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피에타,1550-1555년,피렌체오페라델두오모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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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조각가임을 그처럼 자랑스러워했던 미켈란젤로. 그는 늘 상황에 몰려 그림을 그리고 건축 일을 하고는 했지만, 그의 마음은 늘 조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80세부터 89세(사망한 해) 사이에 조각한 세 개의 미완성 피에타들 속에서 가슴을 울리는 그의 영혼의 고백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중 1550년경에 작업을 시작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로도 불리는 <피렌체의 피에타>는 자신의 무덤에 두기 위해 조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축 늘어진 예수님의 시신을 등 뒤에서 받쳐 들고 서 있는 니고데모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는다. 그의 얼굴은 두건 속에 감추어진 채, 그의 입술은 슬픔 가득한 침묵으로 굳게 다물어져 있고, 그의 시선은 오로지 죽은 예수그리스도의 얼굴을 향해 쏟아져 내릴 듯이 고정되어 있다. 미완성이기에 남겨진, 그의 얼굴을 온통 뒤 덮고 있는 거친 끌 자국들은 차가운 돌 위에 미켈란젤로의 뜨거운 숨결을 남겨놓기라도 한 듯, 오히려 가슴 사무치는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그의 두 눈에서 흘러내렸을 슬픈 눈물이 몇 백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차가운 돌조각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는 것만 같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고독해진 그는 로마가 모두 잠든 한밤중에 곧잘 일 속으로 도피하곤 하였다. 정적은 은혜이고 밤은 친근한 벗이었다. 어느 날 밤, 바자리가 찾아가 보니 그는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혼자 비장하게 자기의 <피에타>와 마주 앉아 깊은 묵상에 잠겨 있었다.”
“니고데모는 두터운 두건을 덮어쓰고 있는데 두건 밑에 보이는 그 얼굴은 비탄에 젖은 미켈란젤로 자신의 모습이다. 아득한 옛날, 조각가로서 첫 발을 내디딜 즈음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승리자 다비드로 나타냈었다. 이제 인생의 막이 내리는 순간 그는 자신을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인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 일부, 니고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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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두려움에 빠져 흩어져 버리고 어느 정도 신분이 보장되었던 부자 아리마대 요셉이 빌라도 총독을 찾아가 예수님의 시신을 구하게 되는데, 이때 니고데모도 향품과 세마포를 가지고 와서 함께 거들었던 것이다. <피렌체의 피에타>에서는 예수님의 등 뒤에 니고데모가, 왼 팔 쪽에는 어머니 마리아가 위치하고 오른팔 쪽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위치한다. 미켈란젤로의 경우 니고데모가 아리마대 요셉보다 더 의미심장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하지 못하고 떠난 후에 그분의 매장 때 뒤늦게나마 달려와 동참한 점 때문인 것 같다. 미켈란젤로는 젊은 시절 넘치는 재능을 어찌하지 못하고 세상 욕망을 쫓아 삶을 허비하다가 노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고자 나온 자신을 니고데모의 모습을 빌어 회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니고데모를 젊은 청년이 아니라 그 작품을 하던 당시의 자신의 나이쯤 되어 보이는 수염이 나고 주름진 얼굴의 노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심정아 작가는 뉴욕 Parsons School 학사, 뉴욕 Pratt Institute 석사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설치미술을 전공했으며 국립 안동대학교, 홍익대 조형예술대학, 경희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출처: 예술의 발현과 선교를 지향하며 아름답고 영화로운 예술장르를 그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 아트미션(www.artmis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