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뉴욕 현대미술관

고흐는 이렇듯 열정을 쏟아 보이는 세계를 변형하면서 결국 무엇을 담아내고자 했던 것일까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이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1890년 오베르의 밀밭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1년 전인 1889년, 생 레미의 정신병원에서 그린 그의 대표작입니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 고흐. 그의 예술가로서의 삶은 10년이 채 못 되고, 그 중 걸작이라 호평을 받게 된 작품들은 대부분 마지막 3년 동안에 나온 것들입니다.

그는 유전적 간질을 앓고 있었고 심한 반응성 우울증세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후에 정신 분석학자인 칼 야스퍼스가 그를 정신분열증 환자로 오인하면서 광기에 사로잡혀 그림을 그렸다는 억울한 오해를 받아왔습니다. 마치 미치지 않으면 이런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처럼 역으로 부풀려져서 본의 아니게 현대 예술가의 초상을 기인 혹은 광인으로 몰아가는데 한몫을 톡톡히 감당한 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견디기 힘든 경제적 가난과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고, 푼돈이라도 생기면 물감을 샀고, 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날이면 화구를 들고 나가 믿을 수 없는 분량의 아름다운 걸작들을 쏟아냈던, 실로 눈물겨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생전에 그림이 단 한 점 헐값으로 팔렸을 뿐, 그의 삶은 사람들의 몰인정 속에서 빠르게 시들어 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그리움을 그림 속에 담아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진심은 동생 테오와 주고받는 편지 글 속에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고흐가 이 그림에서 담아내고자 했던 보이지 않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답다”라는 고흐의 고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한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고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흐는 보통의 사람이 견디기 힘든 고난을 짊어진 채, 어느 날 홀로 마을 바깥 동산에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창조주가 그의 눈 앞에 펼쳐 보여주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밤하늘의 아름다움 앞에서 어느새 그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열망을 가지고 그분이 있는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사랑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강렬한 그리움을 느끼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던 것입니다.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에 이끌려 살아가는 존재들이기에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호소하고자 했던 고흐를 가늠해 보면 어느새 마음이 숙연해져 버립니다. 긴 시간 그의 그림을 바라보며 그림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고흐가 그림을 그릴 당시 쓴 편지 글들을 찾아 읽으며 그의 진심을 읽어나가고, 그리고 그가 그림을 그렸을 그 시간과 공간에 찾아가 함께 머물러 있어보면서.. 그렇게 저는 긴 시간 그림 앞에 멈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영혼의 창이 열리며 창 저편에 서 있는 고흐의 영혼을 만났습니다. 그의 영혼이 저의 영혼에게 건네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심정아 작가는 뉴욕 Parsons School 학사, 뉴욕 Pratt Institute 석사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설치미술을 전공했으며 국립 안동대학교, 홍익대 조형예술대학, 경희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