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를 이야기할 때, 북쪽에 있는 나일강 삼각주 동편에 있었던 믹돌에서부터 남쪽 수에네 지역까지를 애굽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미츠라임, 즉 애굽을 이야기할 때 “믹돌에서 수에네까지”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단에서부터 브엘쉐바까지”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내가 너와 네 강들을 쳐서 애굽 땅 믹돌에서부터 수에네까지 곧 구스 지경까지 황폐한 황무지 곧 사막이 되게 하리니”(에스겔 29:10)

믹돌은 “망루”라는 뜻으로 보아 이집트 북동쪽 아시아인들의 쳐들어 오는 길목에 망루를 세워 감시를 하였던, 나일 삼각주 가장 동편에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위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남쪽의 국경은 수에네이다. 수에네가 남쪽의 국경인 된 것은 아마 지리적인 원인 때문일 것이다. 나일강은 석회암지대인 구스 지역에서는 느리게 흐르다가 화강암 지역인 수에네 지역에서는 급류가 되어, 도저히 배가 운항할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하기 때문에 자연적인 국경이 된 것 같다. 수에네는 “시장 또는 교역소”라는 뜻으로 이곳은 남쪽 아프리카족들과 시장이 형성된 내륙 상업지라는 것을 추정할 수가 있다.

수에네는 고대 콥트어로 “스완”으로 바뀌었다가 아랍어인 “아스완”으로 바뀌어 오늘날에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이 역사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은 5세기경 있었던 일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이 아닌 이방 지역에 하나님의 성전을 건설하였는데, 그 자리가 엘리판티섬이다. 독일의 학자 자코 교수는 1906년 엘리판티섬에서 발견된 아랍어 파피루스를 판독하다가 이곳에 유대인들이 페르시아 시대에 신전을 건설하였다는 내용을 발견하였다. 이 유대교 신전은 이방 땅에 세워진 최초의 신전이다. 그러나 주전 410년 크놈 신전의 제사장들이 파괴함으로써 유대교 신전의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게 됐다.

▲아스완 필레신전. ⓒ크리스찬해피투어

이 신전으로 인하여 바벨론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된 후, 구출된 눈물의 선지라 예례미야가 이집트로 피난을 와서 여생을 보낸 것과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페르시아의 캄비세스 황제가 주전 525년 이집트를 점령하고 지배하면서 유대인들을 용병으로 고용하여 엘레판티 섬에 주둔시킨 역사적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엘리판티섬은 아스완의 나일강 가운데 있는 섬으로 남북의 길이가 약 2km이고 동서의 폭이 약 500m인 섬이다. 초기 고 왕조 시대부터 애굽의 남쪽 국경 수비대의 요새가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주전 2800년경에 이 섬의 수호신이었던 크놈 신을 위한 신전터가 발굴되었다.

기자의 피라미드에서 본 화강암은 이곳에서 채굴되어 나일강을 타고 카이로 까지 운반되었다. 그 이야기는 이곳에 핑크빛 화강암이나 현무암과 같은 아름답고 단단한 석재를 채석하는 채석장이 있었다는 뜻이다. 아스완의 나일강에 있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인 엘리판티 섬은 코끼리를 닮았다고 해서 엘리판티라고 불린다. 이 엘리판티 섬은 대형 신전 같은 것은 많지 않으나, 이집트에서 의미 있는 역사 유적 중에 하나다. 엘리판티 섬은 지정학적 위치가 남쪽 누비아와 경계를 이루는 지점으로, 나일 강에서 배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최고 끝 지점이다. 고대 이집트시대부터 이 섬은 군사적 요새로서 역할을 하면서 나일 강 상류의 누비아 민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과 교류 지점이 되었다. 이 섬에는 나일 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나일미터, 크놈 신전 같은 고대 유적지가 있으며 지금은 누비아인들이 거주하는 거주지이다.

흔히들 기근이 든 것은 비가 오지 않아서, 즉 가뭄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원래 이집트는 비가 오진 않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일 강이 아니면 이집트란 존재할 수가 없다. 나일 강 유역의 좁은 지역을 빼면 이집트는 온통 사막 뿐이다. 그리스 역사학지며 여행가였던 헤로도투스가 이집트를 여행한 후 언급했던 나일의 범람은, 지금은 없다. 1902년 나일 강 상류에 영국이 아스완 댐을 만든 이후 수위가 인공적으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이집트인들은 그전까지 나일 강 수위에 목을 맸다. 강물이 적거나 많으면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적당하면 풍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나일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닐로미터(Nilometer)는 아랍어로는 미키아스 알닐(Mikyas al-Nil)이라 하는데, 이집트의 자연적 입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닐로미터만 지켜보면 그 해의 작물 수확이 어떻게 될지를 미리 알 수 있다. 닐로미터는 이집트의 7000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건조물이다. 이런 닐로미터도 카이로의 로다 섬 남단에 있다. ‘올드 카이로’의 나일강변에서 보면 좁은 수로 바로 건너편에 있다. 카이로의 닐로미터는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이집트 내 가장 오래된 이슬람 시대 건축물이다. 로다섬의 닐로미터는 두 종류가 있다. 강변의 축대에 검은 색 눈금을 표시한 ‘막대 자’와 같은 단순한 형태와, 강바닥을 파고 들어가 높은 돌기둥을 세운 좀 더 모양을 갖춘 닐로미터가 있다. 닐로미터 옆에 아랍어 숫자가 눈금을 표시하고 있다.

아스완의 닐로미터는 물이 바닥의 세 곳으로부터 내부로 유입되고 중앙에는 물높이를 재는 8각의 가는 돌 기둥이 한 개 서 있다. 높이는 약 20m, 넓이와 폭은 약 8m다. 돌기둥에는 눈금이 붉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당대의 길이 단위는 큐빗으로, 그의 하부 단위인 손가락 한 개 두께이다. 닐로미터는 물이 들어오는 통로를 지금은 막아 돌 바닥이 마른 채 그대로 드러나 있어, 나선형 돌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닐로미터의 건물 안벽 상단에는 비와 수확, 풍요에 대한 코란 구절이 고전체 아랍어로 새겨져 있다.

나일강은 율리우스력으로 6월 20일에 수위가 오르기 시작하고, 통상 8월에 16큐빗의 높이에 이르게 된다. 14세기 여행가 이븐 바투타(1304-1368년)는 나일 강 범람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나일 강은 6월부터 물이 불기 시작하는데, 그 수위가 16큐빗만 되면 술탄의 지조(地租)는 전액 징수되며, 여기에 1큐빗 더 높아지면 그 해는 따놓은 대풍년이다. 만일 18큐빗에 이르면 그 해 농사는 망쳐버리고 역병이 만연한다. 그런가하면 16큐빗에서 1큐빗이 낮으면 술탄의 지대(地代)는 삭감되고, 2큐빗 낮아지면 사람들은 물 고생을 하고 큰 재난이 닥친다.”

김용규 목사
령천 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 해피투어 성지플레너
성지 가이드 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