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는 [교회건축, 패러다임을 바꾸다]를 제목으로 한국교회 건축을 새롭게 논합니다. 오늘날 교회들의 ‘건물 짓기’가 본질에서 벗어나 교회 확장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기사는 출발합니다. 과연 교회에서 ‘건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돌아보고, 교회건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미국 초대형교회 중 하나인 수정교회. 지난 해 자금난으로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고 결국 가톨릭에 매각됐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서울 강서구 A교회는 최근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이 교회 B목사는 주일예배 출석이 150여명에 달하자 4년 전 예배당 신축을 결정하고 은행으로부터 약 10억여원을 대출했다.

그런데 교회가 완공되고 얼마 후 갈등이 생겼다. B목사와 일부 장로들이 대립하면서 교인들도 두 편으로 나뉜 것. 갈등은 좀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교인들마저 떠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헌금이 줄면서 부채 상환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달 수백만 원의 이자를 감당할 길이 없었기 때문. 급기야 ‘교회를 경매에 부칠 수 있다’는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B목사는 앞이 캄캄했다.

신축을 해놓고도 빚을 갚지 못해 교회를 경매에 넘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무리한 확장과 내홍, 교세 정체, 불경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법원경매정보에 등록된 전국 ‘종교시설’ 경매물은 현재 119건. 한 경매전문가는 “종교시설 중 개신교 교회당이 3분의2 이상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교회 경매’는 급증하고 있다. 미국 최대 부동산 정보업체인 ‘코스타’ 그룹에 따르면 지난 해부터 최근까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교회는 270개에 이른다. 10년 전만 해도 10건 안팎에 불과했다. 초대형교회였던 수정교회도 지난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내 충격을 준 바 있다.

다양한 이유로 교회가 ‘팔리고’ 있지만 국내에선 ‘경쟁적 신축’이라는 그림자가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건축사 소장은 “현대 교회에서 교인수가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신자들의 수평이동”이라며 “교회당이 수평이동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다보니 너도 나도 건물을 새로 지으려 하는 것 같다. 이웃 교회가 신축을 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일종의 경쟁의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런 모습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한 뉴타운 내에 있는 5개 교회 중 4개가 최근 건물을 새로 지었다. 특이한 것은 각 교회 간 거리가 200미터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목회자는 “뉴타운이라는 특성상 주민들이 각 교회를 비교하기 쉬운데,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건물”이라며 “교회들끼리도 그런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저 교회보다 좋게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교회를 늘리는 모습도 있다”고 했다.

결국 이런 경쟁적 신축이 ‘교회 경매’라는 부정적 결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한 건축사 관계자는 “헌금의 특성상 교회 재정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교인들로부터 건축 작정헌금 약정을 받아도 기대 만큼 헌금이 모이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이런 재정적 압박이 겹치면 준공도 하기 전에 건물이 시공사에 압류되기도 한다. 교회들이 어떤 유행을 따르거나 경쟁의식으로 신축을 결정해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