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느니라"(잠 16:1)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롬 14:8)이라고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할 일을 맡겨주셨다는 점이다. 오늘의 본문은 그런 점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지만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다. 곧 최종적인 결론은 여호와께 속해있지만 그것을 향한 절차와 과정은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나뉘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다.

사람에게 맡겨져 있는 ‘마음의 경영’이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경영’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 '마아라흐'는 물건을 바르게 정돈하거나 정렬해 놓는 것으로서 일의 질서 곧 우선순위를 가리킨다.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하여도 우선순위가 지켜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들이 추구할 마음의 우선순위인가?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에 우선순위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고 하신 것도 그런 점을 강조하신 것이다. 주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에서도 우리들의 필요를 위한 기도보다 하나님을 위한 기도가 앞서 제시된 것도 같은 의미이다.

최종적인 결과인 응답은 전적으로 여호와께 속한 것이며 그분이 결정하실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응답을 얻기 위하여 마음의 경영과 함께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이다. 그래서 본문은 하나님의 응답을 ‘말'(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하였다. 비록 우리들의 우선순위 경영이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말 곧 기도로 표현되어야 한다. 기도는 우리의 언어를 통하여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기대를 고백하는 가장 기본적 이면서도 거룩한 행동이다. 기도는 하나님께 대한 신뢰이기 때문에 응답의 때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도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결정적인 때(카이로스)를 향한 ‘기다림의 신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응답을 이끌어내는 '말'로서의 바른 기도는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마음의 경영 곧 궁극적인 방향을 의미한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음에 새겨두고 끊임없이 추구할 삶의 지향점을 말한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는 물론 잠을 자면서 꾸는 꿈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추구할 방향과 과제이다. 그런 기도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 자체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쉬임 없이 드리는 기도(살전 5:17)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기도의 내용은 그 자체가 삶의 방향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관이며 가치관이 되기도 한다.

오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바른 신앙인이라면 적어도 가정과 교회와 민족이라는 세 영역에서 마음에 새겨진 기도 곧 마음의 경영이 있어야 한다. 첫째로, ‘가정을 향한 마음의 경영은 대를 이어 신앙의 명문을 이루는 것이다. 둘째로, ‘교회‘를 위한 마음의 경영은 우리의 교회가 세상에 희망을 심어주는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다. 셋째로, ‘민족‘을 위한 마음의 경영은 평화적으로 남북통일을 이루며 세계선교를 주도하는 선교의 강국이 되는 것이다.

*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 구약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바른 신앙과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를 제목으로 한 수필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