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원의 행복

▲조성래 목사(한국재난구호 이사장).

얼마 전 아내 때문에 병원을 동행한 일이 있었습니다. 길가에 차를 주차하고 잠시 쉬고 있는데, 행상을 하는 듯싶은 장애인이 무거운 휴지를 들고 다리를 절름거리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오면 올수록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휴지를 팔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행상에 나선 그 모습은, 삶에 희망을 주는 장면이기도 하였습니다.

차에서 얼른 내려 “휴지가 얼마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다리도 절름거리고 언어에도 장애가 있었습니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될 정도의 말로 “한 줄은 오천원이구요. 다섯 개 몽땅 이만 오천 원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얼른 휴지를 받아들고 삼만 원을 손에 들려 주었습니다. 돈을 받아 든 그 사람은 거스름돈을 주려고 불편한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스름돈은 필요 없습니다. 점심 때 점심이라도 사 드세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저를 바라보던 그 분은 눈물을 머금으면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몇 번을 되풀이하여 말하였습니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의 표현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서 가다가 인사, 한참을 가다가 또 돌아서 인사, 멀리 횡단보도에 서서 바라보면서 또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그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일 이었습니다.

단돈 오천 원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비록 육체는 장애인일지 몰라도 정신만큼은 건강한 사람보다 몇백 배 아름다운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를 모르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만 원의 씁쓸함

지난 수요일 날 동대문 운동장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아내와 길을 걷고 있는데, 길가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버려진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치다 문득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얼른 아내에게 짐을 건네주고 그 사람을 불러 “식사라도 하세요” 하면서 만 원을 건네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당연한 듯이 돈을 받아쥐고 아무런 말 한 마디 없이 ‘휙’ 돌아서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 하지만, 그래도 왠지 내 마음은 씁쓸해졌습니다.

어떤 사람은 장애의 몸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반면, 어떤 사람은 건강한 몸인데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 속에 있으며, 건강한 삶에 있습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평과 원망 시기와 질투, 그렇게 이기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이런 사람들을 교회는 참 행복으로 안내해 줍니다. 삶에 지치고 병든 사람들에게 소망과 꿈을 주며, 이기적인 삶에서 행복을 나눠주는 삶으로 변화시켜주는 행복한 곳이 교회입니다.

조성래 목사(풍성한교회 담임, 한국재난구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