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교회 담임목사 집무실 옆에 위치한 ‘김남준도서관’에는 3만여권의 장서들이 분야별로 잘 정리돼 있다. 집무실과 창고에도 아직 분류가 덜 됐거나 연구를 위해 쌓아둔 책이 수두룩하다. ⓒ신태진 기자

김남준 목사는 월간초대석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회관을 비롯해 SNS와 스마트폰, 독서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경건’에 대해 강조하시는데, 예배 내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설교 장면을 SNS에 올리기도 하는 현 시대에 ‘경건’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목회자들도 ‘소통’을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화라는 맥락에서, 저는 성경 대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가져오는 이들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분노하는 형은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죠, 단순한 매체일 뿐이니까요. 아이패드로 은혜받으나 종이 성경으로 은혜받으나 차이는 없습니다.

문제는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이 ‘정보의 바다’라지만, 별로 가치 없고 몰라도 되는 정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를 수집하고 파악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스마트폰으로는 이런 면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경건을 현저히 해치는 문화형태입니다.

목회자들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사고가 그렇다면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저는 하지 않습니다. 글 쓰는 작가로서, 천 권의 책을 읽어야 한 권을 쓴다는 말이 있습니다. 쏟아놓기만 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하나님과 ‘소통’하면서 소통거리를 챙기는 게 더 중요해요. 원천이 마르면 무엇으로 물을 흘러보내겠어요? 잔재주나 값싸게 사는 지식 뿐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비난하진 않지만 저는 안 해요. 무엇보다 그럴 시간이 없어요(웃음).

또 하나는 SNS를 통해 소통하는 일도 의미있지만, 목회자나 기독교 작가로서의 신비감이 너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신비한 인간으로 보이려는 건 아니지만, 가수는 노래로 말하고 목회자는 설교로 말하면 되지요. 그것이 주된 통로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목사님의 신학이나 저서, 학문에 대해선 많이 알려져 있지만, ‘목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목사님의 목회관이나 목회 스타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열린교회도 어떤 면에서 ‘대형교회’인데, 건강성 유지를 위해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열린교회 목회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들었는데, 아직까지는 쓰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우리 교회는 이렇게 특별한 교회다’, 이런 글들이 많은 시장에 제 이야기를 하나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누구든지 그런 글을 쓰는 중에 자신의 목회를 영웅화하는 ‘자기영웅화’ 작업들이 있을 수 있어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목회가 드러나기보다는 내가 믿는 신앙,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의 아름다움, 열린교회가 믿는 진리 등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누려지면 좋겠습니다. 목회와 교회는 잊히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람들은 ‘목회철학’을 묻습니다. 저는 그런 용어 자체가 신성모독적이라 생각합니다. 철학 자체가 인간이 모든 세계와 사물, 심지어 하나님을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면 목회에 그걸 허락할 수 있습니까? 칼빈은 ‘오직 성경으로써’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목회 기준으로 삼고 사역하는 것이 개혁주의적 목회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성’ 문제를 이야기하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건강성 자체는 진리와 생활, 은혜 등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진리의 건강성은 설교나 신학, 교리교육 등이 얼마나 건강한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열린교회는 철저히 신학이 있는 설교, 매우 복잡하고 철저한 가르침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교리교육이 매우 엄격합니다. 소요리문답을 완벽히 암기하지 않으면 중생했다 해도 세례를 주지 않습니다. 유아세례도 베풀지 않아요. 엄격히 시험을 보고, 장로들이 면접한 후 세례를 받습니다. 심지어 결혼할 때도 신랑·신부 모두 교리를 모르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없습니다.

저희 교회는 1년 정도 다니면 교리반에 들어와 한 학기 공부하는데, 벌코프 조직신학 한 권을 떼고 매주 시험과 중간·기말고사를 봐서 95점 이상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에서 가르칠 권한을 줍니다. 몇 년 더 다니면 고급교리반에 올라오는데, 2400쪽짜리 라틴어 직역 기독교강요를 공부하고 시험을 칩니다. 90점 이상이 나와야 선거에 나올 수 있습니다. 구역예배에서는 신학책과 경건서적으로 북스터디를 합니다. 이런 것들로 교리적 순수성을 유지하지요.

▲김남준 목사는 ‘재정 투명성’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독서와 공부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표정이 밝아졌다. ⓒ신태진 기자

두번째로 생활의 순수성입니다. 교회에서 일꾼을 세울 때 신앙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생활도 검증합니다. 교회 자체가 윤리적 삶의 모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이는 소극적인 면에서 도덕의 기준을 따라 엄격하게 잘못하지 않고 사는 것이고, 적극적인 면에서 선행을 행하는 것입니다. 다른 교회처럼 선교와 구제, 장학사업에 헌신하고, 소극적인 면에서 철저한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한 매체에서 저희 교회를 재정투명성 모범 사례로 보도했는데, 예를 들자면 외부 감사, 복식부기, 회계 전공자들이 업무 진행, 담임목사 판공비 미책정 등입니다. 다른 교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입니다.

더 중요한 건 엄격한 자료주의입니다. 3만원 이상은 법정영수증 없이 재정처리되지 않습니다. 교역자와 모든 직원들은 완벽하게 세금을 납부합니다. 세무서에서도 그럴 필요 없다고 하지만, 사회적 공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에 납부하고 있습니다. 다 합해서 30여명인데 1년에 8천만원 정도 됩니다. 일꾼을 세울 때도 철저하게 민주적 방식으로 투표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참관하겠다고 보러 오기도 했어요. 선거 때 담임목사가 전혀 비합리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세번째로는 은혜의 건강성인데, 이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부분이 아니죠. 성령님께서 강하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역사해 주시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정말 하늘을 우러러보며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를 그치지 마시도록 간구하고 눈물로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교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비결인데, 모든 부분들이 사랑 안에서 이뤄지도록 해야죠. 은혜를 많이 주시면 그 결과가 사랑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에 자기를 꺾고 합치시키면서 다른 사람들을 섬기면서 사는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게 ‘기빙 앤 포기빙(Giving & Forgiving)’, 물질을 주는 것과 용서를 베푸는 것, 이를 함께 나누며 사는 것이 그리스도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공부하는 목회자로서, 목회자와 평신도의 독서는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그리스도인이 누구냐고 할 때, 복음을 통해 자기가 죄인임을 깨닫고 성령의 역사로 거듭나 자기 죄를 회개하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죠. 그 믿음 안에서 하나님을 절대 의존하며 자기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들에게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베드로 사도는 이에 대해 ‘은혜와 지식에서 자라가라’고 하셨습니다. 은혜는 하나님의 사랑이고, 지식은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아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열렬히 기도하고 예배하고 성경 읽고 봉사, 전도 등 은혜의 수단에 참여해 하나님께 은혜를 받아야 하고, 다른 편으로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리스도를 통해 알아가려는 이성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은 구원받은 즉시 학교에 입학해야 합니다. 영원히 그리스도를 통해 진리가 무엇인지 배우는 학생이 되어야죠. 죽는 순간까지 주 교재는 성경이고, 주 스승은 성령님이십니다.성령님께서 사용하시는 훌륭한 조교가 바로 교회입니다. 그 품 안에서 성령을 힘입어 배워가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책의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 책, 성경의 사람이 되고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 신학책, 성경을 다루는 책, 주석, 역사, 교회 역사, 교회 교육과 실천, 선교, 교리, 더 확장하면 일반 자연, 과학,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윤리, 법, 예술 등에 대한 책들을 광범위하게 읽으면서 자기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하시고 그 세계 안에 얼마나 아름다운 진리들이 흩어져 있는가를 배우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임무입니다.

▲김남준도서관 한켠에는 이중 잠금장치가 돼 있는 ‘도서관 속 도서관’이 있다. 김 목사가 유럽 고서점들을 다니며 수집한 기독교 관련 고서들이다. 아래 왼쪽에 펼쳐져 있는 책은 존 칼빈 전집류 ‘오페라’다. 도서관 관계자는 “유럽 교회가 쇠퇴하면서 기독교 고서들도 창고에 쌓여있거나 버려지고 있다”며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도서들을 공수해 온 취지를 밝혔다. ⓒ신태진 기자

체스터턴(G.K.Chesterton, 1874-1936)은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사물들은 난파선의 보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난파해서 보물이 확 쏟아져서 바다에 떨어지면 열심히 헤엄치다 하나씩 건지는 것, 이게 바로 하나님 없이 공부하는 사람들 모습이에요. 그리스도인들은 난파된 보물들이 어디서 왔고, 이 보물들이 구성한 역사와 유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경을 통해 설명하도록 부름받은 진리의 사람들이므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인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게 항상 공부하라, ‘공부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Studeo ergo Sum)’입니다.

무엇에 대해 공부하는가? 이렇게 물어보면 하나님과 세계와 인간, 인간은 보편적 존재로서의 인간 일반과 개별적 존재인 나에 대해서, 이 세 대상에 대한 지식은 성경을 통해 가장 잘 알려졌으므로 성경을 통해, 아니 계시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 세 대상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 교재가 성경이고 나머지는 모두 부교재인데요, 중요한 부교재는 신학과 성경 관련 여러 책들이죠.”

-끝으로, 앞으로 내실 저서와 연구 중이거나 계획 중인 분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고, 올해 주요 계획 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주로 읽는 책들은 천문학과 도덕철학,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것들이 주류입니다. 신학 쪽으로는 조나단 에드워즈나 개혁신학 쪽입니다. 최근에는 의학책을 읽고 있어요. 의학을 잘 이해하면 신학을 잘 알 수 있거든요.

천문학은 매우 중요한 학문입니다. 17세기까지만 해도 신학에서 필수적인 과목이었죠. 우주에 대한 지식만큼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그림처럼 보여주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성경이 으뜸이죠. 그래서 여러분들도 스티븐 호킹 시리즈를 읽는다면 하나님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 사람이 설명하는 세계가 그와 반대로 하나님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웃음).

4월쯤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빛으로 산다는 것은(가칭)>이 나올 예정인데, 이 책 안에서 그런 부분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천문학과 생물학, 의학과 건축학, 미술 등이 동원되면서 현대 정신들이 어떻게 잘못돼 왔는가를 보려 합니다. 특히 수학 같은 것들이 신학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가고 있고, 어떻게 자라나는 세대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을 반대하는 사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는가를 다루려 합니다. 우주 전체가 어떻게 그리스도에 의해 통일되고, 만물의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이 어떻게 하나님이실 수 있는가 이런 부분들도요.”

-이때까지 책을 몇 권쯤 읽으셨는지요.

“그런 질문은 가장 무식한 질문이에요(웃음). 스윽 보면 한 주에 1-2천권도 읽을 수 있는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제대로 읽고 자기화하려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