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장신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 정신분석 방법론 특강. ⓒ이대웅 기자

현대인들은 전화와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넘어 SNS 등을 통해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과 동시적·쌍방향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파편화되고 표피적인 인간관계 및 가족 구성의 변화 등으로 인해 더욱 ‘외딴 섬’이 되고 있다. 그래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비롯해 2백만여명의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빠져 있으며, 많게는 1천만여명이 ‘결핍’을 원인으로 하는 각종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목회에 있어 상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상담을 넘어 보다 높은 기술의 심리 및 정신치료 기술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 국내 최초로 심리치료대학원을 설립한 한일장신대학교(총장 정장복 박사)에서 ‘현대 정신분석방법론 특강’을 2일 사회봉사관에서 개최했다.

행사를 개최한 김충렬 심리치료대학원장은 “정신의 문제가 다양하게 대두되면서, 인간이 갖는 원초적 정신특성과 문제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밝히는 무의식이론이 중요해졌다”며 “생물학적 결정론·성애론에 기초하는 프로이트와 달리 정신의 보편성, 다양한 무의식의 긍정·부정성을 객관적으로 연구한 칼 융의 분석심리학은 상담치료에 유용할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된 특강에는 평일임에도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당초 200명을 목표로 했던 심리치료대학원측은 몰려드는 청중들로 인해 자료책자를 급히 추가 인쇄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대학(원)생들을 비롯, 목회자·사모, 상담치료·심리 및 정신치료 종사자 등이었다.

행사에 앞서 정장복 총장은 “정신의 균형적 발전이 아쉬운 때에 국내 유일의 심리치료대학원이 있는 우리 학교에서 특강을 개최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특강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더욱 함양하고 무의식 치료에 대한 눈이 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격려사를 전했다.

첫 강의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과 꿈의 분석’을 주제로 김성민 박사(협성대)가 맡았다. 꿈에 대해 김 박사는 “언제나 현재의 임시적인 의식 내용과 달리, 무의식에서 파악하는 항구적·전체적 의미가 담겨 있다”며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매우 억제적이고 규칙 준수적이며 자제심이 강한 사람들인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꾼다는 사실”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융은 이러한 꿈 해석에 필요한 요소로 그 사람의 의식적 상황, 내용, 꿈 이미지에 대한 개인적 연상, 꿈 이미지 확충 등을 꼽았다. 사람들이 꿈을 기억하더라도 희미하게 기억하는 이유로는 무의식의 특성 중 하나로, 끊임없이 의식화되려 하지만 그 자체에 의식이 없어 이를 자의식이 즉시 고정시키지 않으면 즉시 무의식이라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억압(repression)’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는 성경의 야곱이나 요셉, 솔로몬과 다니엘 등에서 보듯 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탄생도 꿈으로 예고되는 등 프로이트가 강조했던 꿈의 ‘예언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융은 꿈의 ‘보상적 기능’에 주목한다. 의식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 무의식에서 이를 바로잡는 데 꿈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꿈이란 내면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초월해 그 중심이 되는 자기(Self)가 의식의 일방적 태도를 보상하기 위해 밤마다 편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우리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은 내면의 소리를 종교적인 태도를 가지고 경청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삶을 통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꿈은 사람들을 좀더 높은 통합으로 이끌어간다.

▲김충렬 교수(심리치료대학원장)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두번째 강연에 나선 김충렬 원장은 ‘아니무스와 아니마의 대결과 조화’라는 주제를 잡았다. 아니마(Anima)란 남성 안에 있는 여성성, 남성 안에 존재하는 여성 즉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다. 반대로 아니무스(Animus)는 여성의 정신에 존재하는 남성적 특성, 여성에서 무의식이 남성으로 인격화된 원형이다. 김 원장은 다소 생소한 단어를 담고 있는 주제와 달리, 남녀관계의 실제적인 담론들을 풀어놓았다.

김충렬 원장은 “여성은 남성보다 섬세하면서도 남성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가 하면, 남성이 전혀 관심을 갖지 못한 것에 관심을 갖기도 하는 등 여성과 남성은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서 조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경험한다”며 “결국 부부를 비롯한 남녀간의 문제는 서로 다른 특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아니마’의 최초 투사 대상은 어머니로, 어머니의 여성적인 상(像)이 긍정적이면 아들의 여성관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이면 그 반대가 된다. 마찬가지로 ‘아나무스’는 최초로 아버지에게 투사되며, 아버지의 남성적인 상이 긍정적이면 딸의 남성관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이면 그 반대가 된다. 그만큼 이성관은 가족들, 부모 뿐 아니라 형제자매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결국 남성이나 여성은 이러한 자신만의 상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이성(異性)을 만나게 된다. 김 원장은 “여성은 사랑을 주는 존재가 돼야 하고, 남성은 여성의 사랑을 받고 자신감을 얻어 사회생활에도 힘이 생길 뿐 아니라 여성을 더욱 사랑하고 보살피게 된다”며 “부부관계에서 여성은 사랑을 받으려고만 해서는 안 되고, 어떤 의미에서는 남편을 새로 ‘양육’하면서 자신도 존재 가치를 느끼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지막 강의는 이재훈 박사(서울대상관계정신분석연구소장)가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분석 방법’을 주제로 진행했다. 이 소장은 프로이트 이후 실제적인 면에서 다양하게 응용 및 변형된 정신분석학을 자아심리학, 신프로이트 학파, 자기 심리학, 대상관계론 등으로 구분했다.

자아심리학은 정신분석에서 ‘자아(Ego)’의 개념을 확대·발전시킨 이론으로,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자아기능이 확대 및 강화되면 외부 자극으로 인한 정서의 다양한 변화와 현실의 차이를 구분해 자신의 조절이 이뤄진다. 신프로이트 학파는 프로이트의 생물학주의를 비판하고, 문화·사회·타인·사회·문화적 요인을 강조한다. 이들로 인해 정신분석이 정신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고, 역동정신의학의 발전 계기가 됐다.

자기심리학은 인격의 주체를 자아에서 자기(Self)로 바꾼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아는 초자아, 원초아 등과 함께 자기의 부분적인 구조이거나 부분이 되며, 자기의 모습은 건강하고 진실된 나르시즘의 모습이다. 대상관계론은 인간의 정신구조와 정신발달 과정을 대상과의 관계에서 파악한다. 이를 통해 정신분석에서 자아기능 뿐 아니라 대상관계 발달과 자아기능에 대한 상호관계를 중요시하게 됐다.

이 소장은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 기법은 엄청나게 심화되고 풍부해졌을 뿐 아니라, 이런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일반인들은 아직도 정신분석학 하면 프로이트만을 떠올리지만, 지금 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정신분석은 프로이트의 그것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