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3장 강박증의 임상적 양상과 이해

강박증의 임상적 양상은 치료를 위한 기초적인 측면이다. 임상 영역에서 강박증 원인론에 입각한 치료는 일관성 있는 진단기준에 따라 새로운 진단군을 구분하고 그에 상응하는 치료적 지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강박증은 실로 다양한 형태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박증은 외현적인 것, 내적 사고행동, 그리고 단순히 사고에 의해 유발되는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내적인 행동 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 양심 불안이 주로 차지할 수도 있다. 이런 강박증의 임상적 양상은 더 깊은 증상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1. 강박증의 특징적 양상

강박증은 문헌상 일관되게 서술된 특징을 갖고 있다. 1908년 프로이트(S. Freud)가 처음으로 질서와 규율, 완고한 고집 및 인색함의 3가지를 항문기 성격(anal character)의 중심적 양상이라고 서술했다. 그 후 이 세 가지 특성과 기타 부수적인 6가지 특성이 정신분석학이나 서술정신의학(descriptive psychiatry) 모두의 문헌에 반복적으로 인용돼 왔다. 이들 9가지의 특성을 중요성 순서에 따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감정표현의 협소(emotional constriction), 질서와 규율에의 집착(orderliness), 인색(parsimory), 경직성(rigidity), 엄격한 초자아(strict superego), 끈기(perseverence), 완고한 고집(obstinacy), 우유부단(indecisiveness) 및 자발적인 성적 유발 결여(lack of sexual provocativeness) 등이다. 이외에도 인지방식이 독특하다는 점도 있다. 인식기능에서도 강박증 환자들의 인지방식(cognitive style)이 독특함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강박증을 지니고 있거나 또는 격리와 같은 강박적 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꼼꼼함’ 혹은 ‘예리함’으로 특징되는 인지조절기능이 뛰어나다고 밝혀졌다.

강박증 환자들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있어서도 특이한 점들이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서로 주고받는 방식을 하고 있는지, 또는 자신의 사생활이 고정되어 있는 일정한 틀에 맞게 유지되고 있는지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냉담하고, 지나치게 자신을 통제하거나 옹색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이들은 공감적 느낌보다는 사소한 세부사항이나 사실에 지나칠 정도로 끈질기게 매달리기 때문에 긴장과 불안 속에 살고 있는 듯 보인다. 일반적으로 강박증은 안정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직업적으로 성공하기도 하지만 친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것이 심리적 측면이라면 외적 행동은 몇 가지가 특징적이다. 이를테면, 목록표나 필기장 또는 미리 생각하던 것에 온종일 매달려 지내고, 규칙적 배변, 시간 및 청결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모든 행동 역시 아집(我執)에 의해 수행됨이 특징이다.

이들에게는 어떤 활동이건 진지하고 심각하게 수행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휴가를 즐긴다든지 쾌락을 누린다든지 수완을 부린다든지 하는 게 힘들다. 특히 이들은 오류를 범하거나 판단에서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 때문에 매사에 우유부단하다. 그들은 또한 결정을 미루거나, 보다 확실한 믿을만한 근거를 요구하고 절대적으로 올바른 결정임을 증명할 만한 사실을 모색한다. 여기에 철학자 칸트(I. Kant)에 관한 일화는 강박관념을 말해주는 좋은 예다. 그는 매일 저녁 산책하는 시간이 어찌나 정확했던지 쾌니스베르그 시민들이 그가 산책길을 지날 때마다 그들의 시계를 맞췄다고 한다. 이는 강박성의 정확성과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을 말해 주는 것이다.

강박증상은 외적으로 나타나는 간단한 특징들이 있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말쑥하게 가다듬은 머리 모습, 정장 또는 세심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하는 것 등이다.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은 딱딱하고 어색한 편이고, 그렇다고 정상반응이나 무표정하거나 둔화된 상태는 아니지만 정서표현이 협소하다. 이들이 진짜 웃음이나 울음을 면담 중에 보이는 일은 드물다. 그들은 종종 불안해하거나 우울해 보이지만, 대개 기분이 심각하고 말이 없을 때도 많다. 그들의 어조는 저음이거나 단조로우며, 묻는 말에 때로는 지나치게 세밀하고 상세하게 대답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끝없이 계속되는 편이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감정적 느낌에 대하여 질문하면 그에 따른 대답 대신 실제적 사실 또는 상황에 대한 것만을 지리하게 나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태도는 연극성 인격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감정적 느낌을 지칭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느낌을 상세하게 표현하거나 묘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유난히 날짜, 숫자 또는 기타 상세한 세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정확하다. 이는 격리, 지성화, 전위, 반동형성, 취소의 방어기전들이 사용되고 있음을 명백히 볼 수 있는 측면이다.

2. 일반적인 강박증의 특성

일반적인 강박증의 특성은 임상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성격에 의한 강박증은 밀론(T. Millon)에 의해 분류된다. 밀론은 성장기의 성격 양식에서 비롯하여 아동기에 엿보이는 강박증의 흔적, 성인에게서 병리적 양상으로 드러나는 강박증 장애와 강박증의 여러 변동되는 양상을 제시하였다.

1) 정상인의 강박성

강박증은 일단 성격적 측면으로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특별히 고도로 발달되고 성공지향적 특성을 지닌 사회에서는 다른 어떤 성격양식보다 강박증 양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이는 물론 긴장돼 있고, 엄격한 기준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부정적 ‘증상’을 보이는 완벽주의적 사람들이 도처에 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변에는 잘 훈련되어 있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어느 정도 규칙적이고 권위적 집단 속에서 복종과 자율의 균형을 잃지 않고 적응된 생활 모습을 보이며, 대부분의 노력에서 성공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올드햄(J. M. Oldham)과 모리스(L. B. Morris)는 적응적이고 정상적인 강박증을 ‘양심적인 유형’이라고 했다.

양심적 유형의 증상들은 강한 도덕적 원칙과 절대적인 확실성을 지니고, 일이 제대로 마무리될 때까지 쉬지 않거나 최소한의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노력한다. 이들은 자신의 가족에게 성실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며, 조직체 속에서는 그들의 상관에게 충성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그들이 일에 몰두하는 태도는 매우 특징적인 모습이다. 양심적 유형의 강박증은 대체로 성취적이고 생산적이다. 이런 강박증은 밀론에 의하면 잘 확립된 관례나 규칙에 따르기를 좋아하고 확립된 표준이나 기준을 따르는 경향이 많다. 그는 이러한 강박증의 적응적이고 정상적 양식을 ‘동조적 성격양식’이라 불렀다. 이들의 소망하는 바는 적절하고 관습적이며 질서정연하고, 완벽주의적으로 살아가지만 자신이 그런 모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강박증은 사회적으로는 모범적인 편이다. 이들은 분명하게 권위와 전통을 존중하고, 책임감 있으며 적절하고, 양심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려 노력한다. 또한 전통적인 규칙이나 표준에 맞춰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규율을 잘 따르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비판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잘 정돈되고, 신뢰성이 있고 신중하며, 절제돼 있고 자기 통제적이며, 형식적이고 관계에서 융통성이 부족하지만, 기준에서 이탈하는 것을 잘 참지 못하고, 사회적 적절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 또 자신의 책임에 철저하고 일이 밀리는 것을 상당히 불편하게 여기며, 늘 업무를 완수하지 못할까봐 염려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일과 관련된 상황에서는 타인들에게 상당히 믿을 만하고 근면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반면 정상적인 강박증은 권위에 대한 충성심, 사회의 윤리와 도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종종 지나칠 정도로 행동에 엄격한 규율이 잡혀 있고, ‘표준’에서 이탈하기를 꺼리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하려 시도하며,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옳다·그르다’는 판단에 기초하여 결정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강박증은 종교적 신념이나 원리를 철저하게 따른다. 이때 유달리 성실성을 유지하는 것은 목표 중 매우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며, 진실하게 행동하고 도덕적 가치를 따르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들은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흑백의 이분법적 논리로 파악하려 하고 지나치게 이성적인 자세로 접근하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삶이 단순하고 감정 없이 머리로 해결되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이성적으로는 명확하고 합당해 보여도, 감정적 가치로 보다 중요하게 다뤄질 상황도 있는 점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정서적 측면의 중요성에서 평가절하를 시도하므로, 어떤 결정을 할 때 상대주의적인 유연한 판단과 주관적 판단을 어려워하거나 실패한다.

2) 아동기의 강박증

강박증은 대개 일찍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아동기 강박증이 중요해진다. 교사가 지시한 사항을 거듭 확인하는 아동은 이미 강박증에 가까워져 있다고 본다. 이 아동에게는 사항을 정확하게 실행하여 꾸지람을 듣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그들의 마음에는 불안심리가 기초돼 있다. 이런 불안이 지나치면 심각한 강박증으로 이해된다. 이는 ‘과도한 불안장애’라는 진단이 DSM-III(1980)와 DSM-III-R(1987)에서 아동기에 나타나는 장애에 포함시킨 이유일지 모른다. 이 진단명은 DSM-IV(1994)에 와서 사라지긴 했으나, 이 장애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은 강박증의 전조적 특징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 장애의 핵심적 특징은 무엇보다 특정 상황이나 대상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과도한 염려나 두려움이 중심을 이룬다. 이 장애의 아동은 근심이 많고 지나치게 숙성한 아이들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또 강박적 의심, 과도한 순응성, 승인의 추구와 함께 완벽주의적 성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자기의 능력에 대한 과도한 관심 역시 중요한 특징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기 행동의 적절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안도감을 찾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요구를 하거나, 긴장감을 느끼며 쉽게 자신을 이완시킬 수 없다. 이러한 아동기의 부정적 특성은 부모의 과잉통제와 완벽주의적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이는 부모의 과잉통제와 완벽주의적인 성격에서 비롯된다. 그러니까 과도하게 훈육받고 성장한 아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 기회를 거의 박탈당한다. 부모의 엄격한 통제에 의해 어렸을 때부터 내면에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나 욕구를 통제하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생각과 행동에 집착하던 아이들은 성인기에 조직생활에서 요구되는 질서정연함과 적절성의 행동 모델을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이처럼 과도하게 양육되어 사회화된 아이들이 문제다. 이들은 부모의 엄격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경직되고 긴장되며 늘 불안감에 쫓기는 아이로 성장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들은 작은 실수라도 하면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낄 뿐 아니라, 생기있고 발랄한 젊은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자발성, 융통성, 창의성, 자유로움 등이 결여된다. 이런 영향으로 이들은 온갖 제약 안에 스스로를 얽어매며, 다양한 삶의 측면을 탐색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엄격하고 경직된 사고방식과 훈육방식을 가진 부모들은 아이들이 기준에 부합하여 적절하고 어른스럽게 처신하는 것을 보면서 흐믓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가정의 훈육 기능이 점차 약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잘 훈육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아이들과 비교할 때, 이처럼 강박적인 아이들이 스스로 치러야 하는 대가는 작지 않다. 자칫 안정감이 부족하고 쉽게 초조해 하며, 부모의 과도한 요구나 통제의 압박이 느슨해지는 삶의 후반에는 종종 내면을 과격하게 드러내며 폭발하는 경우도 있다.

3. 강박증의 성격적 특징

강박증에는 특이한 현상도 있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현상인데,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득실을 따지며 경중을 헤아리고 수도 없이 망설이지만, 정작 결정은 상당히 돌발적으로 무성의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단순한 사항부터 결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소모하고는, 정작 결정 자체를 순식간에 내린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최종 결정은 일종의 도약으로 ‘통제의 포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백화점에서 어떤 옷을 살 것인지 고민하며 이리저리 생각하고 또 고민하다 최종적으로는 ‘에잇 젠장할! 아무거나 사버려!’ 하는 심정으로 점원이 추천한 옷을 황급히 집어들고는 신용카드 용지에 성급히 사인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우리는 강박증의 특이한 성격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은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성격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1) 자율감 상실

강박증은 자율감에 수동적인 측면이 있다. 이런 수동적 특성은 어떤 지시, 명령, 강압적 의무 등에 유발된다. 이런 특성들은 그들의 행동으로 볼 때 내부적이다. 그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아도 자신에게 ‘역할’을 상기시키고, 마감 날짜를 계속 일러주며, 자신을 향해 계속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령과 지시 감독, 책임은 실로 자신에게 해당되는 요건들이다. 다만 그들은 자신의 내적 의지와 선택에 의해 스스로에게 그러한 명령과 지시를 내리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오로지 어떠한 당위성이나 강제적인 권위에 의해 그렇게 행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예를 들면, 그들에게는 ‘예절’이 자신을 말끔하게 옷을 입도록 만들고, ‘의무’는 친척을 방문하도록 만들며, ‘상사의 기대’는 오늘 일을 마무리하도록 만들고, ‘건강 유지 필요성’이 어느 정도의 미용체조를 날마다 요구하며, ‘정신건강’은 어느 정도의 취미와 이완을 필요로 하고, ‘문화’는 독서와 음악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일상생활임에도, 이들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들은 실제 자신의 능동적인 선택임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따르고 있다. 이때 특이한 점이 발견되는데, 그들은 그렇게 행동하면서도 스스로는 객관적 필요, 특히 도덕적 필요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절대성 혹은 외부의 압력이야말로 스스로에게 부여한 강제적인 권위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다양한 외부의 기대를 의식하면서 여러 비판의 위협, 권위적인 사람의 의견, 다양한 규칙이나 규율 혹은 전통 등을 인식한다. 이는 마치 복잡한 도덕적 원리체계를 머릿속에 지니는 현상과도 다르지 않다. 현상적으로는 그러한 기준에 강요당하기보다 스스로 권위를 인식하고 자신에게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끝없는 의무감이나 책임감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압박하며 자동화된 기계처럼 살아간다. 실로 인생의 많은 짐을 싣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열차와 같다. 열차가 주어진 철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이들은 속박된 상황에서 살아간다. 이런 속박은 연휴나 공휴일처럼 자유로운 상황에 더 불편을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의무, 책임감, 일의 부담 등이 없으면 새로운 압박과 의무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 상당한 불편감이 지배적이다.

여유로운 주말이 주어진 강박증 환자를 상상해 보자. 그는 주말의 시간 활용에 대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라고 토로할 것이다. 이 문제를 위해 자기 마음 상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심지어 이루고자 하는 꿈의 내용을 나름대로 고민할 것이다. 이는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것이지만, 행동의 동기는 역설적이다. 모두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규칙이나 이론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강박증 환자들이 스스로를 속박하는 기준과 규칙은 그 자신에게 매우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상당히 권위있는 행동 지침서이라는 점이다. 그들에게 기준이나 규칙은 비교적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틀을 제공해 준다. 이 틀을 벗어나면 심한 불편감에 빠지므로, 직장 상사의 권위적인 지시 등은 심리적 유익이 될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몰두할 수 있는 자신의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자율과 권위로의 도피’가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자율적인 영역은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세세한 기술적 사항에 국한되어 있다. 이것은 외부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마감 시간을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들의 만족감은 자기 결정과 자유스런 행위로부터 비롯되는 만족감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데서 얻는 자기충족감이며, 잠시 권위적 인물을 기쁘게 한 것에 대한 만족과 안정감이고, 때로는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된 기술적 재주와 정교함에서 비롯된 자기희열감이다.

그러나 엄밀히 생각하면 전술한 생각들은 모두 강박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당위성이다. 즉 자신을 훈계하고 걱정하도록 만드는 ‘해야만 한다(should)’는 행위인 점에서 당위성은 그들의 행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때 당위의 준거는 일종의 도덕 법칙들이라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이 도덕과 관련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도덕적 원칙을 고려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도덕성은 그들에게 ‘500원짜리 과자를 사먹느냐 1,000원짜리를 먹느냐’와 같은 사소한 문제를 놓고도 검약 정신과 사치의 문제, 나아가 윤리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지 모른다. 심지어 이런 도덕성은 상황에의 적절성, 관습적 가치, 상사의 기대 등 도덕적 가치와 관련 없는 상황에서도 절대적 의무나 당위성을 지각하며 당위라는 짐을 스스로 짊어지게 만들 것이다.

2) 유연성 결여

강박증은 대개 유연성 결여가 드러난다. 유연성 결여는 긴장감이나 경직성의 대립적 문제로, 매우 특징적이다. 유연성이나 융통성의 결여는 긴장되고 경직된 상태로 자율적 정서 경험 뿐 아니라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여유나 유연성, 자발적 행동들도 제약하게 된다. 이들에게 의도나 행위의 목적을 망각한 행동은 적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안전하지 못하고 상태를 악화시키기에, 일하지 않고 있다면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이라도 해야 한다. 그들은 끊임없는 노력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들에게 목적이나 목표 활동은 시간낭비를 막고 편안한 상태가 되는 조건이다. 다만 어떤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로 인해 그들은 반드시 행위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근거나 구실 혹은 명분을 찾아내야 마음이 편해진다.

임상경험에 의하면 어느 강박적 성격의 여대생은 공부를 하다가 쉴 때도 맘이 편하지 않았다. 긴장을 늦추거나 몸을 늘어뜨리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려면 뭔가 모를 죄책감이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이제는 쉴 만한 자격이 있어. 쉴 수 있는 대가를 이미 지불했으니까 그리 잘못된 것은 없지. 그리고 이렇게 쉼으로써 다시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테니 지금 쉬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야.’ 이렇게 정당화할 근거를 찾고 나서야 비로소 쉴 수 있었다.

소설책을 고르거나 비디오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설책을 읽는 것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떤 것이 나의 교양에 더 도움이 될까?’ 이 책은 역사 지식에 보탬이 될 것 같고, 이 책은 컴퓨터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줄 것 같고… 무슨 책을 골라야 할까?’ 망설이며 오랜 시간을 서성거렸다. 이런 식으로 살아간다면 과연 진정한 휴식이나 진정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쉬는 게 가치 있으니 쉬고, 책이 역사 지식에 보탬이 되니 읽는다면 결국 쉬는 것도 일이고 책을 읽는 것도 일이 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말처럼 되지 않는다.

3) 통제 상실의 두려움

강박증의 환자들은 종종 평소와 다른 충동을 느낀다. 이러한 충동을 느낄 때 통제하지 못하여 마구 분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는 ‘통제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강박증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평소 경직된 계획성이나 자기 의지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느낄 때 일어난다. 공격적이나 원초적인 행동은 아니더라도, 도덕이나 규칙, 계획에서 이탈하고 싶은 충동이나 유혹을 느끼게 될 경우 완전히 자신을 잃고 통제를 상실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들에게 ‘통제’는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인데, 이는 그대로 자신의 의지력을 가늠하는 지표이다.

자기통제와 의지력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언제나 갈등의 원인이 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자기 의지 패배, 자기 통제 실패, 무절제 등으로 설명하면서도 자기 불안감을 쌓아간다. 이들은 때때로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문제인데도, 그들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는 성취 좌절을 의지력 부족으로 설명하고 더욱 모질게 자기통제를 시도한다. 이들에게 자신을 통제하느냐 혹은 의지력을 제대로 발휘하느냐는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엄격한 사람들이 웃기 시작하면 특이할 정도로 흥분하고, 평소와 달리 침착성을 잃게 되며, 감정이 억제된 사람이 한번 화를 내면 몹시 흥분하여 과격해진다.

임상경험에 의하면 강박적 성격의 한 여대생이 있었다. 그녀는 다이어트를 위해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했다. 과자 한 개를 먹을 때도 칼로리를 계산하여 먹을지 안 먹을지 고민하였다. 이렇듯 엄격하게 식사와 간식의 양을 통제하였지만,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조금이라도 기준량을 초과하면 심한 불안감에 휩싸이며 안절부절 못했다. 그 후 그녀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녀는 섭식에 대한 통제를 거의 포기하고 토할 정도로 폭식했다. 이는 자기를 엄격하고 경직되게 통제하는 사람일수록 때로 더 충동적으로 행동한다는 원리에서 이해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강박증 환자들에게는 충동 통제의 어려움보다는 통제 상실로 자제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되는 달리 실제로 충동 통제력을 상실하고 광기어린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4) 결단력 결여

결단력의 결여는 일종의 우유부단함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에도 결단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은 이들에게 불편감을 주는 또다른 심리적 특징이다. 의사결정을 앞두고 느끼는 불편감이나 난처함은 종종 이들의 양가감정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의사결정시 다른 사람들과 달리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균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들은 한쪽으로 결정함으로써 균형이 기울어지면 완벽한 균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려해야 할 새로운 항목을 발견해 낸다.

이와 관련하여 그들이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일하고 휴식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결정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한 시간 놀자고 결정하는 순간, 동시에 한 시간 후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의사결정의 균형을 잡으려 한다. 이런 태도는 도덕적 원칙에 눌리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욕구나 소망이 더 불편감만을 줄 뿐이다. 오직 의무에만 충실하는 노예에게는 결정이라는 행위가 본질상 어떤 욕구나 소망을 허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유 선택이라는 짐을 지우므로 이들에게 상당한 불편감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의사결정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런데도 강박증 환자들이 의사결정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흥미롭다. 무엇에 대해 결정할 때, 결정해야 할 문제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어떤 규칙이나 원칙 혹은 기대나 요구 등을 기준으로 삼아 올바른 결정에 도달하려 노력한다.

그들은 이러한 규칙이나 원칙이 ‘올바른’ 해답을 줄 것이라 믿는다. 상황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어떤 원칙이나 외적 요구를 찾아낸다면 의사결정은 쉽게 이뤄진다. 즉 의사결정은 순전히 ‘올바른 원칙’을 어떻게 적용하는가의 기술적 문제로 탈바꿈하며, 그들은 큰 짐을 하나 덜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보기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가장 값이 싼 극장에 가는 것은 언제나 현명한 선택’이라거나 혹은 ‘가장 가까운 곳에 가는 것이 시간을 가장 절약할 수 있다’,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교육적인 영화를 보아야 한다’는 기준이나 규칙을 세우고 이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면, 의사결정 문제는 기술적 문제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기준에 맞춰 값이 싸거나 거리적으로 가깝고, 가장 교육적인 것을 찾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강박증에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들이 있다. 그들은 일정한 원칙이나 기준들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도덕성, 논리성, 적절성, 사회적 관습 등을 준거로 고민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와는 무관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고심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의 원함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당위성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그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찾아낸 몇 가지 원칙에 근거해 끊임없이 이득과 상실을 계산하며 고민한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이렇게 결정하는 모습은 생활 속 일부분이 됐다. 누군가 그들에게 왜 그 옷을 입느냐고 물으면, 옷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옷보다 더 ‘적절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미 익숙해진 그의 일상에서 벗어난 결정의 경우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럴듯하게 적용할 만한 원칙이 떠오르지 않거나 너무 많은 원칙들이 확고한 권위나 우선순위를 지니지 않은 채 떠오른다. 이때 강박적 성격의 사람들은 좀처럼 어떠한 결정에도 이르지 못하고 매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우유부단성은 사소하든 중대하든 매한가지로 나타난다. 강박증 환자들의 이러한 고통은 보통 사람들이 적절한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할 때 수고하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들은 적절한 사실을 모두 고려한 후에도 계속해서 고민하며, 계속 새로운 생각들의 가능성을 모두 찾아내다 결국에는 기진맥진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모든 가능한 순열과 조합의 수를 생각하며, 수없이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다시 말하면, 이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마치 기계를 고칠 때 기술적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듯, ‘올바른’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해결책의 탐색은 실패로 끝난다. 기술적 문제에는 올바른 해답이 있을 수 있지만, 삶이란 녹슨 기계 부품을 교체하듯 잘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5) 타인을 관여시킴

강박증은 타인을 관여시키는 현상이 있다. 그들은 그들의 의례적 행위에 반드시 타인을 관여시키려 하고, 자신의 의례적 행동에 타인을 관여하도록 강요한다. 타인의 관여는 그들의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이는 심각한 강박증의 경우 그들의 안정을 찾는데 도와줄 다른 증상을 초래하는 꼴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에는 환자에 따라 제한적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단순히 언어적 위안에만 참여시키는 경우이다.

아들과 함께 사는 이혼한 여성 강박증 환자가 있다. 그녀는 아들이 아픈데도 적절한 시기에 의사에게 가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강박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그녀의 강박적 사고는 물론 성격상 공포감이다. 이런 공포로 인해 그녀는 아들의 체온을 반복적으로 측정하고 아들의 모든 움직임을 관찰해 질병의 초기 증상을 찾아내려 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아들의 가벼운 기침에도 스스로 안심을 얻기 위해 소아과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 전화걸기가 일시적으로 그녀의 불안을 평정했지만 수 시간 이내에 그녀는 새로운 걱정으로 다시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의 걱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더욱 발전하게 된다. 그녀는 아들이 세탁 세제, 식기 세제, 또는 충분히 헹구지 않은 접시를 만지지 않았을까를 걱정해 매일 독극물 관리센터에 전화하곤 했다. 그녀는 아들의 안전에 대해 자신이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증상의 지침을 구했다. 그런 위안 추구는 의식의 한 형태이며, 모든 의식과 마찬가지로 강박적 걱정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런 강박증은 현상적으로 아들로부터 일어난 생각이 자기 내부로 내사된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는 자기 불안감이 아들에 대한 증상을 걱정하는 것으로 발전된 측면이다. 이는 마치 감정의 전이적 성격으로 불안한 부모는 그 자녀를 불안하게 만들고, 불안한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는 그 불안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특성이 드러나는 원리다.

강박증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에 타인을 관여시키는 다른 방법도 있다. 그것은 다른 증상들이 의례적 행위를 돕거나 자기 앞에서 의례적 행동을 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씻는 강박증은 종종 자신의 배우자나 아이들을 과도하게 씻기곤 한다. 확인하는 강박증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문과 창문을 확인할 책임을 할당한다. 일단 책임을 위임하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강박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어느 강박증 소년은 문과 창문이 잠겨 있는지, 냉장고의 특정한 품목 위치, 책의 위치, 평편한 표면을 가진 모든 물건을 포함해 집안의 많은 물건을 확인해야 했다. 이런 일을 혼자 할 경우 너무 고통스러웠으므로 그는 어머니에게 같이 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모든 임무를 확실히 완수할 수가 있었다. 일부 씻는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자신이 손을 몇 번 씻었는지 세도록 요구한다. 연속해서 마흔 번을 씻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일 그 수를 잊어버렸을 때 다시 씻어야 한다면 정확도는 필수적이다. 그가 가족들에게 그 수를 세서 그 임무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점에서 강박증은 무의식적 및 의식적으로 강박증이 전이되며, 그러므로 편집증처럼 공유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4. 결론: 역설적인 면이 많은 강박증

지금까지 우리는 임상적 양상에 대해서 기술하였다. 임상적 양상이란 강박증에서 매우 특징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고찰한 것이다. 누가 보기에도 쉽게 구분할 만큼 강박적인 특성이자 성격적인 것이다.

강박증의 특징적 양상에서는 문헌상 일관되게 서술되어온 특징을 갖고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그것은 1908년 프로이트(S. Freud)가 처음으로 질서와 규율, 완고한 고집 및 인색함의 3가지를 항문기 성격(anal character)의 중심적 양상이라 서술한 후 전술한 세 특성과 기타 6가지 부수적 특성이 정신분석학이나 서술정신의학(descriptive psychiatry) 모두의 문헌에 반복적으로 인용돼 왔다. 이들 9가지 특성은 중요성의 순서에 따라 감정표현 협소(emotional constriction), 질서와 규율에의 집착(orderliness), 인색(parsimory), 경직성(rigidity), 엄격한 초자아(strict superego), 끈기(perseverence), 완고한 고집(obstinacy), 우유부단(indecisiveness) 및 자발적인 성적 유발 결여(lack of sexual provocativeness)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인지방식이 독특하다는 점이 있었는데, 인식기능에 있어서는 강박증 환자들의 인지방식(cognitive style)이 독특함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지적된다. 강박증을 지니고 있거나 격리와 같은 강박적 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꼼꼼함’ 혹은 ‘예리함’으로 특징되는 인지조절기능이 뛰어남이 밝혀진 바도 있다. 오늘날 강박증 구분이나 진단에 매우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임상적 특징이다.

일반적인 강박증의 특성에서는 임상 양상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점이 중요시됐다. 일반적 강박증의 특성은 물론 성격적인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격에 의한 강박증은 밀론(T. Millon)에 의해 분류된 것을 참조했다. 밀론은 성장기의 성격 양식을 비롯하여 아동기에 엿보이는 강박증의 흔적, 성인에게서 병리적 양상으로 드러나는 강박증 장애와 강박증의 여러 변동 양상들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정상인의 강박성, 아동기의 강박증이 부차적으로 다루어졌다.

강박증의 성격적 특징에서는 강박증에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이때 특이한 현상이란 흥미롭고 재미있는 현상들이다. 일반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들과 상관하지 않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것들이다. 이는 마치 겨울에 빙판에서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웃을 일이 아니지만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현상과 같다. 이들에게 종종 관찰되는 재미있는 현상은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득실을 따지며 경중을 헤아리고, 수없이 망설이지만 정작 결정은 상당히 돌발적으로 무성의하게 하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한 사항도 결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소모하지만, 정작 결정 그 자체는 순식간에 내린다. 이는 강박증의 역설이라 해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