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기초되지 않으면 그 무엇도 팔 수 없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전체가 하나될 때 가능하다” “고객 한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얻으면 50명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는 말들은, 비단 영업인들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말일까.

전도에 뜨거운 교회들일수록 매달 전도된 새신자 계수에 민감하다는 점은, 매일 실적을 체크하는 기업의 영업부와 공통된 사안이 많다. 교회가 부흥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지역의 특색과 주민의 관심사에 맞추어가는 것처럼, 영업부도 경쟁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킬러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목회자도 사심(私心)을 가지고 교인 앞에 설교한다면 언젠가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영업인도 사심이 들어갈 때 냉정한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오니기리와 이규동> 부회장 두진문 씨.

「성공하고 싶은가? 영업에서 시작하라」의 저자 두진문 씨(오니기리와이규동 부회장)는 웅진출판 세일즈맨으로 입사해 보통 3, 4년 걸리는 실적을 불과 10개월 만에 달성하고 입사 1년 만에 판매팀장으로 승진, 정수기라는 미개척시장을 선점한 웅진코웨이 정수기 출시를 주도했다. 광고카피 ‘깐깐한 정수기’도 그가 채택한 것이다. 주부사원이란 호칭은 동기부여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코웨이 레이디의 준말인 ‘코디’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도 그의 세밀한 마케팅 감각에서 나왔다.

두 부회장은 변화하는 시장흐름을 재빨리 파악하는 일과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과 컨텐츠 개발에 능해, 그의 손을 거쳐간 식품·화장품·정수기 등은 무서운 속도로 판매돼 영업기록을 다시 썼다. 또한 그는 렌탈시스템과 비포서비스를 창안, 부도 위기에 놓인 웅진 기업이 오히려 매출 상승을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비포서비스는 애프터서비스와 달리 문제 발생 전 정기점검을 하는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두진문 부회장을 만나, 영업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과 영업인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어떻게 영업인에 입문하게 되셨습니까?

“영업을 해야 세상에서 성공하는 데 빠르겠다는 생각에 뛰어들었어요. 영업을 하면 당연히 시장을 알아야 하잖아요. 소비자 마음도 알아야 하고 트렌드도 알아야 해요. ‘내가 그걸 못하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느냐, 기본이 영업인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우리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했고,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명예롭고 보람 있는 일을 원했어요.

‘다른 사람과 똑같은 말을 하고 다른 사람과 똑같은 생각을 하면 성공할 수 없다. 남다른 전략을 가지고 말로 먼저 선포하자’ 했어요. 그리고 틀림없이 해냈어요. 그렇게 저는 마음먹은 것은 말하고 기도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말을 선포하면 응답이 있다고 믿어요. ‘난 10년 후 웅진그룹 사장이 될 거야’라는 목표로 ‘10년 후 웅진그룹 사장 두진문’이라고 명함을 새로 찍어 영업할 때 내밀었습니다. 그러면서 말했습니다. “지금은 세일즈하지만 10년 후 사장 될 겁니다. 그러니 도와주십시오”라구요. 그 꿈은 10년이 아닌 13년이 걸렸지만 마침내 이루었습니다. 항상 작정한 것이 있으면 가족과 고객에게 미리 말하고 쓰고 다녔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있어야 행복하고,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남에게도 나에게도 유익한 일을 하자’ 그래서 고객과 직원들을 섬기고 일의 성과에도 최선을 다해서 임원진으로 승진해 그 꿈이 이뤄진 거에요. 목표로 세운 것이 다 이뤄졌는데 더 교만해지고 욕심이 많아지더라구요. 이루고 나니까 나보다 더 돈 많은 사람,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욕망이 끝이 없었어요. 어느 정도 직위로 올라가면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어요. 더 불안하고 더 경쟁해야하고……. 시장이란 게 전쟁이잖아요. 한 때 잘 나가던 소니, 닌텐도도 몰락하고 모토로라 노키아도 시장에서 사라지는 걸 보면 시장은 전쟁터 같아요. 생물도 관리 안 하면 죽어버리는 원리를 시장도 관리를 안 하면 남에게 치여서 죽게 돼요.”

-영업이란 많은 분야에 있어 통찰력을 요구하겠네요.

“제가 영업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영업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공기와 산소같이 필수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알리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거에요. 아기도 울면서 태어났다는 걸 알리고, 젖 달라고 우는 것으로 배고픈 것을 알려요. 존재는 알리는 것으로 시작돼요. 하나님께서도 태초에 만물을 지으실 때 ‘빛이 있으라’ 선포하시니 빛이 만들어졌잖아요. 구원에 대한 믿음도 구원받았음을 인정하고 입으로 선포해야 그 믿음이 나에게로 오잖아요. 그것이 영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또 구원에 대한 믿음의 확신이 없으면 선포가 안 되는 것처럼, 영업에서도 제품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선포가 안 돼요. 고객은 영업사원의 목소리, 표정, 눈빛에서 알아차리거든요.

또 영업은 음식 먹는 것과 같아요.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눈으로 보잖아요. 음식의 모양과 식탁을 보고 식당의 인테리어를 봅니다. 그리고 후각으로 느낍니다. 맛있는데 냄새가 역겹다면 안 먹잖아요. 그리고 귀로 이게 어떤 재료를 사용했고 조리방법이 뭔지 설명을 듣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맛을 봅니다. 그것을 따져보면 영업의 과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 문화에 토대를 두고 있어, 유독 상업이 천대를 받아왔어요. 지금도 사업이 망했거나, 학력이 부족하거나,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뛰어드는 직종이 영업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머리가 뛰어난 인재, 혹은 철학을 가지고 영업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젊은이들이 드문 것은 영업이 3D업종이라는 편견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직·기술직이 최고이던 시대가 지나고 ‘소비자가 왕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알리지 않으면, 즉 팔지 않으면 버려지는 시대이므로,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고 누구나 영업을 해야 됩니다.”

사심(私心)이 들어가면 결국 필패(必敗)한다

-소비자는 눈이 높아 영업성과를 내기 어려운데, 매일 성과를 내야 하니 영업을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영업이 왜 안 될까요. 그것은 영업할 때 자기에게만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세일즈맨 시절, 수당이 얼마인지를 따지고 잘 팔면 승진을 한다고 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잘 안 됐고 마침내 ‘고객에게 도움을 주면 고객이 나에게 도움 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임했더니 계약이 성사되기 시작했습니다. 영업의 모든 목적이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대방을 만족시켜주면 반드시 피드백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고객의 필요를 만족시켜주면 그 만족은 회사의 수익이 되어 반드시 돌아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런 원리가 성경책에 다 나와 있습니다. 영업의 논리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동기를 발견해야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사내에서 리더가 아랫사람을 진정 위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희생할 때 그 조직은 사랑으로 하나되게 마련입니다.”

-경영과 영업은 얼마나 관련이 있나요.

“인사와 총괄 관리가 경영이라면, 영업은 그 속에 속한 한 부서에요. 하지만 영업을 잘 하면 경영을 잘 할 수 있어요. 영업은 시장을 잘 볼 줄 알아야 하죠, 상대방에게 무슨 필요 있는지 눈치가 백단이어야 하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감성까지 읽어야 하고, 그래서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구요. 이것들이 결국 경영관리에도 포함되어 있어요.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CEO의 영업 마인드 부재 때문입니다.

IMF를 거치면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재벌 2세들이 경영하던 기업들이 유독 경쟁에 버티지 못하고 퇴출되었습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경제 수준이 높은 나라에 유학을 떠나 선진 경영기법을 배우고 돌아왔고, 선친이 맨손으로 일군 기업에 팀장급으로 입사해 일찌감치 경영수업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무너졌습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업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실물 경영에 강한 기업은 절대 쓰러지지 않습니다. 경영자가 밑바닥에서부터 영업을 배우고 익혀 최고의 자리에 올라왔다면, 그리고 경영자의 마음이 깨어 있다면, 그 기업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도, GE와 크라이슬러 경영자도 세일즈맨 출신입니다. 돈이 우리 몸의 혈액이라면, 영업은 심장과 같습니다. 영업이 제대로 움직여야 기업에 돈이 돌고, 신규사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세기의 신제품을 들고 나와 히트시키는 이면에,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애플사 영업조직이 든든히 뒷받침해주고 있는 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영업을 잘 하는 사람은 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웅진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JM글로벌 대표를 맡고 얼마 안 돼 부도가 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셨는데요.

▲두진문 부회장이 펴낸 신간「성공하고 싶은가? 영업에서 시작하라」(홍성사).
“창립 3개월 만에 100억, 첫해 매출 870억을 달성하는 등 모든 것이 순탄했지만, 성공에 취해 단기자금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터진 걸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베드로와 유다의 꿈이 뭐였을까 묵상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많은 기적을 일으키시기에 로마 황제나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나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지않을까’ 그런 사심(私心)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내가 원하는 것 때문에 위를 섬기는 베드로, 유다가 가진 그런 사심이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내가 이런 걸 가지면 만사 불행 끝 행복 시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더라구요. 불안해지고 불행이 더 커져서 염려로 들어오는 순간 감사와 기쁨이 사라져요. 신기하게도요. 인간은 나약해서 세상의 신기루에 쉽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철저히 낮아지는 고통과 고난 속에서 나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나는 누구인지 통절하게 깨달으며 회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세상에서 출세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하나님 나라 확장이 목적이 됐습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요.

“제 꿈이 뭐냐면 하나님께서 응답주시는대로 살고자 합니다. 이전에는 ‘주세요’하는 삶이었다면 이제는 하나님께 칭찬받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전에는 내 마음대로 살다가, 이젠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과 예수님의 지상명령이 뭔지 알았고 왕이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왕자답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 활동 계획은……. 이 책을 보면 영업인 지침서이기도 하지만,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에게 지침이 될 내용도 다루고 있어요. 저에겐 사람을 가르치는 은사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제가 하나님께 매 맞은 경험으로 깨달은 것을 간증하면서 ‘매 맞고 무릎 꿇을 거냐, 아니면 정상적일 때 무릎꿇을 거냐’를 전해주고 싶어요. 또 어려운 사람들 구제하는 말을 해주고 싶고, 부도 맞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간증을 하고 싶습니다.”

저자 두진문은

1959년 출생. 경영학 박사, 국내 최초 세일즈맨 출신 전문경영인, 전 웅진코웨이 사장. JM글로벌을 창업한 그는 수백억 매출의 급성장을 이루지만, 쓰라린 부도와 파산을 경험하며 영업과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한샘 사장을 거쳐 현재는 외식업체인 오니기리와이규동 부회장이자 변함없는 영업인으로 현장을 뛰며, 이 땅의 많은 영업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영업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들 한다. 일은 정말 고되지만 그만큼 나는 영업인이라는 직업이 늘 자랑스러웠다. 상품에 대한 자부심, 긍지,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처럼 어찌 보면 순수하기까지 한 마음가짐을 영업인은 늘 간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