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센, 아바리스 발굴물. ⓒ크리스천 해피투어 제공
고센 땅은 요셉 이야기(창 37:39, 50:)의 무대로서, 야곱은 20여년 만에 사랑하는 그의 아들 요셉과 다시 만났고 바로의 배려로 이 땅을 받을 수가 있었다. 요셉은 아버지의 편애를 시기한 형들에 의해 노예로 애굽으로 팔려갔으나 바로의 꿈을 해석하였고 바로의 총애를 얻게 되어 애굽의 총리가 된다. 총리가 된 요셉은 아버지와 형제들과 그의 가족 모두를 애굽으로 불렀다. 이에 야곱의 가족들은 헤브론에서 고센 땅을 향해 출발하고, 그들은 먼저 이삭의 주된 거주지였던 브엘세바에 들러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선조들에게 하신 약속을 되풀이하면서 큰 민족을 이루게 해주시겠다고 약속의 말씀을 하셨다. 야곱의 남자 후손들은 모두 70명이었다. 그런데 야곱이 가축과 모든 재산을 가지고 출발했던 곳에서는 요셉과 그의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 그리고 전에 이미 죽은 엘과 오난이 빠져 있었고, 그 대신에 디나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66명으로 출발한 것이다(26절).

이들은 모두 고센 땅으로 옮겨갔다. 그곳에서 야곱과 요셉은 극적인 상봉을 한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고, 긴 여행으로 지치신, 연로한 아버지 야곱의 목을 부둥켜안고 흐느껴 울었던 그 곳이 바로 고센 땅이다. 비옥한 고센 땅에 거주하는 문제는 특별히 바로왕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에 요셉은 야곱에게 한 가지 지혜를 알려 준다. 당시 팔레스틴에서 온 이방인들은 언제나 이집트인들의 의심을 받았기 때문에 이방 민족들이 쳐들어오는 입구인 동쪽 국경 지방에 정착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집트인들은 “목자들을 혐오하였기” 때문에 바로가 내륙 지방에 정착하도록 조처하리라고는 더욱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요셉은 야곱의 가족이 ‘목자’라는 사실을 내세워서 바로 왕이 어쩔 수 없이 야곱의 가족에게 고센 땅 거주를 허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혜를 가르쳐주었다. 바로는 목축에 알맞은 이 고센 땅에 그들을 거하게 하였다. 이 지역은 야곱의 후손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430(?)년간 살아온 지역이며, 그들이 바로를 위하여 국고 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축한 지역이다.

고센지역의 국고 성을 보면 이미 350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라암셋 2세의 문장이 새겨진 돌들과 볏짚을 섞어 만든 벽돌의 흔적을 완연히 볼 수 있다. 이곳은 나일강 하류 삼각주의 동북 지역이다. 그러나 야곱이 자신의 수많은 가족을 모두 이끌고 고센 땅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예정에 대한 그의 순종 때문일 것이다. 이 믿음으로 인해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려운 흉년의 때를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보낼 수 있었으며, “하늘의 별과 같이, 바닷가의 모래와 같이” 번성하는 자손의 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 이곳에서 얼마나 거주 하였을까? 현재 번역되어 있는 구약 성경이나 대중적인 책들에는 대부분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땅에 430년 동안 머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햇수는 결코 확실한 것이 아니다. 출애굽기 12:40 “미츠라임에 살았던 이스라엘 자손의 거주 기간은 430년이었다”고 되어 있으나 사마리아 오경과 칠십 인역에는 “크나안 땅과 미쯔라임 땅에 거주한 기간이 430년이었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유대의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유대 상고사 15장 2절에는 “이스라엘 민족은 크산티쿠스 달의 음력 보름에 이집트를 떠났다. 그것은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들어온 지 430년 뒤지만, 야곱이 이집트에 들어온 지는 215년밖에 되지 않은 때였다”고,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전혀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요세푸스 자신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일찍이 예루살렘 신전에 보관되어 있었던 아주 오래된 문서를 손에 넣어 그것을 바탕으로 이스라엘 고대사를 썼다고 한다. 요세푸스는 1세기 때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글은 마소라 교정본인 성경보다 무려 300년 전에 쓴 것이다. 요세푸스의 원자료가 진짜라면 그가 제공하는 이집트 체류 기간에 관한 정보는 마소라 성경 편집자들의 이스라엘 역사를 쓸 때 채택한 자료보다 훨씬 이른 시대의 자료로,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마소라 성경 보다 몇 세기 전의 자료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혹시 수 세기에 걸쳐 두루마리 성경을 베끼는 과정에서 ‘가나안 땅’이라는 구절이 빠졌거나 삭제됐을 가능성도 있다.

‘70인역 성경’이 그러한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70인역 성경은 이집트의 포톨레미우스 왕조 시대인 주전 3세기에 처음 쓰였고,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필사본도 마소라 사본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그리고 사마리아 오경도 마소라 성경보다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여기에서도 이집트 체류 기간에 대한 구절에 가나안 땅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출애굽기의 네 원전 가운데서 세 개가 이집트 체류 기간에 가나안 땅과 미쯔라임이 포함되어 있어서, 체류 기간 430년은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왔을 때부터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까지의 기간 전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창세기의 여러 구절을 근거로 하여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온 뒤 야곱이 고센 땅에 도착할 때까지의 기간을 215년으로 추정을 한다. 그러면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 머문 기간은 약 215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역대상 7:23~27에서 여호수아의 족보가 나온다. 에브라임-브리아-레바-레셉-델라-다한-라단-암미훗-엘리사마-눈-여호수아 이렇게 11대가 나온다. 레셉과 델라는 형제이므로 실제로는 10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세대를 평균 20년으로 본다면 약 200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 머문 기간을 야곱이 가족을 이끌고 고센 땅으로 가서 모세에 의하여 출애굽한 시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약 215년이라는 숫자는 허황된 숫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공부하다 보면 출애굽의 역사성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가이드도 없거니와 아직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언급도 하지 아니한다. 물론 현지에서 설명할 수 있는 가이드도 없다? 성지순례를 가면서 여행사들의 여행 요금만 비교하여 결정하여 성지순례를 가신다면 이러한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돌덩어리와 황량한 사막만 보고 오지 않을까? 현재의 성지순례를 다시금 생각하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김용규 목사
령천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해피투어 성지플레너
성지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