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교수.
본 원고는 지난 3월 28일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주최 제16회 영익기념강좌에서 박명수 교수(공공정책 포럼 대표)이 발표한 ‘이명박 정부 시대의 정치와 종교: 불교와 기독교를 중심으로’입니다. 본지는 당시 강좌 주요 내용을 보도했으나, 전체 내용을 알고 싶다는 독자들의 문의에 따라 이를 몇 차례에 나눠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3.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법 개정

자연공원법과 더불어 불교계가 가장 중요하게 개정작업을 추진한 것은 전통사찰보존법이다. 원래 1962년 불교재산관리법이었던 것이 1987년 전통사찰보존법(일명 전사법)으로 개칭됐는데, 이 전통사찰보존법 14조에 의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사찰의 보존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에 근거해 불교계는 매년 100억에 가까운 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되었다. 하지만 불교는 2009년 3월 국회에 요청하여 이것을 보다 명확하게 ‘전통사찰보존및 지원법’으로 명칭을 개칭하고 지원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 새로운 법령에는 불교전통문화유산의 보호및 보존을 위해서 전통사찰문화연구원을 설립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을 위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294억이 투자될 계획이며, 이 중 상당 부분은 국가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등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다. 원래 이 법안은 조계종에 위탁하여 관리하도록 돼 있었지만 국회 법사위에서 정부출연 연구원을 특정종교에 맡길 수 없다고 해서 별도 법인을 만들도록 하였다. 만일 별도 법인이 이 연구원을 운영하게 된다면 그것은 원래 조계종이 의도하던 바는 아니다. 불교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는 이 개정법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것이 지난 2011년 말 새로운 내용으로 대폭 개정되었다. 새로운 전통사찰 보존및 지원법은 먼저 지난번 문제가 되었던 전통사찰문화연구원을 폐지하고, 기존 법을 여러 측면에서 뛰어 넘어 새롭게 수정하였다. 과거에는 ‘불교전통문화유산을 보존 지원함으로써’ 라고 되어 있던 전사법의 목적을 이제는 ‘문화유산을 보존지원함으로서 전통문화의 계승한다’고 목적을 바꿨다. 불교라는 종교 색채를 약화시키고, 전통문화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강화한 것이다. 아울러 기존에 존재했던 분규시 정부의 재산관리자 임명권, 그리고 재산목록의 보고 등 여러 규제도 삭제되었다.

새로운 법에 의하면 정부의 보존 및 지원 책임을 과거에는 사찰 내에 국한했는데 새로운 법에는 인근 토지를 포함하는 전통사찰보존지로 확대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통사찰의 보존 및 관리 뿐만 아니라 활용까지 지원해야 할 의무를 명백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전통문화를 통해 불교를 간접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활용의 의무를 부과한 것은 정교분리를 위반한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새 법은 문화유산의 범주를 불교의례, 불교예능, 세시풍속, 전통문화행사 등까지 확대했다. 사실 이렇게 되었을 때 실질적으로 정부는 불교의 상당한 종교행위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교분리의 범위를 넘어선다.

전통사찰 가운데는 방제시설이 취약해 재난으로 전통문화가 소실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05년 4월 화재로 인해 강원도 낙산사(유형문화재 35호)가 전소되고, 동종(보물 479호)이 소실되었다. 새로운 전사법에는 정부가 전통문화의 방재시설에 예산을 지원할 의무를 갖게 되었다. 이 방재시설에 국가는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2012년 사업계획서에 의하면 전국 98개 사찰에 약 250억의 예산이 소요되며, 이중 약 20%는 각 사찰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의 전통문화 지원의무를 인정하지만, 동시에 불교는 다른 종교가 누리지 못하는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는 것도 사실이다.

불교 조계종은 이 새로운 전사법이 불교의 지난 백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 말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우선 공원법을 통해 전통사찰이 지원받도록 돼 있는데, 또다시 전사법에서도 지원한다면 이는 이중 지원이며, 여기에 공원 입장료까지 합하면 과연 불교 사찰은 종교집단인지 문화관광시설인지 의심스럽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것은 문화·관광의 이름을 빙자한 특정종교 지원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정부가 종교에 대해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가 불교의 재산 및 기타 행위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범위를 넘어선 지나친 지원은 결국 정교분리를 해칠 뿐 아니라 결국 불교에도 심각한 독이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전사법에 대한 비판은 불교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를 지낸 김영국 씨는 한 마디로 전사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국가와 조계종이 결탁하여 사찰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전사법에 따르면 사찰 매매에 있어 조계종의 허락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불교에 대한 조계종의 통제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또 국가의 보존및 지원을 받는 전통사찰이 너무나 많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2011년 8월 통계에 의하면 전통사찰은 939개인데, 이중 국가, 지방 지정문화재, 사적, 명승, 민속문화재, 기념물, 문화재 자료, 등록문화재 중 하나라고 갖고 있는 사찰이 441개로 전체의 47%이며, 나머지는 위 문화재 중 한 개도 갖지 않은 채 전통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 전통사찰 중 약 150여곳이 개보수를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데, 평균 액수는 2010년 기준 약 6,100만원이다.

이중 상당수는 문화재가 하나도 없으면서 정부로부터 혈세를 받아가고 있으며, 이것이 개신교로부터 ‘특혜지원’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1976년에 창건된 절마저 전통사찰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김용국 씨는 불교문화 보호는 다른 종교의 문화재와 같이 문화재관리법에 의해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전사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논쟁

템플스테이가 한국 종교계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대구 팔공산 국제불교테마공원 건립문제 때문이었다. 2010년 봄 대구시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약 1200억을 투자해서 팔공산에 국제불교테마공원을 설립한다고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동화사 경내에 국제관광선원을 설립하고, 대장경을 판각한 부인사 유적지를 중심으로 초조대장경 천년 르네상스 문화공원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0년 약 110억원을 들여 국제관광선원 건립을 추진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대구 기독교총연합회가 여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였다. 대구는 다종교사회인데 특정종교의 이름을 붙인 공원을 설립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였다. 여기에 대해 대구시는 현재 추진중인 관광선원을 제외하고 다른 사업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구시는 템플스테이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지원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발하였고, 정부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였다. 여기에 불교계는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이후 2010년 가을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문제로 정치권과 불교 사이에 갈등이 상당히 고조됐다. 2010년 봉은사 주지 명진의 퇴진 문제로 한나라당과 정부는 갈등관계에 있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소위 좌파 승려가 봉은사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았다고 주장하면서 커다란 갈등으로 비화되었다. 성난 불심을 달래기 위해 한나라당은 불교계에 템플스테이 예산을 증액시키겠다고 약속했고, 야당도 여기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2010년 문광부는 기독교계로부터 템플스테이 예산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책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실제 템플스테이 지원은 처음에는 홍보물 제작 등의 지원으로 시작하여 점점 확대되어 전국 각 지역에 템플스테이 센타를 건립하기에 이르렀다. 2004년 18억으로 시작되었던 예산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과 2010년에는 185억원으로 10배 인상되었다. 한국 기독교는 이런 현실이 지나치게 특정종교 편중이라 비판하였다. 그리하여 2011년 불교의 템플스테이 예산이 122억으로 축소되었다.

하지만 예산이 삭감된 이유는 서울 신정동에 있는 국제 선센터 지원 같은 특별사업이 종료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산 삭감은 불교계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조계종은 한나라당과 정부 인사들에게 조계종 사찰 출입금지령을 내리고, 4대강 반대사업을 전개했다.

당황한 정치권은 불심을 달래려 많은 노력을 하였고, 여야 의원, 정부 관계자들이 다 템플스테이를 신청하여 전통문화 체험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계종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성명을 냈고, 정부는 적당한 기회와 방법으로 예산을 증액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정부는 예산을 주겠다고 하고, 조계종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역사에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불심을 달래기 위해 전통문화발전특위를 구성하여 대책을 발표하고,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였다. 그것은 바로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법의 개정이다.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논쟁은 한국 사회와 종교계에서 중요한 논쟁을 가져왔다. 일부 불교계에서는 불교도 더 이상 정부 예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인상된 정부 예산을 받아들였고, 새롭게 얻어진 전사법 개정에 매우 흡족한 표정이다. 그래서 불교계는 이를 100년만의 쾌거라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쟁 가운데서 일반 시민들은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불교계에 들어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불교계가 엄청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 템플스테이로 엄청난 정부 예산이 투여됨에도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정부는 정부 지원 행사나 사업에 대해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5. 연등축제의 무형문화재 지정

불교가 정부에 요구한 사항 가운데 하나가 연등제의 무형문화재 지정이다. 조계종은 2007년 7월 연등회 중요무형문화재 지정계획을 수립하고, 불교의례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해 <연등회 학술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후 문광부와 불교의 봉축행사 기획단은 2008년 연등회를 앞두고 ‘연등회의 역사와 전통’이라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고,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계속하였다. 그리하여 조계종은 2009년 1월 연등회 중요 무형문화재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였는데, 명의는 조계종이 아니라 연등회보존위원회라는 이름이었다.

지정신청서를 접수한 문화재청은 2009년 4월말 현장 조사를 하였고, 2009년 7월 심의를 했는데 결과는 부결이었다. 당시 문화재청은 부결이유를 “전승에 있어 고증과 재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연등회가 과연 과거 연등회를 계승하고 있는가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조계종은 다시 2009년 9월 한국민속학회와 함께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와 한중일 연등축제의 비교’를 주제로 연등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고, 12월에는 ‘연등회 전통성 규명을 위한 특별좌담회’를 갖기도 하였다. 그리고 많은 보완 작업을 거쳐 2011년 4월 다시 문화재청에 지정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문화재청은 5월에 현장 조사를 거쳐 7월에 심사했으나 지정을 보류하고 재심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재심사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보통 무형문화재 심사 결과는 가결, 부결, 재상정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불교계의 강력한 반발이 주된 이유라 생각한다. 정부는 불교계를 달래기 위해 연등축제의 문화재 지정과 유네스코문화유산 지정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그 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분과는 2012년 1월 27일 회의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로 결의하고, 이 사실을 예고하였다.

그러면 왜 두 번씩이나 연등회는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에서 부결되거나 보류되었는가? 민속학자들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등회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일본 아이치(愛知)대학 편무영 교수는 현재 연등회는 한국의 전통적 연등회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과거 고려와 조선 시대 문헌과 일제 시대, 그리고 최근 불교에서 행해지는 연등회를 비교 분석한 결과, 현재의 연등회는 과거와는 다른 몇 가지 차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과거에는 연등행사가 주였지만, 현재는 연등과 더불어 하나마츠리(花祭)라는 새로운 내용이 첨가됐다. 이는 연등회 때 가슴에 꽃을 달아주는 행사인데, 일제 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둘째, 봉축행사 문제다. 원래 연등제에는 봉축행사가 없었는데, 일본이 기독교를 중심으로 서양문명에 대항하고, 내선일체 등 일본의 정책을 선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식적인 행사를 만들어 학생들을 동원하고 시국강연을 했다. 다시 말하면 봉축행사 자체가 일본의 조선침략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무형문화재의 핵심은 바로 우리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인데, 역사적 전승이 불확실하고 나아가 친일적 요소가 있는 연등회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이다.

편무영 교수에 의하면 현재의 초파일도 일제 시대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제 시대 사월 초파일이 관의 도움을 받거나 관 주도로 이루어진 것 같이 현재도 불교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초파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선거 때마다 대선주자들은 불심을 얻기 위해 전국 각 사찰에 연등을 달기도 한다. 한 초파일에는 전국사찰 800여 곳에 신한국당 김영삼 총재의 이름을 연등에 달았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연등회를 맞이하여 행사에 참석해 봉축사를 낭독하고, 연등회를 지역 문화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초파일을 맞아 봉축메시지를 발표한다.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 연등회를 지원하는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2009년 한 해에 정부는 부산시민 연등축제에 3억, 조계종 연등회의 등 축제에 4억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09년 정부의 비문헌 전통종교문화 유산에 지원한 것이 14억 2천 2백만원인데, 이 중 성균관에 지원된 2천7백만원을 제외하고는 다 불교로 들어갔다. 이는 전통문화를 빙자한 특정종교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