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2012 교회재정세미나 ‘교회와 세금’이 15일 오후 서울 명동 청어람 소강당에서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공공책임의 관점에서 본 세금과 4대보험’을 주제로 유경동 교수(감신대)가 ‘목회자 세금납부와 기독교윤리’를 기조강연했다.

유경동 교수는 먼저 “그동안 종교단체는 순수 종교행위를 전제로 한 비영리단체로 분류돼 법인세나 증여세 등을 면제받았으며, 성직자 소득 또한 영적 봉사에 대한 예우금이나 봉사비로 이해됐고, 현실적으로도 성직자 중 80% 정도가 면세기준 이하여서 과세 실효성도 의문시됐다”며 “그럼에도 헌법에 명시된 ‘납세의 의무’ 차원의 공평과세에 종교단체나 성직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데다, 일부 종교단체의 탈세 의혹과 성직자의 부도덕성에 대해 ‘재정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 교수는 “차제에 실정법 차원에서 법의 형평성과 종교적 차원에서 도덕적 규범 회복에 대한 자발적 노력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면서도 “지난 3월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터뷰 이후 촉발된 종교인 과세 문제는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납세의 의무’ 사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충돌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크게 법적 관점과 도덕적 관점, 신학적 관점을 제시했다.

법적 쟁점으로는 조세 평등의 원칙과 종교인 예외 관점의 충돌, 성직자의 행위가 근로인지 봉사인지 여부 등이 있는데, 유 교수는 대안으로 ‘법과 종교의 조화’를 제시했다. “성직자 과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정치적 영역에서의 법문화와 영성의 영역으로서의 종교적 규범과 문화적 내용을 신중하게 고려해 양자 사이의 다양한 입장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에는 성직자가 30만명에 달하고, 개신교만 해도 9만5천여명이 헌신하고 있는데 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과세 요구가 있으려면, 지난 100년 이상 왜 성직자들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고 왜 현 시점에서 과세가 필요한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성직자 과세를 실현하기 전에 먼저 법적 안정성으로 정의를 확보하는 동시에 성직자와 국민들에게 평화와 질서의식이 형성돼, 과세평등의 정의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법의 원리와 함께 종교활동을 통해 영적 가치를 수행하는 성직자들의 정신적 가치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덕적 문제에 대해서는 △목회자가 특권층으로 인식되고 헌금유용 의혹을 받는 것 △종교단체에 허위로 기부금이나 헌금을 냈다고 속이고 연말정산 때 기부금을 받아 공제하는 일들이 금융당국에 적발된 사례 등을 꼽았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목회자나 종교법인을 위한 회계처리 기준을 세우고, 해당 내용을 정부당국에 신고 및 공시하며, 규모가 큰 종교법인은 외부감사를 실시하자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종교계 일각의 소수 문제를 마치 전체 문제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하버마스(Habermas)의 사회의 규범적 ‘체계’와 ‘생활체계’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목회자 세금문제가 ‘체계의 논리’가 돼선 안 되고, △동시에 기독교 입장에서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덕적 사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먼저 교회와 목회자 세금 문제를 체계나 정권을 위한 정치정략적 논리로 발전시켜선 안 된다”며 “여론몰이식으로 특정 계층간 위화감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형태로 나타나선 안 되고, 오히려 목회자들의 동의와 교회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적 정치역량이 드러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신학적 문제로는 “돈에 대한 기독교의 정신을 규명하고, 세상에서 감당해야 할 책임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지적했듯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들은 세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는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직의 사명이 무엇인지 ‘재정향(reorientation)’하자는 것이다. 그는 “특히 종교개혁 정신에 나타난 세금 문제는 신앙의 자유와 연관이 있었고, 루터는 사회를 향한 자신의 변화이자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서의 ‘믿음’을 강조했다”며 “바른 기도와 진정한 회개, 사회에 대한 책임이 기독교가 회복해야 할 종교개혁 신앙의 본질이라면, 세금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나누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유경동 교수는 “현재 기독교계는 성전을 지어놓고 건축비를 감당하지 못해 매물로 나오는 숫자가 늘어나는 등 ‘처치 푸어(Church Poor)’로 힘들어하고, 교회 양극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이라는 사안이 목회자의 사명과 존엄성을 물질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돼선 안 되고, 신앙의 규범적 틀 안에서 배려하는 교회와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 사이 의사소통을 통한 통합적 관점으로 형성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과세 문제가 법의 형식을 넘어 이웃을 염려하고 함께 공감하는 성숙한 ‘조세문화’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조강연 후에는 ‘목회자와 소득세 신고(최호윤 회계사·한희준 목사)’, ‘교회와 4대보험(전윤석 노무사)’, ‘비영리법인의 세무처리(박기성 세무사)’ 등 구체적 사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