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최근에 방지일 목사님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방지일 목사님께서 기독교 정당 창당을 우려하시는 말씀을 저에게 하셨다. 그러지 않아도 욕을 먹는 판에 교회가 더 욕을 먹으려고 정당까지 만든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즉시 이영훈 목사님에게 전화를 걸고 방지일 목사님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영훈 목사님도 그것을 우려하면서 조용기 목사님에게 기독교 정당 만드는 일에 참여하지 말라고 권면했다고 했다. 그리고 조 목사님이 참여하는 것처럼 보도가 되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부언했다. 그 이야기를 방지일 목사님에게 전했더니 다행이라고 말씀했다. 오래 전에 반 정부적인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며 행동했던 박종화 목사님은 “목사가 무슨 정치냐?”고 비판하면서 이와 같은 움직임을 ‘정신 나간’ 일이라고 규정했다.

기독교는 본래 정치 경제 문화 운동을 하는 종교가 아니다. 영적이고 윤리적인 구원 운동과 사랑 운동을 펴 나아가는 종교이다. 주기철 목사님은 “(정치 운동을 하려는) 민족주의자들은 산정현교회에서 나가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한국교회의 아버지 길선주 목사님도 정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회개와 기도와 말씀과 전도와 종말을 강조하는 천국 복음에만 관여했다. 그래서 일부 교회사 학자들에게 비판도 받았지만 나는 교회사 학자들의 입장보다는 길선주 목사님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한 기독교의 올바른 입장은 “반 문화주의”도 “문화 분리주의”도 “문화 적응주의”도 “문화 완성주의”도 아닌 어거스틴과 칼빈이 주장한 “문화 변혁주의”이지만, 정치 경제 문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문화 완성주의”보다는 차라리 루터가 주장한 “문화 분리주의”가 더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잘 살아보세” 라는 정치 구호와 영합하며 경제 문제에 치우치더니 이제는 진보 또는 보수적인 정치 이데올로기와 영합하여 정치 문제에 치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대해서 선지자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상의 교회도 완전하지 못한데 그래서 교회주의에 치우는 것도 문제인데, 필요 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치에 치우치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한심한’ ‘정신 나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마디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한국교회와 사회를 바라보면서 하도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목사님들이 기독교 정당을 만들려고 하실까? 일말의 동정을 지니며 내가 지금 하는 말에도 혼자서 옳다고 생각하는 위선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죄송함의 말씀을 드린다. 온전한 사람도 온전한 주장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 모두에게 은혜와 사랑을 베풀어주시기를 간구한다. 우리 모두가 무릎을 꿇고 회개하면서 손에 손을 잡고 하나님 나라 확장과 함께 우리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워 나아가는 동역자들이 되기를 소원한다.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라”(마 6:33).

위의 글을 쓴 다음 날인 9월 5일 아침 조용기 목사님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 목사님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회개 기도 모임에 와서 설교 해달라고 해서 간 것 뿐이고 정당 만드는 일에 참여하기 위해서 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고 조 목사님이 “전 목사님에게 전화를 걸고 자기 이름을 빼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