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서울신대 제공

서울신대 기독교영성연구소 발족 및 존 웨슬리 회심기념 세미나가 16일 오전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 성봉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그리스도의 영성을 찾아서’를 주제로 신한열 수사(프랑스 떼제공동체), 이강학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등이 강의했다.

서울신대 기독교영성연구소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 정신과 웨슬리 신학, 그리고 성결교회 전통에 근거한 영성을 바탕으로 영성 관련 다양한 주제들을 연구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연구소측은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목회와 신학 발전에 공헌하고, 교단 목회자 및 평신도, 서울신대 구성원들의 영적 성장과 한국 교계의 영성 이해 증진을 꾀할 예정이다.

연구소 초대 소장에는 김희성 교수가 운영위원으로는 최동규·박창훈·조성호 교수 등이 선임됐다. 이들은 연 2회 세미나 개최, 매달 ‘영성의 고향’ 모임, 학술지 ‘기독교 영성신학’ 출간 준비, 계간지 ‘영성 마을 이야기’ 발간 등을 계획 중이다.

전통적인 영성지도를 돌아보고 오늘에 활용하다

이강학 교수는 ‘영성지도의 어제와 오늘’ 발표에서 “한국에서는 영성지도가 이제 소개되는 단계이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이미 부흥기를 맞았을 정도로 현재 관심이 높다”며 “영성지도는 내적 추구와 오순절적 은사 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으면서 사회 참여와 실천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공존하는 가운데서 성령의 역사를 잘 분별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영성훈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기독교 영성지도’란 성숙한 기독교인(영성지도자)과 다른 기독교인(피지도자)이 맺은 계약적 관계의 과정으로, 피지도자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하며 하나님의 뜻을 식별(discernment)하고 깨달은 대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는다. 영성지도의 전통적 모델로는 부모와 자녀간, 스승과 제자간, 신부와 고해성사자간, 영적 친구 간 등을 들 수 있다.

과거 영성지도의 특징은 첫째, 영적 진보의 단계를 나눠 피지도자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식별한 후 적절한 영성훈련을 실시했고 둘째, 지도자들은 지시하고 피지도자들은 이에 순종하는 구조였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피지도자가 경험을 말하면 영성지도자가 여러 방법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심화시키도록 도와주는 게 보통이다.

▲이강학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서울신대 제공
이후 이 교수는 영성지도의 현대적 이슈를 전통과 이야기, 심리학과 상황, 문화 등 다섯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전통(tradition)에 대해서는 “영성지도의 역사를 살펴보려는 노력의 동기에는 목회상담과 심리치료의 통찰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목회에 대한 반작용이 있었다”며 “지나친 의존으로 말미암아 목회자의 정체성에 혼란이 일어났고, 영적 전통 자체와도 단절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고전적 영성지도의 일곱가지 특징으로 ①우정의 관계 ②성사적 고백과 죄의 사면 ③훈련이나 기술보다 거룩함과 영적분별 증대에 관심 ④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한 과정 ⑤영성지도자의 중요한 역할 ⑥개인적으로 기도하는 법 전수 ⑦구원이 주 목적 등을 꼽았고, 영성지도가 관리와 비용보다는 신학과 영성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야기(narrative)에 대해서는 “영성지도의 주요 소재가 피지도자의 삶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연구하는 것은 영성지도에서 중요하다”며 “영성지도에서 지도자의 반응은 피지도자가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도록 돕고, 피지도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적·영적 정체성 구성을 돕는다”고 이야기했다.

심리학(psychology)과 관련해서는 “심리학적 실습과 영성지도는 목적과 방법에 있어 두드러지게 구분되지만, 자아통찰과 몸의 중요성, 무의식과 성(性), 자유와 책임감 등을 탐구하는 심리학적 과정은 영성지도에 매우 유용하다”며 “영성지도와 심리학적 실습의 관계를 볼 때 영성지도자들과 목회상담가들은 그들의 역할을 더 효과적으로 성취하기 위해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대 영성지도의 또다른 특징은 다양한 상황(context)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며 “성과 나이, 거주지역과 직업, 신체적·정신적, 개인과 공동체, 경험과 구조, 문화적 차이점 등 영성지도는 그 적용에 있어 수많은 가능성들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을 영성지도하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통해 초월적 방법(transcendental method), 문화의 독특성과 유익 인식, 양문화·다문화적 접근 등의 관점에서 ‘문화간 영성지도(cross-cultural spiritual direction)’를 설명했다. 그는 “문화간 영성지도를 다루는 여러 자료들은 다문화를 깊이 체험중인 한국교회에서 이뤄질 영성지도에 무척 유익하다”고 했다.

이강학 교수는 “자료들을 분류하면서, 현대 영성지도에 대해 느낀 점은 △이미 북미 지역에서 중요한 사역 중 하나로 인식되고 △전통 안에서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역사적·교단적 정체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오해를 극복하고 있으며 △이야기학·심리학·문화학 등 일반 학문의 이론들을 적극 참고하여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피지도자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의 경험을 더 효과적으로 경청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서울신대 내에 영성연구소가 설치되는 것은 영성지도 사역이 한국교회에 적용되는 좋은 통로가 되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웨슬리의 영성지도를 기반으로 현대적 영성지도를 연구하고 한국교회 목회현장에 접목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