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감 때문에… ‘자격 미달’ 신학 논문 양산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교회로 돌아온 신학] 8-신학자의 글쓰기

크리스천투데이는 [교회로 돌아온 신학]을 제목으로 연중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신학이 사변화되고, 교회나 신앙과 동떨어져 따로 존재한다는 현실인식이 이번 기획을 추진한 배경입니다. 본지는 한국교회 신학의 다양한 면을 살펴, 보다 쉽고 실제적인 신학의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한 해 수백 편의 논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확한 글쓰기가 뒷받침된 논문은 드물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른 글쓰기에 대한 신학자들의 관심에 요청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한 해 수백 편의 논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확한 글쓰기가 뒷받침된 논문은 드물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른 글쓰기에 대한 신학자들의 관심에 요청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삼위일체로서의 하나님의 내주하심은 인간의 고난과 십자가와 부활을 경험함으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신앙의 본질로서의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것으로서의 깨달음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서, 삼위일체적 기독론의 관점에서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인 됨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가. 말하려는 의미는 대충 알겠지만 정확한 뜻을 한번에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문장이다. 학창시절 작문시간에 ‘예문’으로 등장했던, 비문(非文)과 복문(複文)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수식어도 지나치게 많다. 쉽게 고치면 이렇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내주하심은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고,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그 정체성을 분명히 깨닫게 한다.”

보다 명확해졌다. 전혀 복잡하지 않은 문장이다. 독자들에게 ‘해독’의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앞선 문장은 달랐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뜻을 제대로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만약 ‘신학 논문’이 이렇다면 어떨까. 평신도는 물론이고 신학자들조차 읽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신학 관련 논문들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논문 절반 이상이 틀린 문장

한 해 신학자들이 발표하는 논문의 수는 수백 편에 달한다. 여기에 석사, 박사 등 학위 논문까지 더하면 그 양은 훨씬 더 많아진다. 모두 학술지나 학회지, 세미나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는데, 이것들 중 제대로 골격을 갖춘 논문다운 논문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 같은 ‘비자격’ 논문들이 양산되는 원인 중 하나로 ‘잘못된 글쓰기’가 꼽힌다.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는 한때 학술지 편집장과 편집주간 등을 맡으면서 국내 신학자들의 작문 실력을 피부로 느낀 바 있다. 그는 “신학자들의 언어 표현 방식과 의미 구성적 문법이 취약하다”고 털어놓으며 “신학자들의 논문 수백, 수천 편을 읽고 교정하는 과정에서 뼈 아프게 체험하고 성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인 경우 어떤 논문은 문장들의 절반 이상이 거의 문법적으로 틀리거나 어긋난 문장들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바르지 않은 엉성한 문장들이 너무 많았다”며 “정확한 문장과 표현으로 글을 쓰는 신학자가 이토록 적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교육과 훈련 부족, 비평 생략이 주요 원인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차 교수는 “신학자들이 열심히 공부와 연구를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했다. 또 “형편 없는 글들이 정밀한 비평의 절차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함부로 활자화되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결국 “글쓰기의 교육과 훈련이 절대 부족한 신학자들이 양적으로 그냥 써야 한다는 강박과, 그들이 그것을 유통 및 소통시키면서 비평적 대화의 타자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게 차 교수의 결론이다.

신학생들의 교육과정에서도 글쓰기는 간과되고 있다. 학부와 신대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학교 커리큘럼에서 글쓰기 관련 과목은 주 1회 편성돼 있다. 그나마 필수가 아닌 교양일 경우 학생에 따라 글쓰는 방법을 아예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국내 대표적 신학교의 한 학부생은 주 1회 3시간 과정인 이 학교 글쓰기 관련 과목에 대해 “들여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문장을 시작할 때 한 칸 들여쓴다는 ‘원고지 작성법’의 기본을 말한 것인데, 초등학생도 아는 수준이다. 글쓰기 수업이 별로 유익하지 않다는 걸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차 교수는 “신학교에서 교수들이 먼저 글쓰기 분야에 분발해야 한다”며 “선생이 제 자리에 안착할 때 신학교 또한 학생들을 위한 글쓰기 교육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생들 역시 “말과 글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문화적 선교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글쓰기 형식 개발, 발상의 전환 필요

그는 “(국내 신학계에서) 자신의 글을 먼저 검증받고 서로 비평하는 비평 공동체가 절실히 요청된다”며 “독자와의 소통과 대화를 위한 글쓰기의 상호작용이란 견지에서 하나님의 제반 현상을 평이한 언어로 재구성해 끊임없이 새롭게 드러내고 유통시키기 위한 신학적 글쓰기의 작업이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글쓰기는 단순히 의미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실천하는 향유와 도전”이라며 “서구전통에 유착된 논문쓰기의 고정된 틀을 해체, 재구성해 다양한 글쓰기의 형식을 개발하고 그 독특한 형식 속에 하나님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계시를 담아내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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