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장 강박증이란 무엇인가

강박증은 정신과 4대 질환 중 하나일 정도로 매우 흔한 질병이다. 이 강박증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10대 질환에 선정됐다. 전체 국민의 2-3%는 병원에서 치료해야만 할 정도의 강박 장애환자다. 이 질병은 대부분이 청소년기에 시작됨에도 긴 시간 수치심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참아 넘기거나, 스스로 고쳐보려 노력하면서 지내는 편이다. 그러다 증상이 악화되어 괴로움이 심해지면 치료자를 찾는다.

1. 강박증의 정의

강박증(obsessive disorder)은 집요한 생각에 지배되는 현상이다. 이 지배적 현상은 정신에서 병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강압적으로 밀려드는 고집센 관념은 개인의 이성(理性)이나 의지(意志)에도 불구하고 부적합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증상은 정신을 지배하는 관념에 선점(先占)된 것으로 항상 불합리한 행동을 암시한다.

강박적 행동에는 반드시 저항하기 곤란한 충동이 작용하는데, 이 충동은 자기의 보다 좋은 판단이나 의지에 대립되는 것으로 어떤 행위를 행하고자 한다. 이런 강박적 충동에 사로잡히면 원하지 않는데도 어떤 생각이 떠올라 불안하게 되고,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이나 생각을 되풀이한다. 이런 강박증의 정의에 따라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사고의 집착성이 강하다. 강박증은 집착성이 특징이다. 이런 집착성이 신경증적으로 되면 환자의 행동을 지배하는 강박관념을 특징으로 하는 강박신경증이다. 이는 어리석은 행위나 의례적 행동을 환자 자신에게 강요하며, 원하지 않는데 반복되는 생각 또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강박적 충동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강박증을 인격장애적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데, 올바른 질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엄격한 고집을 특징으로 한다. 과도한 억제, 지나친 양심적 강박, 과도한 성실성, 결단 주저, 완벽성을 나타내 긴장을 풀지 못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더러운 것이 묻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수시로 손을 씻거나 샤워하는 것, 가스밸브나 문을 잠그고도 안심이 안돼 수시로 점검하는 것, 정리정돈이 안 되면 불안해지는 것 등이 대표적 증상들이다.

둘째로 편집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강박증은 특성상 편집증과 유사하다. 매우 집요하다든가 지적 정신병인 점, 타인에 대한 투사를 기제로 하는 점 때문이다. 실제 프로이트는 강박증을 편집적 사고와 같은 유형으로 분류한다. 특히 투사는 자신의 나쁜 면과 악한 면을 외부로 투사함으로써 스스로를 나쁜 증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는 측면이 강하다.

강박증 환자는 자신의 지적 열등감을 주로 투사한다. 그들은 내부로부터의 판단을 외부로 투사하여, 즉 외부로 향함으로써 내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할 수 있다. 이는 강박증이나 편집증의 집요함을 설명하는 특징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자신이 견딜 수 없는 것에 대해 강박적 및 편집적이 된다”고 말했다. 강박적·편집적인 것이란 대개 억압되고 고통스러운 생각들이므로 그 고통스러운 생각은 자기 비난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여기에 프로이트는 투사 기제는 보통 정상적인 삶에서 경험되며, 내적 변화가 외적 원인 때문이라 추정하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느꼈다. 그 과정은 내적 변화를 인식하는 한 비교적 정상적이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는 비정상적으로 된다. 이런 점에서 프로이트는 강박증을 편집증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정상적인 정서 상태라 할 수 있는 굴욕감이 병리적으로 빗나간 형태로 보았다. 강박증의 주된 징후는 타인에 대한 불신 또는 과도한 민감성이므로 투사 기제는 자기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거부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어의 부분적 실패, 그리고 그에 따른 억압된 생각이 왜곡된 형태로 되돌아오는 것은 자아의 2차적 변화를 가져온다. 이는 우울의 형태, 즉 왜소함이나 무가치한 느낌의 형태를 띠거나 과대망상증, 즉 자아가 스스로를 '거대하다고'고 느껴 유식함을 자처하는 현학성 등 더욱 심각한 투사적 망상을 사용해 방어기제를 다시 만들어내는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셋째로 자기애적 충동과 투사의 측면이 강하다. 이는 편집증과 공통적이다. 프로이트는 ‘방어의 신경 정신병에 대한 보충 설명’이라는 논문에서, 출산 후 편집적 징후를 보이는 젊은 어머니의 사례를 논의한다. 그는 여기서 방어적 측면을 더 강조하면서 그것을 우울한 기억에 대한 억압과 관련시킨다. 여기서 다시 견딜 수 없는 생각의 부담은 투사 기제를 통해 완화된다. 유아적인 성적 경험에서 파생된 죄책감은 환각적 비난의 목소리 형태로 다시 나타나며, 이것은 환자가 자기 비난에 대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강박적 상태에서 최초의 자기 비난은 억압되고 자기 불신으로 대치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지만, 편집증에서 자기 비난은 억압되고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투사된다. 그럼에도, 망상적 생각의 형태로 되돌아오는 억압물은 자아에 의해 수용될 것을 요구하며, 자아는 방어의 보존을 위하여 이러한 생각에 적응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렇게 망상적 생각은 2차적 방어의 사용을 거쳐 자아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도 편집증처럼 애정어린 충동이 적대적 충동으로 변하고,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사실과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이는 강박증이나 편집증이 유난히 자기애적 충동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2. 강박증상

강박증은 집요하게 매달리는 관념이나 사고에 지배되는 행동의 현상이다. 강박증은 이런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더 강박적이 되는 역설적 측면이 있다. 즉 강박 사고를 중단하고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결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의도에서 더 강박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상을 크게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의례적 행위를 시도한다. 이들은 그런 강박적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생각이나 특정 행위를 시도한다. 즉 생각으로 해소하려는 강박 사고 또는 의례적 행위(ritual)를 시도한다. 이런 행위들은 사실상 본인이 원치 않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이다. 그 행동은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한 방법이다. 이들은 걱정이 시작될 때마다 의례적 행동을 해야만 한다고 느끼므로 강박 사고는 환자들에게는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이나 이미지이고 강박 행동은 그런 불안을 없애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이다.

그러므로 강박증은 강박적 사고로 인해 야기되는 심리적 고통을 강박적 행동을 시도함으로써 해소시키려는 현상이다. 반복적·부정적 생각, 이미지나 충동들의 강박 사고들은 불안, 두려움, 혐오, 수치 등의 심리적 고통을 유발시킬 때 반복되는 사고와 이미지나 행동들에 관련되는 강박 행동을 취한다. 이런 행동을 통하여 그 고통을 일시적으로 감소하거나 해소시키려는 현상인 것이다.

둘째로 불안증을 기초로 한다. 강박증의 불안은 중요하게 작용하는 정서적 특징이다.이 불안의 특징에 일종의 노이로제적 성격이 가미되어 강박적 불안을 야기시킨다. 이는 강박증이 불안신경증으로 분류되는 측면이다. 즉 어떻게 될까 걱정되는 미래에 집중되는 노이로제적 성격이 가중되어 반복 확인을 요구하고 걱정을 유발시킨다. 예를 들어 누가 현관문을 닫은 후 실제로 잠근 것인지를 걱정하기 시작한다고 하자. 그러면 잠그지 않은 문을 누가 들어와 가족의 물건을 훔치거나 그의 가족들이 집에 왔을 때 그들을 해치기 위해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불안에서 그는 자신의 안전을 확신하기 위해 집을 나서기 전 잠근 손잡이를 여러 번 빠르게 위아래로 움직여 확인해야만 한다.

셋째로 반복 행동을 시도한다. 강박증은 반드시 반복성을 기초로 한다. 이러한 반복성은 생각이나 행동의 반복으로 나타난다. 물론 행동 반복은 생각 반복으로 나타나며, 그 유형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즉 어떤 행동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그 유형의 강박증으로 분류된다. 이 반복성은 증상을 발전시키며 인격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강박 행동에서 문 확인처럼 성가신 정도이거나 손씻기처럼 인간을 황폐화시킬 수 있으나, 이런 황폐화는 정신분열증에 비하면 위험하지 않다. 강박증의 반복성은 불안하기 때문에 일어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행동을 신뢰하지 못한 데 있다. 즉 자신의 행동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여 다시 행동한다. 그러므로 강박증에서 씻기, 접촉하기, 물건 확인하기, 정확한 순서로 놓기, 행위나 말·문장·숫자·기도 반복하기 등 의례적 행위들은 모두 불안(distress)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은 불안장애로 분류되기도 한다. 범불안, 공포증, 두려움을 경험한 증상들을 포함하는 심리적 문제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박증 진단을 내리려면 DSM 진단기준에 해당되는 증상을 가져야 하고,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강박 사고나 행동이 환자의 일상생활과 직업활동을 방해할 정도로 심해야 한다. 수년간 세계 인구의 0.5%는 강박증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추정되다 최근에는 2.5%로 증가했으며, 미국에서는 약 5백만명이 강박증으로 고통을 받을 정도다.

3. 강박 증상의 행동적 특징

강박증은 어떤 관념이나 사고에 강박적으로 지배되는 현상이라 했다. 이런 강박증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데, 경도의 강박적 의례행위를 경험하거나 지나치게 걱정하는 정도이면 스스로 통제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등도의 강박적 걱정이나 행동을 경험한다면 전문 도움이 필요하다. 더욱이 강박사고가 심하고 잦으며 의례적 행위가 광범위하다면 전문가에 의한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증상의 정도와는 다르게 강박증은 어떤 경우라도 고통이 따르게 마련인데, 여기서는 강박 증상의 특징들을 주로 반복성에 중점을 두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씻기와 청결성

씻기와 청결성은 강박증의 매우 큰 특징이다. 이들은 자신이나 주변이 불결한 것을 견디지 못해 반복해서 씻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실로 반복적으로 씻고 청결하려는 사람들(washer & cleaners)이다. 이 강박증은 접촉이 중요한 것으로,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 접촉하여 오염된다고 생각하는 현상이다. 접촉은 피부에 불편한 감을 주어 이들로 하여금 이 감각을 제거하도록 만든다. 이는 오염과 질병을 유발한다는 불안 심리에 근거한다. 불안 심리는 이들에게 특정한 물건이나 상황에 오염되었다는 강박 사고를 갖게 만든다. 신체 분비물, 세균, 질병, 화학물질들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오염을 막기 위해 지나치게 손을 씻거나 오래 샤워하고 몇 시간 동안 청소하는 등 의례적 행위를 시도하는 이유다. 그러나 종국은 말할 것도 없이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다.

때때로 씻기나 청소하기 등 강박적 행동은 죽음이나 질병 등 원치 않는 결과의 방지를 위해 행하는 것이다. 실제 이런 식으로 질병이 유발되는 확률은 매우 낮으나, 이들은 질병이 임박한 것으로 느끼고 병균을 피하려 한다. 개에 의해 병균이 오염된다고 생각하면 개를 피할 것이다. 이들의 걱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대상으로 끝없이 옮겨간다. 매우 심리적인 측면이며, 실제와 다르게 마음에서는 질병이 계속 불안한 심리를 발전시킨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강박적 생각은 현실과 다르게 계속 발전한다. 이 현상이 바로 신경증인데, 별다는 접촉 없이도 일어난다고 믿으므로 상황은 끝이 없다. 이로써 일시적으로는 안심되고 편하지만 지속적이지 못한 점이 문제다. 그래서 그들은 반복적으로 그런 행동을 계속 시도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꼴리니코프 청년이 돈 많은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찍어 살해하고 난 후 밤마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손을 씻었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 특히 이런 강박적 행동의 씻기와 청소하기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30분에서 10시간까지 계속되는 등 기간도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오염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오염물질 접촉을 피하기 위해 어떤 방을 폐쇄하거나, 마루에 떨어지는 어떤 가정용 물건도 만지기를 거부한다.

2) 반복 확인

반복 확인은 불안한 심리 행동이다. 반복 확인은 일상의 생활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행동이지만, 정도가 지나친 것이다. 이런 반복 확인은 불안에 근거하고 있다. 외출하려 문을 잠궜는데도 몇번이고 반복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런 행동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될 것이다. 정상적으로 반복은 한 번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두 번 이상 하는데, 이런 불안 심리는 일종의 의심을 포함하고 있다. 자기의 행동을 확신하지 못하고 의심해 다시 반복 확인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들은 실로 반복 확인하는 사람들(checker)이다.

이들의 행동은 원인론적으로 보면 미래의 염려와 관련된다. 어떤 일의 파국을 막기 위해 지나치게 반복 확인한다. 화재를 막기 위해 난로와 전기기구를 확인하거나, 도둑을 막기 위해 문을 잠그고, 실수나 비판을 막으려 했던 일을 다시 확인한다. 일단 물건을 확인하고 자신이 정확히 마쳤는지 의심하고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는 현상적으로 미래적이지만, 원인론적으로 과거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즉 과거에 적절히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커다란 재앙을 체험했는지 모른다. 그 재앙 경험은 이제 자신의 실수로 인한 것이므로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그들의 반복 확인을 강요하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잠재적 재앙에 따른 실수다. 그들이 몇 시간동안 이런 확인, 의심, 다시 확인하는 헛수고의 악순환을 고집하는 이유다. 문 잠그기를 반복하는 행동이면 아마 이런 수고를 덜기 위해 외출 동안 다른 증상이 필요할 정도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에게 안심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본인이 직접적으로 취하지 않는 행동은 그만큼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 반복 행동

반복 행동은 강박증의 일반적 특성이다. 반복 행동은 모든 강박 증상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강박증은 특성상 생각이나 행동이 반복적이고, 그런 측면이 바로 강박성을 대변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복적 행동을 구분하려는 것은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행위로 제한한다. 반복 행동은 대개 생각대로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 취하는 행위다. 반복 행동은 반복해서 씻거나 확인하는 증상처럼 공포스런 재난을 피하기 위해 특별한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나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씻는 증상과 달리 반복해서 어떤 행동을 시도하는 강박 사고와 의례적 행위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즉 반복해서 확인하는 증상의 의례적 행위는 누군가 집에 칩입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창문이나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반복 행동은 전술한 반복 확인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반복 행동은 일정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에서 별 의미 없이 취하는 행동과 구분된다. 반복 행동은 분명한 의도를 갖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도 증상이 심하지 않을 뿐 어느 정도 반복 행동하는 사람들(repeater)이 있다.

이들의 반복된 행동은 심리적인 측면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원리에서 무엇이 그 행동을 하게 만드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두려움이 1차적일 수 있다. 일단 두려운 생각이 떠오르면 현실화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두려움과 관련된 반복 행동은 역시 불안이 기저를 이룬다. 이는 반복 확인과 다르지 않다. 가급적 파국을 피하거나 중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 행동의 증상은 반복 확인과 다르다. 그것은 강박 사고와 행동 간에 논리적 연결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취하는 행동은 논리적으로 연결성이 없다. 이런 비논리적 행동에는 예를 들면 배우자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멈출 때까지 옷을 입고 벗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 행동은 마술적인 힘을 믿고 행동하는 경향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반복 행동은 논리적이지 않아 신비스럽다.

4) 정리정돈

정리정돈은 행동의 문제로, 자기가 하는 일이나 물건을 반복적으로 정리하고 정돈하는 현상이다. 그대로 두면 불안해져 자주 정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치운다는 점에서 청결과 맥을 같이하는데, 어지러운 물건들을 정리하여 말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리정돈은 본질적으로 방법의 문제다. 무엇이든 정리해야 하고, 있어야 할 것이 그대로 있어야 보존될 수 있다는 마음이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의 정리 뿐 아니라 물건의 정리로 인해 안정되거나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으면 마음에 고통을 느낀다. 심지어 적절한 위치에 조그만 벗어나 있어도 심하게 고통을 느낀다. 실로 일률적이고 엄격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고통은 사물들이 제 위치로 돌아가야만 사라질 수 있다.

이런 의식적 반복은 마술적이고 보호적이다. 우리 주변에도 반드시 질병은 아니지만 반복해서 정리정돈을 하는 사람들(orders)이 있다. 이들은 어떤 엄격한 방식으로 사물을 정리정돈한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의 주름도 없이 침대를 나무랄 데 없이 정리하거나, 비타민을 부엌 선반에 일정한 모양으로 얹어놓고 다른 데로 옮겨놓을 때도 일정한 방식으로 재배열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 증상은 물건의 정리를 통한 심리적 정리다. 물건이 정리된 상태를 못마땅해 하는 것은 마음의 정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보이는 물건이 어떤 위치에 반드시 정리되어 있어야 함은 이미 자신의 마음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에서 생각하는 대로 물건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를 잘못된 것으로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것이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적절한 자리에 사물이 놓여있는지 확인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나름대로의 방식이 흐트러졌을 때 즉시 알아차리고 불편함을 느낀다. 이는 불편함을 넘어 분노로 이어진다. 종종 그들은 다른 증상이 자신의 소유물을 재배치했을 때 극심하게 분노한다. 물건의 배치는 마음의 배치이기 때문이다. 즉 그 물건은 내 마음 속에 이미 이렇게 배치되어 있는데 누가 그것을 흐트러놓아 생기는 분노이다.

이런 분노감은 사실상 강박증의 지배력과 관련된다. 즉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의 지배력에 굴복하지 않는 데 대한 분노다. 그들은 행여 어느 누가 물건을 흐트러뜨림으로써 자신의 권위와 지배력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들의 여유없는 마음이 그것을 도저히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심리 현상은 그들이 미래에 대한 재앙의 공포가 없다는 데서도 입증된다. 그들은 어떤 재앙이 임박하리라는 공포가 없는 반면, 사물이 완벽하게 놓여져 있지 않다는 생각에 지배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의 정리정돈은 심리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의례적 행위를 강제로 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심리적 불편감을 해소하려 이를 반복해서 정리정돈하는 행동의 불편감으로 대치한다. 이런 현상이 바로 부질없는 수고를 시도해 오히려 불편한 마음을 달래는 강박증의 역설적 측면이다.

5) 수집벽

수집벽은 물건을 무조건적으로 모으는 현상이다. 이런 물건 모으기 또는 수집하기는 단순한 수집광 차원을 넘어 병적 현상이다. 수집광은 강박증의 흥미로운 특성이다. 이들은 사소한 물건도 못 버리고 모으는 사람들(hoarder)이다. 이들은 하찮은 물건을 모으며, 그것들을 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버리지 못하는 강박증은 길을 가다가도 어떤 물건을 보면 나중에 언젠가 필요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모아서 집에 보관한다. 심지어 이들은 신문도 맘대로 버리지 못하고 모을 것이다. 이런 강박증의 여성이라면 바자회마다 다니면서 끝날 때쯤 싼 의류들을 엄청나게 사서 가득 쌓아둘 것이다. 아마 그 물건들은 집 입구부터 요란하게 쌓여있어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런 수집광 또는 수집벽은 정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다. 덮어놓고 많이 모아두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이들의 수집광적 행동은 원인을 생각하자면 아마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나지 못해서다.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 물건을 귀하게 생각한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아이들일수록 물건에 집착한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다른 아이들의 인형을 탐내거나 예쁜 악세사리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더 깊이 알고 보면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다.

수집벽은 심리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채워지지 않은 허전한 마음을 물건으로 가득 채우려는 것이다. 무언가 가져야 하고 채워야 하는 빈 마음을 물건으로나마 채우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할수록 물건에 집착함을 발견한다. 그들은 사랑으로 채워야 할 마음을 물건으로나마 채우고 있는 것이다. 수집광이나 수집벽을 가진 강박증도 이런 현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허전하고 빈 마음을 채우려는 노력은 물건을 가질수록, 아니 모을수록 더 허탈할지 모른다. 마음은 마음으로 채워야지 물건으로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수집적 강박증은 흔히 다른 강박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강박적으로 손을 씻거나 확인하는 증상들은 다가올 일들을 깊이 생각하면 혼란스럽고, 강박적 행위에 대해 걱정한다. 때로 손 씻는 증상이 있어도 매일 손을 씻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확인하는 증상도 난로가 꺼져있는지 확인하려 오래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반면 전형적인 수집광은 모아두려는 마음에 저항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수집벽을 버리고 싶어하는 수집광이라면 강박적 손 씻기와 확인하려는 증상들처럼 그런 행동을 못하게 했을 때 똑같은 불안을 느낀다. 끊임없이 모으는 일을 계속함으로써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행동은 미래의 불안과 관련된다. 이들의 불안은 비록 모아둔 물건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바탕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수집품이 필요없다고 생각할지라도 축적하는 데 큰 가치를 부여한다. 몇몇 개인이 필요한 특별한 기사의 경우 몇십 년동안 신문을 모으기도 한다. 심한 경우 집의 모든 곳이 수집품으로 가득해 다른 물건을 넣을 공간이 없을 정도다.

6) 생각의 의례적 행위

생각의 의례적 행위는 문자 그대로 행동이 없는 생각만의 현상이다. 행동은 없이 생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행동이 아니라 생각이 현실적이다. 그래서 어떤 잘못된 행동을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생각에 괴로워한다. 생각이 바로 의례적 행동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의례적 행동의 강박증은 강박 사고를 떨치기 위해 특별하고 정확한 사고의 결론들을 실행해야 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은 끊임없이 일어나므로 그 생각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 현상은 아마도 지나치게 양심적이라 잘못에 과도하게 반응한 결과일 수 있다. 조금도 부모의 말을 거스르지 못하는 착함이 오히려 그들의 자아를 성장하게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성장 환경에서 부모들이 그런 증상을 가졌다면 전이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강박증은 전술한 반복해서 손 씻기와 청결하게 하기, 확인하기, 반복 행위, 일정한 순서대로 정리정돈, 특정 물건 수집 등과 구분된다. 물론 몇몇 의례적 행위는 행동 대신 생각이나 상상을 반복하는 것도 있다. 이런 생각의 의례적 행위는 생각으로 타인을 공격한다든지 대화에서 무례하게 대할 것 같은 생각에 심각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다.

어머니를 성적으로 해칠 것 같은 어느 남학생이 상담치료를 받으러 왔다. 이제 그는 어머니가 아니라 모든 여자들을 성적으로 해치리라는 생각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심리상태와 달리 전혀 그렇게 행동할 사람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양심적인 사람으로 남에게 도저히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착한 사람이었다. 다만 그 대학생은 그런 생각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생각적 행동이며 현실이었다.

우리 주변에도 생각으로 의례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thinking ritualizer)이 있다. 이들은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이미지, 강박 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강박적 사고행위(thinking compulsion)라 부르는 반복된 사고와 이미지를 떠올린다. 표면적으로 생각으로만 의례적인 증상들은 반복된 생각만 가지고 있으며 의례적 행위는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강박 사고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적으로 강박 사고적 사고는 불안과 고민만 유발한다.

그러나 생각으로 의례적인 강박증은 강박 사고 뿐 아니라 강박 사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생각으로 의례적 행위를 시도한다. 이들의 핵심은 행위가 아니라 의식적 사고로, 가장 흔한 의식적 사고는 기도하기, 어떤 단어나 문장을 반복하기, 숫자 세기 등이다. 어떤 증상들이 숫자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숫자 4는 불행을, 7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4가 떠오를 때마다 불행을 막기 위해 7을 여러 번 반복한다. 생각의 의례적 증상은 또 안전을 확신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사건을 자세히 기억하거나 자신이 정해놓은 생각들인 정신적 목록을 반복한다. 나이가 많으면 혹시 알츠하이머병을 자신에게 유발시키지 않을까를 확신시키려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중요하지 않은 사건들을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시험하는 데 매일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7) 순수한 강박 사고

순수한 강박 사고는 행동이 아니라 생각적이다. 이런 현상은 전술한 생각으로의 의례적 행위와 유사하다. 그래서 이들은 의식적으로 사고하는 증상과 내부적으로 비슷한 대화 형태를 경험한다. 이들은 부정적 사고를 자각하면서도 고통을 경험한다. 안심할 수 없는 사고는 불편을 감소시키지만 이들에게는 극단적으로 흐르게 되어 조절할 수 없기도 하다.

이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과거의 돌이킬 수 없는 생각들이다. 전쟁터에서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강박 사고를 가진 증상의 경우 자신이 올바른 행동을 취하지 못했음을 비난한다. 교통사고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다면 그의 잘못된 행동을 비관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장면을 수시로 시각적으로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이런 강박증은 일종의 양심불안 현상으로, 반복해서 걱정하는 증상과 순수한 강박사고를 하는 사람들(worrier & pure obsession)이다. 이들은 조절되지 않는 분노를 일으키는 부정적 생각을 계속 반복해서 경험한다. 그러나 다른 강박증상과 달리 손을 씻거나 문의 자물쇠를 확인하는 등의 반복 행동은 없을 뿐 아니라, 기도하거나 숫자 세기 같은 강박 사고행위(thinking compulsion)도 없다. 그들의 걱정은 매일 늘상 일어나는 하찮은 일이나, 위협적이거나 폭력적인, 심지어 부끄러운 생각도 반복해서 걱정하게 된다.

흔한 예로는 건강 관련 문제나 과거의 충격적 사건을 곰곰히 생각하거나 미래 업무에 실패할 걱정 등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증상의 경우 시세가 폭락하여 모든 자금을 잃고 자녀들을 교육시키지 못할 것을 걱정하느라 매일 몇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나 그들은 근심을 일시적으로 덜어낼 어떤 강박 행위도 하지 않는다. 더욱 심한 경우 부적절한 성행위에 대한 수치스러운 이미지나 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증상을 죽이거나 해칠 것 같은 충동을 갖기도 한다. 이런 생각들이 몇 시간이나 며칠 후 현실화되지 않을까 반복해서 걱정스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