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얼마 전 전병욱 목사 교회개척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저는 그런 의미에서 칼빈주의자입니다. 예정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이라고 말해 SNS와 온라인 상에서 ‘예정론 논란’을 촉발시킨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예정론에 대한 발언을 거침없이 이어갔다.

김동호 목사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2차례나 예정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1978년 장로회신학대학 신대원을 졸업했는데, 그때 졸업논문 제목이 ‘칼빈주의 예정론 비판’이었다”며 “당시는 저희 통합측에서도 칼빈의 예정론을 비판한다는 것은 정말 생사(?)를 걸어야 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학장이셨던 故 이종성 박사님이 제 논문 지도교수셨는데, 만나면 못 쓰게 할 것 같아 논문을 쓰려면 지도교수님을 만나 지도를 받아야 하는데도 한 번도 찾아가지 않고 그냥 논문을 제출했다”며 “퇴교는 몰라도 낙제는 각오했었지만 졸업우수 논문상을 받았는데, 상을 받은 것도 기뻤지만 양심적 비판에 비난받지 않은 것이 기뻤고 그런 우리 교단이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김동호 목사는 “사람들은 칼빈주의를 대표하는 사상이 예정론인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며 “칼빈주의의 핵심은 ‘전적인 무능력의 교리’”라고 주장했다. 칼빈주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던 아르미니우스와 에라스무스 같은 사람들은 인간의 전적인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에게도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을 권리와 능력으로 이해하여 구원에 있어서도 인간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

김 목사는 “칼빈은 그것을 반대하여 구원에 관한 한 인간에게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주장했고, 그것 때문에 예정론을 주장하게 됐다”며 “사람에게는 회개하고 하나님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회개해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지만, 죄를 지은 인간이 회개를 한 것을 능력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회개는 능력이 아니라 책임과 도리”라고도 했다.

그는 “저는 회개하고 하나님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구원의 능력으로 이해하지 않고 멸망의 책임으로 이해했다”며 “구원의 능력은 하나님께만 있고 회개와 선택은 구원에 관한 한 우리의 능력으로 이해될 수 없는데, 그것은 당연한 도리요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회개하지 않고 하나님을 선택하지 않아서 당하는 멸망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예정론의 치명적 문제, 멸망 책임도 하나님이 지셔야”

이후 예정론의 오류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김동호 목사는 “예정론은 자유를 책임의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능력의 개념으로 이해하여 생긴 오류” 라며 “자유를 능력의 개념으로만 이해하니, 능력이 없으니 자유도 없고 인간에게는 자유가 없으니 모든 것은 다 하나님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는 예정론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제가 생각할 때 예정론의 치명적인 문제는 구원의 능력이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데는 유리하나, 멸망의 책임도 결국 하나님이 지셔야만 한다는 데 있다”며 “저는 전적인 무능력을 믿는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칼빈주의자이지만, 예정론은 믿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여기서 예정론을 다 강의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주장은 간단하다며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인간은 구원에 관한 한 전적으로 무능력하다. 구원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요 능력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값없이 받는 하나님의 은혜다. 그러나 멸망의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하나님이 구원의 은혜를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셨음에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보니 예정론 자체를 성경으로 알고 믿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고, 예정론 비판을 마치 성경비판 또는 하나님 비판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 같다”며 “예정론은 성경에 대한 칼빈과 칼빈을 따르는 칼빈주의자들의 이해와 해석이고, 저는 성경의 절대성은 믿지만 아무리 훌륭해도 사람들 절대시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칼빈도 사람, 지나치게 신봉하는 건 인본주의 아닌가?”

또 “예정론을 지나치게 신봉하는 칼빈주의자들은 스스로 신본주의라 생각하고 그것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인본주의자라 생각하고 함부로 비판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지나친 칼빈주의자들이 인본주의자이다”며 “칼빈은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인데요…” 라고 했다.

그는 “여러 번 망설이다 올렸다. 기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굿모닝”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글이 게시되고 댓글을 통해 수많은 의견이 개진되자 김동호 목사는 6시간 후 또다시 글을 올려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매우 중요한 깨달음 하나를 얻었는데, 칼빈의 예정론(정확하게 표현하면 칼빈주의 예정론)이 맞거나 그를 비판하는 내가 맞거나 둘 중의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는 문제였다”며 “그런데 그 옳고 그름이 하나님께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칼빈의 예정론이 맞았다고 열심히 아니라고 비판한 내가 구원을 못 받을 것도 아니고, 혹시 내가 맞았다고 해도 칼빈이 그 때문에 지옥갈 일도 아니었다”는 것.

그는 “35년이 지난 논문이지만 지금 다시 쓰래도 거의 복사하듯 쓸 수 있을만큼 제 머리 속에는 정리가 나름 잘 되어있는 주제이고, 누구와도 논쟁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별로 관심이 없고, 이단과 삼단 그리고 구원을 놓고 논쟁할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럴 시간 있으면 그물리라 전기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답했다.

김 목사는 “저는 누가 예정론을 신봉하고 그에 대하여 침을 튀겨도(죄송합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름 하나님과 성경 그리고 구원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고 정말 인정한다”며 “그러니 혹시 저와 다른 입장과 생각을 가지셨더라도 그냥 저 김 목사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먼 하고 넘어가 주시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