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로 간 학생들, 4년 뒤 후회하게 된 까닭은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교회로 돌아온 신학] 9-신학대와 일반대, 그 편견과 현실

크리스천투데이는 [교회로 돌아온 신학]을 제목으로 연중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신학이 사변화되고, 교회나 신앙과 동떨어져 따로 존재한다는 현실인식이 이번 기획을 추진한 배경입니다. 본지는 한국교회 신학의 다양한 면을 살펴, 보다 쉽고 실제적인 신학의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2년 전 지방 모 신학대 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같은 학교 신학대학원(신대원)에 재학 중인 K군. 그는 요즘 갈수록 신학 공부에 회의가 든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학부 시절을 4년제 일반대학이 아닌 신학대에서 보낸 것이 그렇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반대로 갈 걸….” 비단 그만의 탄식이 아니다.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신학대 학부생 때나 신대원생인 지금이나 배우는 게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일반대에서 다른 학문을 접해 식견을 넓힌 뒤 신대원에 진학해 목사가 되는 게 더 나았을 뻔했다는 게 K군의 생각이다.

사실상 ‘신학대 학부 4년’은 목사나 신학대 교수가 되려는 자들에게 ‘필수’는 아니다. 거의 모든 교단들은 목사 안수의 기준을 신대원의 목회학 석사(M.Div.) 과정에 두고 있다. 신학대 학부를 거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방하다. 일선 교회들 중에선 여러 이유로 오히려 일반대 출신 목회자를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식견’(識見)이다. 신학 외 다양한 학문을 익히면서 체득한 경험이 오늘날 목회 현장에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신학 외길을 걸어왔다는 건, 다르게 보면 그만큼 식견이 좁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K군의 경우처럼, 현재 국내 신학대의 목회학 석사 커리큘럼이 학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굳이 4년이라는 시간을 신학대에서 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현실적 이유도 제기된다.

국내 모 신학대 학부를 나와 신대원생이 된 한 학생은 “학부에서 배운 것과 대학원에 들어와 배우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교수들도 비슷하다”며 “일반대 갈 것을 괜히 (신학대에) 왔다는 후회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대 출신 신대원생 동기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다. 신학대 출신들을 위한 심화과정이나 다양한 선택과목을 마련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학 진학을 앞둔 예비 목회자들은 신학대와 일반대를 두고 종종 고민에 빠진다. 선배 목회자들의 조언도 저마다 다르다. 신학대에 입학해 정통 코스를 밟으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일반대로 가서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라는 이도 있다.

실력 안 돼서 신학대 갔다?… 쉽게 목사 되는 시스템 바꿔야

또 이런 고민의 배경에는 신학대 진학을 일종의 ‘실력 미달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편견도 자리하고 있다. 일반대 갈 점수가 안 돼 어쩔 수 없이 신학대 학생이 됐다는 것이다. ‘대학 간판’이 여전히 출세의 지름길로 통하는 한국에서 이런 식의 편견은 유독 강하게 작용한다. 확고한 ‘소명’에서 신학생이 됐다면 이런 편견이야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신학대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전도사는 “이렇게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쉽게 목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신학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하는 학문도 드물다. 그럼에도 지금은 일반대를 나온 후 신대원 3년만 다니면 목사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신학을 깊이 공부할 수 없다. 그러니 오늘날 설교에 신학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무허가 신학교가 난립하고 목사가 과잉 공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목회자는 “일부 대형교회는 목회자 청빙 자격을 아예 일반대 출신으로 못박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건 이는 성도들에게 굉장히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대형교회 목회자는 반드시 일반대, 그것도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것이 자칫 신학대 학부과정을 터부시하는 분위기로 흐르면 그 만큼 신학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신학대 교수는 “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신대원 교육 기간을 일반대 출신 학생들에게 비해 짧게 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반대를 나온 학생들이 신대원 과정 이상으로 신학을 보다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공대나 상대를 졸업한 이들이 신대원에서 3년간 공부한 것만으로 목회를 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교회로 돌아온 신학] 지난 연재 보기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블루 예배당 빛 파랑 저녁 겨울 눈 교회 거룩 신비

말씀 묵상으로 이뤄가는 ‘거룩의 3단계’

곱씹고 생각하고 쓰는 묵상 하나님 섭리하심 배우게 돼 중심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분주하지 않은 시간에 해야 하나님 말씀을 곱씹고 생각하고 쓰는 묵상은 나와 관계된 인간관계 속에…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청문회 질의응답 중인 안창호 후보와 김성회 의원.

[사설] 누가 탈레반인가

보수 기독교인은 탈레반주의자이고 도박중독자? 어떻게 폭력·살인 일삼는 이들과 비교할 수 있나 北 독재와 그 추종세력, 폭력시위, 민간인 고문치사 반성 않고 ‘민주화’ 포장… 그게 탈레반주의 가까워 눈과 귀를 의심했다. 대한민국 국회의 압도적 과반…

애즈베리 대학교

“애즈베리 부흥, 美 1·2차 대각성 운동과 얼마나 닮았나”

에드워즈의 1차 대각성 운동 1. 하나님 절대 주권·영광 강조 2. 특별한 기도의 준비 3. 성경 중심적 부흥 찰스 피니의 2차 대각성 운동 1. 하나님과 사람의 협력 2. 청중들이 받아들이는 설교 3. 진리만큼 필수적인 기도 애즈베리 대학교 부흥 운동 1. 기도모임…

샤먼 귀신전

교회, <샤먼: 귀신전> 등 대중문화 속 무속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교회, 한민족 정신 뿌리내린 무속 처음으로 부정한 집단 선교사들, 의술로 무속 이겨 미신으로만 치부한 건 아쉬워 무속 대응 가능 성경적 지혜 회복해야 할 시대적인 소명 무속에 대한 의존성: 양반들과 왕실조차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무속 고려조 때도 조…

홍종명 과수원집 딸

신앙의 자유 찾아 월남했던 그 시절 기독교 미술가들

해방 후 北 살던 기독 미술인들 종교 탄압, 표현의 자유도 위협 홍종명·김학수·박수근 등 월남 전재민과 경계인 고충 있었지만 근면성과 탁월성으로 성공 거둬 한국 미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 6.25 전쟁을 전후해 한반도에서 대규모 민족 이동이 발생했다. 남의…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한교총 장종현 대표회장

한교총 방문한 국힘 한동훈 대표 “한국교회 나라 중심 잡아줘”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6일(금) 취임 인사차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을 예방해 장종현 대표회장과 환담했다. 장종현 대표회장은 당대표 취임 축하의 말과 함께 “의료대란으로 국민의 목숨이 위태롭다.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을 위해서 의대 증원은 꼭 필…

CGI 여의도순복음교회 기도대성회

10월 23-26일 제30회 CGI… “세계교회와 교류 통해, 부흥·성장 논의”

23일 개회예배 후 이틀간 세미나 25일 파주와 여의도 오가며 기도 26일 연세대 노천극장 기도대성회 30회째를 맞이한 세계교회성장대회(CGI Conference) 및 세계 평화와 교회 부흥을 위한 기도대성회가 오는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담…

이 기사는 논쟁중

청문회 질의응답 중인 안창호 후보와 김성회 의원.

[사설] 누가 탈레반인가

보수 기독교인은 탈레반주의자이고 도박중독자? 어떻게 폭력·살인 일삼는 이들과 비교할 수 있나 北 독재와 그 추종세력, 폭력시위, 민간인 고문치사 반성 않고 ‘민주화’ 포장… 그…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