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이 사라지고 있다고 서울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고교 과학 교과서를 출판하는 인정교과서 업체 7곳 중 교학사·천재교육·상상아카데미 등 3곳이 지난 3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교육과학기술부(과과부)에 제출한 ‘말(馬)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청원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재교육은 ‘말의 진화’를 ‘고래의 진화’로 대체키로 했고 나머지 출판사는 삭제할 예정이다. 교학사 측은 “저자들이 청원을 두고 논의한 결과 학술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교진추는 지난 해 12월에도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청원서를 제출, 금성·천재교육·교학사·상상아카데미·더텍스트·미래엔컬처 등 6개 출판사가 관련 부분을 수정하거나 삭제키로 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진추 측이 “‘인류의 진화’ ‘핀치새가 섭식 습성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달라지는 것’ ‘후추나방의 색이 변하는 것’ 등 교과서에 있는 다른 진화론 관련 항목도 삭제하도록 청원할 계획”이라며 “다윈의 진화론이 정설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을 인용했다.

이 매체는 이번 일로 인해 생물학계가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일부 학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조새의 고생물학적 의의는 인정돼야 한다’는 개정 청원을 준비 중이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몇몇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도 “진화론 지키기에 나서자”는 의견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진화론에 대항하는) 새로운 이론이나 논란에 수세적으로 대응해 온 과학계의 태도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