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6장 우울증의 일반적 특징

우울증의 특징은 우울증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기초가 된다. 우울증의 형태가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증상의 정도는 간단한 월요병(Monday morning blues)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심정(fluchtung mood swings) 같은 증상에서 심각한 조울증(manic depressive psychosis)인 주요 정서 혼란(major affective disorder) 등의 증상도 존재한다. 증상의 강도, 지속 기간, 증상의 양상이나 패턴, 원인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되는 편이다. 더 자세히 다뤄야 하겠지만, 여기서는 일반적인 특징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1. 자기 비난

자기 비난(self-recrimination)은 심리학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저하시키는 현상이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내적 갈등이나 부적합을 일으키는 주체를 자신으로 알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우울증 환자의 자기비난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데서 비롯된다. 이는 편집증 환자가 모든 잘못을 외부나 타인에게 돌리는 것과 대조된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불행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는 반면, 편집증 환자는 타인들을 비난한다. 우울증 환자는 그래서 고통스럽고 위협적인 자기 비난을 자초하며, 동시에 자기 존중감과 자기 정당화를 훼손시킨다.

자기 비난과 자기 비하(self-debasements)는 프로이트(Freud)에 의하면 자아의 부정적 측면으로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다. 자기를 비판하고 비하하는 일은 환자 스스로 존재 가치감을 낮게 평가한 결과다. 그러면 우울증 환자는 왜 낮은 자존감을 가질까? 정신분석학은 아동기와 관련해 상당한 이해를 제공한다. 아동의 낮은 자존감은 대상 상실에 바탕하고 있다. 아동의 대상 상실은 자기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요인이다. 다만 슬픔에서는 외적으로 존재하나 내적으로 그의 자존감(self-esteem)에 부정적이지는 않다. 자기 비난을 통해 초래되는 대상의 내면화는 외적 대상으로서 내면적 상실과 공허가 된다. 이는 아동에게 대상 상실이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의 사랑 상실이나 엄마 자체의 상실, 또는 엄마에 대한 적절한 대체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의 상실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동에게 대상 상실의 회복은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버림받은 대상의 초상을 자신에게 새롭게 형성하는 일이다. 이는 우울증의 내향화를 이루는 근거이면서 의미 있는 대상 상실로 인해 미래의 우울증상을 기초한다고 본다. 이때 대상 상실에 대한 분노는 내면화되어 자기 비난과 비하라는 우울증으로 나타난다. 다르게 말하면 대상 상실에 의한 자기 비난과 비하는 결과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한 것으로 본다.

이는 프로이트가 후반기에 우울증이 유기체가 무기물로 돌아가려는 현상이라는 죽음 본능의 구조적 과도함으로 인한 초자아의 과도한 엄격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이유다. 그러면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우울증은 분노의 잘못된 방향 돌림이 가능해진다. 이런 현상은 굴곡된 분노의 구조(the original retroflected anger formation)다. 이런 시각에서 치료는 상실한 대상을 내면화하여 수용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분노는 외부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2. 부정적 감정

부정적 감정은 우울증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우울증 환자는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에 익숙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자기 보호적 기능으로 사용되며, 현실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옳다는 느낌을 보존하게 만든다. 어떤 일이 잘못돼도 이미 익숙한 경험은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반면, 올바른 일이라도 낯선 것은 부정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다. 이런 경향은 어둠에 익숙한 것으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려는 습관적 현상이다. 그들의 과거는 어두웠고, 현재도 칠흑같이 깜깜하며 미래도 암담하게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마치 동굴 속에 있는 사람이 어둠 속에 있어 불안해하는 모습과도 같다. 어두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절망적이다. 우울증 환자의 정신적 에너지 고갈은 여기에 있다.

부정 감정과 관련해 아브라함(K. Abraham)은 우울증을 긍정 감정과 부정 감정의 불균형으로 본다. 이러한 불균형은 물론 긍정보다 부정의 감정이 더 우세한 현상으로, 두 감정이 교차되는 불균형은 강박증과 우울증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면 이러한 불균형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 원인은 어린 시절 고착된 대상관계 형태로의 후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이것이 감정의 투사로 나타남을 예로 든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타인을 미워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여 감정을 바꿔 투사하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미워한다"가 아니라 "그들이 나를 미워한다"로 바꾸어 투사한다.

이들의 부정성과 투사는 자신의 능력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는 그들이 생활요구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불균형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데, 이미 우울증에 전제된 타자에 대한 중요성, 성인의 행동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적 재현, 초기 사랑관계의 병리적 모습 등과 관련되는 점에서다. 아브라함의 이런 지적은 우울증에 관한 정신분석적 관점이면서 초기 우울증에 대한 시각 전환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아브라함은 초기 우울증을 불안기제와 유사한 형태로, 성욕 충동(libidinal drives)의 억압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을 고수했다. 그러나 그는 점차 욕구 충족의 희망이 상실된 우울 상태에서도 여전히 욕구 충족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울증의 감정적 불균형과 함께 부정적 정서에 주목한 점이다.

3. 절망감

절망감(hopeless)은 우울증의 매우 특징적 정서로 볼 수 있다. 전술한 부정적 감정도 절망감을 유발하는 원천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절망감은 단순한 정서 차원을 넘어 인지능력이 제한되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절망감은 그들의 정신에너지를 모두 빼앗아가 무력하게 만든 결과다. 절망감이 극도에 달하면 자살 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 의도는 우울보다는 절망감과 더 연관된 것으로 발견되는 점에서다. 실제 우울증 환자는 어떤 결점으로 인해 희망을 잃고 절망한다. 그들은 소원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거나, 바라던 것이 계획하던 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희망을 잃는다.

물론 이들은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기대에 매달림으로써 절망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기에, 이들의 절망감은 특성상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불가능하다는 느낌에 의해 깊어진다. 이런 절망감에 빠진 우울증 환자는 출구도 없는 감옥 안에 사로잡혀 있고, 자신은 무가치하고 무용지물이며 활동과는 관계없이 목표와 목적을 도저히 성취할 수 없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자신이 해야 할 모든 일은 자신의 역량 너머에 있어 수행하기도 어렵고 성취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들이 절망의 덫에 걸려 좌절에 있으므로 항상 "난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로써 우울증 환자는 절망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소원을 성취할 내적 자원이 없는, 혹은 적어도 자신의 내적 자원을 매우 부적절하게 여기는 현상이 가능해진다. 이러다 보니 일을 하려 하지 않으면서, 타인들이 자신을 위해 일해줄 것을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의존성이 증가한다. 이때 의존성은 일반적인 것과는 매우 다른데, 스스로 일하려는 마음도 없으면서 타인들이 자신의 소원에 응해주지 않고 만족시켜 주지 않는다고 화내며 분노한다. 그들의 좌절된 느낌과 함께 타인들의 실패에 대해 비난하고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무능력에 대해 분노하는 현상이 유발된다.

4. 부정적 자기 가치감

부정적 자기 가치감은 존재가치의 감소를 의미하는 현상이다. 부정적 자기 가치감은 존재에 대한 절망감에 바탕하고 있다. 실제 이들의 절망감 밑바닥에는 자신이 무가치하고 부적절하며 수용될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자기 인식의 내적인 핵을 구성하는 환상에 기초해 있다. 그것은 징벌적이고 적대적이며 공격적인, 내재화된 부정적인 시각으로부터 파생된, 지속적이고 저항적인 내사 기능을 반영한다.

이들의 내재화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데, 자기 자신을 악하고 파괴적으로 보는 내적인 느낌과 상처를 입히고 손상시키려는 파괴적 충동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실제 이들에게는 내재화된 파괴성이 부정적 자기 가치감을 형성하며, 이는 삶의 경험, 활동의 전체 영역으로 스며든다. 그것은 성격의 모든 영역을 물들이고 어떤 현상의 영향에도 변화되지 않고 완고하게 저항한다. 이는 그들이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거나 그 반대 증거들에 압도적인 상태임에도 자신이 무가치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견해를 계속 유지하는 바탕이다.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내적인 부정적 자기 가치감은 현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계속된다.

부정적인 자기 가치감은 그들이 유용한 목표를 세울 수 없고, 희망을 갖거나 노력할 권리도 없으며, 좋은 행동을 수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부정적 자기 가치감에 바탕을 이루는 절망감은 어떤 목표를 성취할 가망에 대한 주체적 평가와 관계를 갖는다. 더욱이 우울증 환자들의 계획과 목표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그들의 계획은 장기적 목적을 배제하고 즉각적·단기적 목표로 제한된다. 반면 그들의 목표는 현실적으로 그것을 성취하리라는 기대들이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추구될 수 있다. 희망은 활동 계획이 예측된 목표에 도달하고 그것들을 성취하리고 기대하지만, 절망감은 실패를 기대한다. 그들의 계획은 쓸모없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계획과 목표의 분리, 그리고 절망감 등은 우울증의 가장 특징적이다. 절망과 부정적 자기 가치감은 우울증의 중심적·기본적인 주제를 형성하는 이유다.

우울증 환자들은 목적이 없고 쓸모도 없다는 느낌에 압도되면서 절망감과 무력감에 고통받는다. 이들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하기에 자신의 기술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으며, 자신의 실패를 부족한 내적 능력과 무능력 때문으로 믿을 뿐 아니라, 이전에 이룩한 성취도 무의미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스스로 무력하고, 어떤 것을 성취하거나 만족을 얻기 위해 타인들에게 의존하며,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더라도 그것이 쓸모없도록 이미 운명지워져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제 그들의 동기를 유발시킬 요인은 상실돼 포기 외에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한다.

그렇다고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목표, 특히 계속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야망과 성취 사이의 불일치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는 느낌 때문에 절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장기적 목표와 야망은 좌절의 경험과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의해 소멸되지 않는다. 그들은 절망적 생각에 방해받으면서도 좌절된 미래에 매달리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들은 자신의 능력과 기술이 그러한 목표를 성취할 어떤 가능성의 원천이라 믿지만, 자신이 가진 자원이 그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빈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이 부정적인 곳으로 집중돼 작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5. 부정적 자아인식

부정적 자아인식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으로, 존재 가치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페니헬(O. Fenichel)은 우울증을 자존감 추락으로 자기애적 욕구 좌절이라 봤을 것이다. 자기애적 욕구(narcissistic needs) 좌절은 자존감 추락을 의미하는 점에서다. 자존감 추락은 자아의 능력과도 일정 부분 관련있는데, 자아의 좌절은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 불일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에게 자아의 이상 실현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 상태에 직면하게 되면, 자존감은 깨어지고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페니헬의 자아 지향적 관점(ego-orientied view)에서 이해된다. 이상을 실현하려는 자아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하는 자아를 표현한다.

이런 자아의 모습은 프로이트의 관점과도 다르지 않다. 프로이트는 이를 경계선적 존재라는 측면으로 기술한 바 있다. 자아는 무의식적인 욕구를 행동화하려는 ‘원초아’라는 이드(id)와 그것을 제어하려는 ‘초자아’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런 자아는 언제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수없이 좌절하고 의기소침할 운명을 지고 있다. 반면 이들에게 자존감 감소는 자기 존중감 또는 자기 가치감 저하로 본다. 우울증은 자아의 무기력 상태라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비브링(E. Bibring)은 우울증을 자기애적 욕구실현에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자아로 설명한다. 자아의 무기력은 자아의 자존감 유지에 필수적인 자기애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다. 자아는 자기애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무기력을 느낄 때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이 정신 내부 매커니즘의 갈등이 아니라 박탈의 특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일어나는 정서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것임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은 우울증이 자기애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문제이므로 사실상 자아 능력의 문제를 중요시한 결과다. 자아의 능력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의 소유와 관련을 갖는데, 자아의 무기력은 에너지의 소진으로 일어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6. 불행감

우울증에서 자기 불행감(Dysphoric)은 매우 특징적 현상이다. 이들의 자기 불행은 자신의 객관적 상황과 여건에 고려되지 않는 주관적인 결과에 의한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불행감은 대인관계적 상황에서도 특이한 주관적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은 무의식적 환상과 충동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뿐 아니라 주변의 중요한 대상과 맺는 관계에서도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자아 활동이 계속되는 의심과 불신을 갖는다. 이들의 지속되는 자신의 특징적 성격 요소, 자기 조직, 그리고 자아 기능에 대해 다소 비현실적이거나 허위라고 느끼는 경향이다.

우울증의 불행감은 퇴행적인 현상으로 신경증 환자와는 달리 치료자와의 신뢰관계를 쉽게 확립하지 못한다. 이러한 퇴행 상태에서는 불행감이 종종 적대적이고 파괴적인 정서 혹은 우울하고 강렬한 정서로 흘러나온다. 이러한 불행감이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져 충동적인 자살 시도로 나타날 수 있다. 불행감은 자아 장치의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안정성을 큰 특징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우울증 환자들에게서 성격의 자아는 수동성을 보이는데, 이 수동성은 다소 수동적이거나 피학적인 행동 또는 자아의 무력감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통제 능력이나 목적을 성취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때 우울증 환자는 종종 패배를 인정하고 수동적인 입장을 선택한다.

우울증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불행감은 자신을 방어하는 기제와 관련되는 측면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불행하다고 채색하고는 다른 일에서 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도 이러한 불행감의 성격 조직에서는 작용하는 방어를 신경증적 성격이나 보다 높은 수준에 속하는 성격 장애에 작용하는 유사한 방어와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이들에게 나타나는 불행감은 퇴행이 일어나지 않는 동안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경증적 혹은 거의 신경증적 방어로 기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퇴행된 상태에서 불행감의 방어는 미성숙한 혹은 자기애적 방어의 수준으로 변하는 경향이다.

특히 불행감에서는 불안에 대한 내성이 손상을 입지만, 정신병적 성격에서 그리고 훨씬 더 극단적으로 의사 정신분열증에서 발견되는 정도만큼 손상을 입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은 심각한 분리 불안이나 심지어 파국적 불안 혹은 멸절하리라는 불안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불안의 문제는 사실상 사랑 상실과 대상 상실의 공포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불행감에서의 불안 문제는 부분적으로는 정신병적 수준에 달하는 경향이 있기에 불안은 삶과 죽음의 문제로 다가온다. 우울증 환자의 불안은 경계선 인격장애의 불안과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경계선 인격장애의 불안은 다소 강도가 강한 것으로 특징화된다. 즉 경계선 인격장애에서의 불안은 전술한 해체와 멸절의 공포에 해당한다. 그러나 해체와 멸절에 대한 강렬하고 압도적이며 외상적인 공포, 융합이나 삼킴에 대한 공황적 공포, 내적 붕괴와 정체성 상실의 공포는 보다 낮은 수준의 경계선 병리나 일시적인 경계선적 퇴행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7. 과거의 의심적 지향

우울증은 과거에 대한 의심을 가져 부정적이다. 우울증은 현재보다 과거에 정위되어 있으므로 그들은 과거를 생각하고 과거에 매달려 있다. 그들이 과거를 주로 말하는 것은 과거의 생각에 매달려 있다는 것을 반증하므로 현재에 살지 않고 주로 과거에 사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에 원만치 못했던 삶이나 관계, 부모의 사랑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우울증은 의심의 자리에서 우울적 자리로 이동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의심적 자리에서는 초기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두 가지의 자리로 이해하는 멜라니 클라인(Melani Klein)의 이론을 언급해야 한다. 그녀는 성격 형성의 초기 발달과정을 생명본능과 죽음본능을 이겨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여기에 편집-분리적 자리와 우울적 자리를 상정한다.

그녀에게 의심적 자리는 생후 3-4개월 동안의 정신과정으로 유아가 만나는 첫 대상은 엄마의 젖가슴이다. 이는 유아의 첫 대상과 관련되어 유발되는 의심적 자리가 유아에게 대상 상실의 불안이 자리하는 이유이다. 유아기는 의존하는 대상에게 분리될까 불안해하는 심리적 의심이 자리하는 시기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이 시기에 유아의 자아는 자기와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므로 젖가슴이 내적 대상이 된다. 유아들은 젖가슴이 만족을 주지 못할 때 분노를 느끼고, 만족을 주는 젖가슴은 좋고도 완전한 것으로 느낀다. 그러면서 유아는 4-5개월 지나면서부터는 의심적 자리가 점차 우울적 자리로 이동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우울적 자리에서 자아는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으로 분리되었던 것들이 통합된다. 유아는 이 우울적 자리에서 자아의 핵심에 좋고 안정적이고 전체적인 내적 대상을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자아는 온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좋은 대상의 내면화에 실패해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런 자아의 변화는 대상 관계의 변화로 엄마를 젖가슴이 아닌 인격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자아는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박해불안과 우울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미움이 사랑보다 강할 때 박해불안을, 사랑이 미움보다 강할 때 우울불안을 경험한다. 이는 유아들이 대상을 상처받은 대상 혹은 죽어가는 대상으로 경험하느냐의 문제다.

여기서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하나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그녀의 대상관계론적 시각에서 이른바 두 자리 이론과 관련하여 우울증이란 의심적 자리와 우울적 자리의 이동에서 좋은 대상을 확실하게 형성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우울증 환자의 고통이 이중적임을 시사한다. 실로 그들은 죽어가는 좋은 내적 대상 혹은 죽은 좋은 내적 대상에 대한 자책에 시달리고, 내적 대상과 외적 대상으로부터 경험하는 박해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관점에서 우울증 치료의 해답을 제시하는데, 바로 좋은 내적 대상과의 굳건한 관계 형성을 통한 내면세계 건설이다. 이런 관점에서 치료는 건강하고 창조적이고 살아 있는 인격의 건설이어야 한다는 점이 가능해진다.

우울증이 어린 시절 성장과 관련이 있다는 관점은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이를테면 우울증은 어린 시절 자기 존재의 비참함의 결과라는 점이다. 우울증이 어린 시절 자기 존재의 비참함의 결과라는 생각은 성장 과정의 존재적 부적절감과 무가치감의 결과를 의미한다. 어린 시절 부적절한 환경이 오늘의 존재로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런 환경의 주체는 자연적 환경이 아니라 그런 환경을 조성한 사람이 대상이다. 여기서 그런 부적절감과 무가치감을 갖게 만든 대상이 중요하다. 이런 시각에서 우울증은 이미 대상에 대한 분노를 내포하므로 대상과의 관계 회복이 전제된다. 부모라도 적절히 대하지 못했다면 무가치감을 준 대상이 된다. 다시 부모 중에는 어머니와 아버지로 구분돼야 하는데, 만약 부모를 여윈 경우라면 가족이나 친척이 될 것이다. 이런 시각은 특성상 존재를 위한 대상과의 관계성을 시사한다. 인격은 생활환경, 그 중에서도 사람이라는 대상이 중요시되며 그 사람의 행동이 영향을 끼치는 결과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에서 분명한 점은 발견된다. 이런 시각에서 우울증의 병리적 도식이 가능해지는 점이다. 즉 우울증에서 현재의 병리적 상태는 당시 성장과정에서 잘못된 결과라는 도식이다. 이런 관점이 옳다면 치료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부적절감과 무가치감을 준 대상의 분석이 일차적이 된다. 그러면 우울증 치료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어린 시절 성장과 관련해 그것을 보충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치료 일환이 되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어린 시절 성장에서 드러난 문제에 따른 것에 대해 전이(transference)와 역전이(counter-tranference) 분석을 통해 주요 대상과의 타협을 시도하여 자기 가치감을 회복 및 유지하게 만든다.

8. 기억의 구조와 그물망

우울증 환자의 특성을 기억과 관련해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기억 구조는 남달리 부정적 측면이 강하며, 이를 조직적으로 기억하여 활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 뿐 아니라 사람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사건에 대한 정보 중 특히 자신에 관한 정보에 민감하며, 이를 자기의 기억에 저장한다. 그렇다면 자기에 관한 정보들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어떤 형태와 구조로 저장될까? 기억의 구조와 그물망 이론에 기대 정리할 수 있다.

1) 자기기억 구조

자기기억은 대개 부정과 긍정의 특성으로 구분된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 정보와 부정적 정보로 나눠 기억 속에 존재한다. 이때 긍정적·부정적 정보는 뒤섞여 저장되지 않고 각기 분리 저장된다는 자기 구획화 가설(self-compartmentation hypothesis)이 제기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정보는 상세히 많이 저장하는 반면, 긍정적 정보는 빈약하게 저장한다. 여기에 우울증의 정보그물망 이론(informational network theory)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기정보를 저장하는 구조적 특성을 설명한다. 이는 1984년 잉그램(Ingram)에 의해서 제안됐으며, 정보처리 이론 관점에서 우울증이 유발되고 지속되는 심리적 과정을 정교하게 설명한다. 우울증 환자들이 지니는 자기인식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는 좋은 이론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이론에서 기억의 연결망 이론과 확산적 활성화 모형은 그 바탕이 되고 있다.

이런 점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억의 연결망 이론이 더 설명돼야 한다. 기억의 연결망 이론(associative network theory)에 따르면 기억은 개념과 명제를 표상하는 심리세포(node)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의미의 거리나 관계성에 근거하여 연결망을 이룬다. 즉 의미적으로 유사하거나 밀접한 개념들을 나타내는 심리세포들은 서로 가깝게 연결된다. 이때 개인의 과거 경험은 이러한 연결망의 기억구조 속에 명제로 표상되어 있다. 기억 내용이 의식에 떠오르려면 관련 심리세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정 심리세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심리세포에 대응되는 환경적 자극이 제시돼야 한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예로 들 수 있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보면, 어머니를 표상하는 심리세포는 활성화돼 의식 속에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특정 심리세포가 활성화되는 또다른 방법은, 한 신경세포가 흥분되면 신경망을 통해 다른 세포로 흥분이 확산되듯 심리세포의 활성상태가 확산되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에서 심리세포는 기억의 연결망 구조 속에 서로 연결되며, 한 심리세포의 활성화는 주위에 연결된 다른 심리세포로 연결망을 따라 확산돼 나간다. 예를 들어 ‘미녀’라는 단어를 보면 미녀를 표상하는 심리세포가 활성화되고, 미녀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어머니의 심리세포로 활성상태가 확산됨으로써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연상 작용에 의해 여러 생각이 이어지는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확산적 활성화 모델(spreading activation model)이다. 이런 것은 우울증 환자들이 기억 중에서도 부정적인 기억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바탕이다.

2) 우울증과 정보 그물망

우울증은 정보그물망에 의해서도 설명될 수 있다. 기억의 이론에 기초하여 설명되는 것이다. 기억을 바탕으로 하는 정보그물망 이론은 인간의 정보처리체계 내 우울정서세포(depression-emotion node)를 가정한다. 이 가정에 의하면 우울증은 우울정서 세포의 활성화에 대한 결과이다. 우울증은 우울정서세포가 활성화되면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우울정서 세포는 우울과 관련된 인지정보를 담고 있는 심리세포, 우울을 인지하는 세포들과 연결되며, 이들 상호간 활성화로 확산된다. 이러한 활성화 확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울한 기분에서는 괴로운 기억이 더 잘 일어나고, 괴로운 기억이 회상되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이는 우울한 정서세포와 우울을 인지하는 세포는 연결되어 있으므로 서로 활성화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다르게 말하면 우울증은 우울정서 세포의 과도한 활성화에 의해 유발되며, 이는 다시 부정적 생활사건에 의해 촉발된다. 이런 활성화에는 주로 상실이나 실패와 관련된 중요한 인물과의 이별, 심각한 질병, 실직 등의 생활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이들이 생활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은 스스로 평가 과정을 거쳐 우울정서의 세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생활사건이 상실과 실패의 의미로 평가되면 우울의 정서세포가 활성화된다. 흥미로운 점은 우울한 정서세포의 활성화 정도는 누적될 수도 있으며, 활성화 정도는 강할수록 쇠퇴하는 기간도 길어진다.

이런 이론에서는 특별한 생활사건이 없이 우울증이 지속되는 이유도 설명된다. 지속의 이유는 바로 우울정서의 세포에 의해 자극된 우울 인지세포의 활동 때문이다. 우울의 정서세포가 활성화되면 그 활성상태는 연결망을 통해 여러 우울의 인지세포로 확산되고, 그 결과 부정적 사고나 기억들이 의식에 떠오른다. 이러한 우울을 인지하는 세포의 활성화는 다시 환류되어 우울정서와 관련된 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이렇게 우울정서의 세포와 우울을 인지하는 세포가 서로 순환적으로 활성화됨으로서 우울증이 지속되는 것이다.

3) 정보 그물망과 우울증의 유발

정보 그물망 이론은 외부 생활사건에 의해 우울증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울증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이 우울증에 잘 걸리는가? 생활 사건에 의해 쉽게 우울해지는 사람은 어떤 특성의 기억구조를 지니는가? 등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구조 속에는 '자기'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는 정보 그물망이 가장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자기와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는 더 정교하고 심층적인 정보처리가 이루어짐을 가정한다. 예를 들어 옆 사람이 나와 무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무심코 흘려듣지만, 나와 관련된 말을 했을 때는 촉각을 곤두세워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보면 우울증 환자들은 자기에 관한 부정적 정보를 담고 있는 우울정보의 세포의 연결망이 크고 복잡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많이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세밀한 정보를 지니고 있다. 이들에게 부정적 생활 사건이 일어나면 이와 관련된 일부 우울정보가 활성화되고 연결망을 통해 다른 우울정보세포로 급격하게 확산되어 과거에 경험했던 부정적인 기억과 사고들이 의식 속에 다시 떠오르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는 우울정서의 세포를 활성화시켜 결과적으로는 우울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런 현상은 우울증 환자들의 자신에 대한 긍정적 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그물망은 작고 엉성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은 긍정적 체험을 해도 그것이 확산돼 의식에 떠오르는 정보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자신의 장점을 잘 모르지만 단점은 매우 자세히 잘 알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억구조의 특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우울한 기분을 잘 느끼지만 억제하며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유쾌한 기분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환경적 상황이 좋을 때에는 이들 부정적 정보가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돼 좌절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부정적 자기정보가 쉽게 활성화될 뿐 아니라 강력한 확산 과정을 통해 다른 광범위하게 활성화되어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또 이들에게 좌절사건은 많은 부정적 자기정보를 떠오르게 해 쉽게 우울감을 유발하는 반면, 성공사건은 긍정적 정보를 그다지 떠오르게 하지 못해 영향력이 미약하므로 우울한 기분으로부터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론은 우울증의 치료 뿐 아니라 그 예방을 위해서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러면 우울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선 자기기억의 긍정적 정보 연결망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긍정적 측면, 즉 자신의 장점과 강점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세밀하게 잘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인간의 장점은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발굴되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발굴하여 자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기기억의 부정적 정보연결망을 약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에 대해 지나차게 철저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에게는 자신의 약점과 단점이 크게 잘 보인다. 이들에게는 부정적 자기 모습과 과거 기억을 다시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햇볕에 차가운 얼음이 녹아내리듯, 따뜻하고 수용적인 태도로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과 과거 기억을 재검토하면 오히려 긍정적 자기정보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9. 결론: 우울증은 변화를 요청하는 경고

지금까지 우울증의 일반적인 특징에 대해 기술했다. 대개 우울증과 관련해 널리 알려져 있는 것들이어서 특이하지는 않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기회가 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들은 왜 그렇게 되는지까지는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 정확하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특징을 다룰 때 우울증이 건강에 대한 의식의 상실과 심리적 경고를 상정한다는 점은 다루지 못했다. 이는 우울증이 전인 건강 의식의 상실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해하는 측면이다. 우울증은 전인 건강(well being)의 이전 상태를 상실할 때마다 일어나는 결과라는 점에서다. 이런 전인 건강의 시각에서는 의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인 건강 의식이란 현상적으로는 신체적·정신적인 것의 종합적 관점을 갖지만, 실제 자존감 상실과 불안증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점에서다.

이는 전인 건강을 의식하는 주체로서의 자아가 강조되는 측면이다. 자존감을 느끼는 주체는 자아로 건강하지 않음을 의식할 때 불안해하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정신적 건강에 역점을 두어 불안해한다는 의미이기에 전인 건강의 관점에서 우울증은 대상 자체의 상실이라기보다 대상이 주는 전인 건강의 상실인 것이다. 자아가 불안한 것과 건강하지 못한 상태는 전인적 건강을 의식할 때 느껴지는 현상적 결과다.

우울증에서 건강한 의식 상실은 전인 건강으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은 자아가 자기 수치감, 무가치감, 죄책감, 그리고 과도하게 타인을 이상화하고 과도하게 타인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면 전인 건강의 관점에서 우울증 치료는 자아의 건강의 회복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아의 건강 회복은 순전히 의식적인 것으로 약화된 의식을 강화시키는 것과 관련되므로 일단 자아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시된다는 점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율성 회복이 자아의 건강을 뒷받침하는 능력의 원천이 된다. 물론 이때의 자율성은 자아의 독립성으로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소유하는 것을 바탕으로 전제해야 한다. 자아는 스스로 독립성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건강을 잃은 것으로 생각되는 점에서다.

이런 전인 건강에서의 원리에서 보면 우울증은 변화의 요청을 원하는 심리적 자기에의 경고일지 모른다. 우울증은 이미 정신이 병약한 상태이므로 자기에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그러면 이들에게 유발된 우울증은 자신에 대해 이미 잘못된 존재를 인정하고 극복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물론 여기에서의 잘못된 존재는 심리적으로 약화된 자기를 의미하기도 하다. 이때 자기란 물론 자아와 다르지 않는 자기 자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로운 상황과 환경에 적응하는 주체를 상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아와 자기를 구분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인격의 주체를 자아와 자기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아는 의식의 주체이며, 자기는 무의식의 주체라는 칼 융(C.G. Jung)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정신분석은 인격 주체가 자아(ego)로 보는 관점이지만 최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자아 심리학파, 자기심리학파, 신프로이트 학파, 대상관계론 등의 분화적 발전으로 인해 자아의 범위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실제로 정신분석학에서는 자아의 만족보다는 자기애적 만족, 자존감과 자기애적 욕구충족 등을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나중에 정신분석에서 나르시즘의 개념을 확대한 자기심리학파의 등장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