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 정상화를 위한 1차 포럼이 서울 영락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소위 ‘강의석 사태’로 촉발된,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2010년 사회적 이슈가 된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평준화제도’ 안에서 종교교육의 자유는 일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후 종교교육은 위축됐고 기독사학들은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영락교회 학원선교부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25일 오후 서울 영락교회에서 ‘한국 기독교학교에서의 종교교육 자유의 현실과 진단’을 주제로 ‘기독교학교 정상화를 위한 1차 포럼’을 개최했다. ‘강의석 사태’ 이후 기독교학교 종교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주최측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 달 중 2차 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첫 발제자였던 함승수 목사(영락교회 학원선교부)는 “문제는 기독교학교들이 가지는 종교교육의 자유와 학생들에게 있는 소극적 종교행위의 자유가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법원은 ‘종교적인 중립성이 유지된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은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고,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도 가능한데 이 경우에는 학생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평준화제도 안에서의 종립학교라는 것을 전제할 때 이러한 판결은 수긍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그러므로 강제 배정된 학생이 존재하는 한 전통적인 종교교육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종교교육이 요청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 목사는 “궁극적으로 기독교학교는 종교교육의 자유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동안, 즉 종교교육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이 강제 배정되는 현실에선 전통적인 종교교육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종교교육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 기독교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의 현황과 한계’를 주제로 이어 발표한 우수호 목사(대광고등학교 교목)는 ‘강의석 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달라진 학교현장을 소개했다.

우 목사는 “지금 국내 기독교학교의 상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상을 입고 자연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의 모습”이라며 “이전에 비해 교육청의 종교교육 장학지도가 더욱 구체화됐고 단호해졌으며, 이로 인해 종립학교들이 심리적으로나 실제 운영에 있어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의석 군에 대한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많은 기독교학교들이 건학이념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종교과목 편성과 운영에 있어 양보 없이 교육당국을 오히려 설득하며 건학이념에 따라 교과를 편성하고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판결 이후 종교과목과 함께 철학, 환경 등을 복수개설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예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하고 있다. 많은 기독교학교들이 이전보다 한 발씩 양보한 상태인데,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확연히 달라진 학교현장을 소개했다.

우 목사는 “아쉬운 점은 우리가 우리 안에서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저마다 논리를 웅변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울타리 밖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종립학교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동시에 세상의 문제이다. 어떤 형태이든 우리의 입장을 밖을 향해 말해야 하고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는 “한국교회, 특히 장로교의 경우 일제의 탄압에 맞서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강력하게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초기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는 더불어서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유지하고 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오늘날 공교육과 종립학교의 관계 속에서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과 정체성은 도전받고 위협받고 있다”며 “우선 기독교학교를 포함한 사립학교를 공교육 체계 속에 편입시킴으로써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무시되고 준 공립화 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그리고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 편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주장으로 기독교학교에서의 기독교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는 이러한 종립학교의 위기 속에서 기독교학교의 최후의 존립기반으로서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지키고 기독교학교를 통한 하나님 나라 추구를 위해 최선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