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기기증자의 어머니가 나와 사연을 전하고 있다. 뒤쪽에는 (좌측부터 순서대로) 김선희 사무총장, 손봉호 교수, 유재수 사무처장, 이원균 사무국장. ⓒ신태진 기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박진탁 본부장)는 9월 1일(목)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뇌사장기기증시 금전적 보상,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진탁 본부장의 인사, 손봉호 교수(고신대)의 주제발표에 이어, 장기기증자 유가족 사례 소개, 종합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진탁 본부장은 인사에서 “장기기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으며, 정부는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에게 보상금이 아닌 다양한 홍보정책과 정신적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그들이 보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 2월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시행 이후, 뇌사와 관련된 업무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이하 KONOS)로 이관됐다. 이후 공정한 분배와 장기매매 금지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어 장기기증이 경직화되고, 결국 1999년도에 162명이던 뇌사 장기기증인은 해마다 급감하여 2002년에는 36명으로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ONOS는 2002년부터 뇌사자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에게 200백~1,200백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그동안 이러한 정부의 보상금 지급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며, 뇌사 장기기증인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은 돈이 아니고 외국처럼 다양한 홍보정책과 정신적인 예우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건의해왔다.

(사)나눔국민운동본부의 대표인 손봉호 교수도 주제발표에서 “이러한 금전적 보상이 오히려 기증자의 숭고한 뜻과 자부심을 떨어뜨리며, 유족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장기기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릴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족들에게 일정 금액의 보상을 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장기기증은 아무런 대가 없이 기증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고 전했다.

2010년 5월 WHO회의에서 채택된 지침에는 ‘세포, 조직, 장기는 반드시 그 어떠한 금전적 보수나 다른 금전적 보상없이 무상으로 기증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상금은 2002년부터 2007년 8월까지 장제비, 위로금, 진료비란 명목으로 각 200만원을 지급했으며, 2007년 9월부터 2008년까지는 같은 명목으로 각 120만원을, 2009년부터 현재까지는 각 180만원과 뇌사자 관리기관에서 200만원을 장제비명목으로 유족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손 교수는 “한국도 보상금이 아닌 외국과 같이 유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원조성 및 추모탑 건립, 기증자 가족들의 정기적인 모임, 지역에서의 강연과 봉사활동 등을 제안했다.

외국의 기증자 예우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는 사후관리, 추모행사, 퀼트만들기, 꽃차 퍼레이드 행사 등을 통해 기증자 가족을 격려하고 있고, 네바다 주에서는 기증자 유품을 2년간 전시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기증자 추모벽과 공원을 조성하고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기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나무 심기를 하고 있다.

이어 지난 2007년 1월 뇌사에 빠진 아들의 장기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박진성 군의 어머니가 나와 사연을 전했다.

박 군의 어머니는 평소 성실하고 나누기를 좋아했던 아들의 성품을 생각해 장기기증 결정을 내렸지만, 장례 후 통장에 입금된 돈을 보고 ‘차라리 기증하지 말 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금전적 보상 때문에 아들의 순수한 장기기증의 뜻이 훼손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떠나 보낸 것만으로도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데, 장기기증을 했다는 보람감보다 죄책감이 드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아들의 장기를 팔았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 속에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며 “당시 정신적으로 예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아마 빨리 회복할 수 있었을 텐데, 기증자의 가족으로서 프로그램이 개발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후 종합토론에는 신혜수 대표(유엔인권정책센터), 김선희 사무총장(한국장기기증원), 이원균 사무국장(사랑의장기증운동본부), 정영훈 과장(보건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 등이 참석하여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