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은 열두 달, 삼백육십오 일

철이 들며 배운 것인데
아무리 해도 날짜를 잘 계산할 수가 없습니다

님이 떠나신지 오늘 한 해가 되었다는데
바로 어제 같고 혹은 먼 신화의 연대 같은 기억의 착시 속에서
갑자기 끊긴 생명의 합창

음표와 음표 사이의 빈 자리에 서서 기다립니다
미처 함께 부르지 못한 나머지 노래를 위하여

그래도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고 만납니다
목마른 날이면 새벽 옹달샘처럼 찾아오시고
피곤하여 앉으면 나무 그늘이 되어 함께 쉽니다

뙤약볕 8월의 대낮 속에도
동짓달 문풍지 우는 긴 밤에도
우리의 눈물 자국과 때로는 긴 탄식
그리고 기도의 시간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펴면 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길 건너편 분명 당신을 보고 급히 횡단로를 건너가 보면
아, 단지 가로등 그림자일 뿐 당신은 아무데도 계시지 않습니다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는 당신

님을 찾아 돌아다닌 한 해가 되었는데
우리는 얼마나 날이 갔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습니다

다만 주님의 한 마디 말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겠느냐

예 믿습니다 라고 말하면 그 끊였던 생명의 노래가 다시 울리고
눈물이 마른 샘에서 백합꽃이 피어나는 웃음을 듣습니다

님은 우리의 아침이고 우리의 생명의 약속인 줄 아오나 용서하소서
다만 오늘 하루만 당신을 생각하며 울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