데 있었다.

그래서 예루살렘 대학의 역사학과에서 고대 성읍을, 히브리 대학의 고고학과에서는 Special Student로 고대도로를 연구한 것이다. 그는 4X4 지프를 구입하여 이스라엘에서 일어났던 거의 모든 역사적인 현장들을 탐방해왔다. 그는 성경을 실제 현장에서 발로 연구한, 세계에 얼마 되지 않는 진정한 ‘성경 역사 지리학자’이다.

성경의 거의 모든 현장들을 실제 현장에서 연구한 이주섭 목사는 “성경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교실은 성경이 기록된 바로 그 현장”이라고 말한다.

소라와 에스다올 사이 마하네단에서 태어난 삼손이 딤나에 살던 블레셋 여인을 사랑한 이야기, 그 여인으로 말미암아 블레셋 사람들을 응징한 사건, 베들레헴에서 양을 치던 다윗이 아버지 이새의 심부름으로 전쟁의 형들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이용했던 길, 솔로몬이 다윗성에서 기브온 산당까지 일천번제를 드리기 위해 이용했던 고대의 길을 따라가며 성경을 읽는다면, 성경의 본문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음을 물론이고, 그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한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요한복음 9장에 기록된, 나면서 소경되었던 사람이 예수님에 의해 눈을 뜨게 된 이야기를 실로암 연못 바로 그곳에서 읽는다면, 받는 그 감동이 어떠할 것인지를…….”

실로암 연못은 2004년, 이스라엘 고고학자인 로니 리흐와 엘리 슈크론에 의해 2천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을 방문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 모든 사람들이 성경의 땅을 방문하기를 원하지만, 다 성경의 땅을 찾는 것은 아니다.

이주섭 목사가 제작한 성경의 땅 모형은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성경의 사실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바로 이 중요한 이유 때문에 이주섭 목사는 20년에 걸쳐 모형 제작에 대한 꿈을 가져왔고, 그 구체적인 꿈을 완성한 것이다.

모형 제작 과정

컴퓨터를 이용하여 성경의 땅을 입체적으로 제작하는 데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필요하다. 컴퓨터가 이스라엘 지형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는 컴퓨터 전문지도, 그래픽의 완성도가 매우 높고 프린트가 가능한 정확한 지도, 그리고 이런 자료들을 사용하여 2차원의 평면 지도를 3차원의 입체적인 모형으로 제작할 수 있는 전문 모형 작가다.

이 작업을 위해서 이주섭 목사는 그래픽 디자이너를 세 번 바꾸어가며 모형을 완성했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함께 이주섭 목사는 국경선, 크고 작은 도로, 산과 골짜기, 도시와 마을의 정확한 위치를 컴퓨터 지도에 모두 입력했다. 작은 글씨를 입력하기 위해 두 개의 돋보기를 사용했고, 길게 작업는 아침 9시에 시작하여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꼬박 18시간을 작업한 적도 있었다.

모형 제작에 착수한 지 꼬박 15개월 만에 입체적인 성경 모형이 완성되었다. 그는 모형을 제작하는 15개월 동안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특히 미국, 한국, 스위스, 이스라엘, 중국, 대만 숱한 나라들에서 모형 작가를 찾아 나섰다가 31년간 모형을 제작한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인을 만난 것은, 하나님의 특별하신 인도하심이라고 그는 분명히 믿고 있다.

2012년 12월 초, 완성된 모형을 갖고 미국 아틀란타의 한 햄버거 매장에서 어느 성경 교사와 만난 적이 있다. 모형을 들고 매장으로 들어서는데, 여러 미국인들이 모형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모형 주위로 모이는데, 급기야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던 직원도 모형을 보기 위해 왔다.

▲이 목사는 “민수기 13장의 확정지명들, 예를 들면 가데스바냐와 같은 지명도 표기되어 있다”고 했다. ⓒ고영웅 기자

그들은 정교하게 제작된 모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중에 한 유대인 청년도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이스라엘을 가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입체적인 모형을 통해 자기 나라를 대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자신의 가족과 동료들에게 이 모형을 소개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구체적으로 제작된 모형은 성경의 배경을 자세히 알게 해준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게 하고, 유대인들에게는 자기 조상들이 살았던 땅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 준다.

모형에 관심 있는 이들은…

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땅, 입체적인 모형을 한국교회는 물론, 미국, 유럽, 중국, 세계의 모든 교회와 신학교, 유대인 공동체에 보급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목회자, 성경교사들이 이 모형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자세히 교육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첫 모형은 영어로 표기돼 있지만, 곧 한국어, 중국어, 기타 다른 언어로도 제작될 것이다.

모형과 관련하여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원하는 이들은 성서지리연구원(Institute of the Biblical Geography) 이메일(biblicalgeography@gmail.com)이나 두루문화원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현재 모형은 IVP 서점과 장로회신학대학 성지연구소, 세계기독교박물관, 아틀란타 말씀사 서점에 전시되어 있다.

도움말: 이주섭 목사(조지아 크리스챤대학교 역사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