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심멜 람세스 부조. ⓒ크리스찬해피투어
성벽 밑에는 가파른 기드론 골짜기가 있고 여호와의 성전과 솔로몬과 다윗의 보물들을 줌으로써 예루살렘의 파괴를 면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인다. 애굽 왕 시삭이 람세스 2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그림이다. 진격하는 전차와 포위된 도시 사이에 다음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오, 전능한 신이여. 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아문의 아들이여. 오, 자신의 군대를 보호하는 언월도의 주인이여. 오, 테베의 주인답게 전차 위에 버티고 서서 능숙하고 침착하게 싸우는 힘센 전사여. 오, 수십만 번을 싸워도 끄떡없는 강대한 주인이여. 힘으로 세상을 통일하고 언덕 위의 반란자들을 쳐부수어, 그들을 겁쟁이처럼 골짜기로 숨어들게 하는 오, 수많은 꼬리를 가진 힘센 황소여. 적들을 남김없이 살육하여 골짜기 쏟아져 나오게 하라. 오. 언월도의 힘센 왕이여, 우세르마트레-세테펜레 람세스-메리아문이여.”

이것은 팔레스타인의 산악지방을 원정한 기록이다.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 도시가 그 원정의 절정임을 말하고 있다. 그 도시는 한 번 싸워보지도 않고 투항한다. 이 기록대로 본다면 르호보암 5년에 일어난 예루살렘 정복과 약탈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장면이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람세스 8년의 팔레스타인 원정은, 3년 전 이집트가 시리아에서 히타이트에 당한 참패에 자극을 받아 팔레스틴 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 것은 람세스 2세의 이름이다. 우세르마트레-세테펜레 람세스라고 표기한 것은 아마 이집트식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 사이에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을 맺었는데 그곳에서는 람세스 2세의 이름을 와시무아리아-샤테프나리아 리아마셰샤-마이아마나로 되어 있다.

어려운 외국어 이름에 직면한 히타이트 필경사들은 람세스 2세의 이름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름이 이렇게 길다 보니 고대나 오늘날에도 긴 이름을 짧게 줄여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일반 백성들만이 아니라 통치자들도 그랬을 것이다. 파라오 아메넴하트1세는 ‘아메니’로, 앗시리아왕 티클라트 펠레세 3세는 ‘풀’(열하 15:19)이라는 애칭으로 불려 성경에 기록된 것도 있다. 성경에 나오는 시삭도 애칭일 가능성이 있다. 람세스 3세의 장제전이었던 메디네트 신전의 부조를 보면, 상형문자가 부식되어 있지만 판별이 가능하다. 신전의 명문을 조사한 시카고 오리엔트 연구소에서 펴낸 책에는 부조가 왕과 그의 딸들 사이에 새겨진 명문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왕의 얼굴 앞에 있는 오른쪽 카르투슈안에는 람세스 3세의 공식 이름과 칭호, 즉 개인 이름인 우세르마트레-메리아문과 씨쪽 이름 라메세-네톄르헤카이우누가 왼쪽을 향한 상형문자로 새겨져 있다. 왼쪽에 있는 네 칸의 상형문자는 오른쪽을 향하고 있고, 따라서 공주들이 한 말을 나타내내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버님의 카[Ka]를 위해, Ss, 거룩한 왕… 땅 전체를 위한 태양, 아쿰처럼 즉위 기념제를 되풀이 하소서, 케프리처럼 강한 힘을 가지소서, 하늘에 레가 살아 있는 동안 오래도록 활력을 유지하소서.”

여기에서 Ss는 카르투슈안에 쓰여 있으므로 분명 오른쪽에 앉아 있는 람세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람세스 3세의 딸들은 아버지를 Ss즉 세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세세라는 이름은 제19왕조 이전에도 사용되었을 것이다. 대개는 개인의 애칭이었지만 왕과 평민의 정식 이름인 라메수 또는 라메세의 생략형 가운데 하나로도 인정받았을 것이다. 이집트 상형문자에서는 히브리어처럼 모음이 없다. 그러므로 이 Ss는 세세로도 읽을 수도 있지만 시삭으로도 가능하다. 아부심멜에 있는 부조로서 성경의 사건과 연결하여 보려는 시도를 보이는 가이드는 아직 없지만, 이러한 성경의 기록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이 내용은 데이비드 롤의 A Test of Time 책에서 보았고, 그 내용에 나는 공감하기 때문에 소개한다.

김용규 목사
령천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 해피투어 성지순례 플레너
성지 가이드 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