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를 보고 놀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닥 면적이 5헥타르나 되며 2.5톤의 석회석 돌덩어리가 230만 개나 사용된, 기자 피라미드의 위용은 고대인들은 물론 현대인들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라미드를 본 관광객들은 아스완의 아부심벨 신전을 보았을 때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아스완에서 남쪽으로 320킬로미터 떨어진 돌산의 벽면을 깎아 만든 아부심멜 신전의 정면은 파라오의 모습을 한 4개의 거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아부심멜 람세스 부조. ⓒ크리스찬해피투어

각 조상은 높이가 20미터, 얼굴의 귀에서 귀까지의 거리가 4미터, 입술의 폭이 1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다. 정면 조각 뒤로 돌산을 파서 만든 신전은 매년 춘분과 추분에 아침의 햇빛이 신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태양신과 파라오의 조상을 환하게 비치도록 설계되었다. 이 신전을 건설한 사람은 이집트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이집트 제국을 일으킨 제19왕조의 제3대 파라오였던 람세스 2세다. 그가 통치하던 시대의 이집트는 최절정기로 일명 ‘제국 시대’라고 불린다.

람세스 2세 시대의 이집트 및 오리엔트 지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력을 갖고 있던 이집트와 지금의 터키 지역에 있던 히타이트가 양분하고 있었다. 최대의 번영기를 구가하던 이집트, 인류 역사상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강력한 히타이트. 두 제국 사이에 거대한 충돌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카데시 전투이다. 람세스 2세는 나일 강 하류에 있는 누비아와 쿠시, 즉 현재의 에디오피아를 정복하여 지배한 파라오이다. 누비아와 쿠시에서 이집트를 들어오는 지점에 거대한 아부심멜 대신전이 있다. 람세스 2세는 누비아 남부에 나일 강을 굽어보는 깎아지른 암벽을 깎아서 사람들의 경외감을 자아내는 거대한 기념물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가 있는 곳이 아부심멜이다. 아부심멜 대신전 안을 성서 고고학자 키진 교수가 조사를 하였다. 람세스 2세의 원정 기록을 모두 조사한 키진 교수는 람세스 2세가 예루살렘도 자기의 휘하에 두고자 정복하려고 했었음을 발표하였다. 즉 열왕기상의 기사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역대하 12:3에 나오는 “전차 1200대, 기병 6만명, 거기에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리비아와 숩과 쿠시 군대라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수 역량을 가진 파라오”는, 람세스 2세 외에는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성경에는 외국의 용병이 나타나고, 특히 쿠시와 리비아가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예루살렘을 공격한 파라오의 시대는 이집트가 쿠시와 리비아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서학자들은 성경에서 나오는 애굽의 시삭을 22왕조의 쇼셍크 1세로 추정하고 있다. 쇼셍크 1세는 리비아 출신으로 나일 삼각주를 지배하였지만, 누비아 너머의 쿠시 땅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전혀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였던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람세스 2세가 건설한 아브심멜 신전에 예루살렘을 공격하는 부조가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 부조는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려고 하는 람세스 2세가, 열왕기상에 나오는 예루살렘을 공격한 파라오라는 것을 증명하여 주고 있다.

네 개의 람세스 2세 좌상을 지나 본당에 들어가면 오시리스 원기둥이 있는데, 원기둥 뒤쪽에 람세스 5년에 벌어진 유명한 카데시 전투 장면이 부조되어 있다. 젊은 파라오 람세스는 용기와 힘을 발휘하여 패배의 위기에서 승리를 낚아챘다. 그러나 람세스 2세는 전투에는 승리하였지만, 북부의 도시 국가들이 모두 히타이트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이집트는 북부 지역을 포기하게 된다. 이곳에 있는 그림에는 파라오 람세스 2세가 당당하고 팔팔한 말들이 이끄는 황금 전차를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는 모습이 부조되어 있다. 활을 쏠 수 있도록 말고삐를 허리에 질끈 동여맨 모습이다. 파라오의 전차 뒤에는 마부가 모는 전차를 타고 전쟁터에 나온 어린 왕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왕 앞에는 가파른 언덕 위에 서 있는 커다란 성곽이 있다. 가나안 사람 특유의 도포를 걸친 주민들이 람세스 2세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모습이다. 가장 높은 성벽 위에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아래쪽 골짜기에는 소떼를 몰고 달아나는 목동도 보인다. 성문 밖에는 지위가 높은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왕에게 자비를 간청하고 있다.

성곽 도시에서 왕의 진격에 저항하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성벽 위에서는 가나안 사람 특유의 턱 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향로를 평화의 공물로 람세스에게 바치고 있다. 굴복한 도시의 모습이다. 도시를 파괴하지 말아달라고 애굽의 파라오에게 애걸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 이름은 밝혀져 있지 않았다. 연대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습은 열왕기상에 기록된, 르호보암 5년에 예루살람을 공격하는 애굽왕 시삭에게 애걸하던 모습과 너무나 같다.

김용규 목사
령천 교회 중동 선교사
크리스찬 해피투어 성지플레너
성지 가이드 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