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가족’의 마음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95)

“흑흑…. 나 혼자서 어떻게 살라고 먼저 가? 먼저 가기는…. 흑흑.”
“미숙아! 이제 그만 울어.”
“흑흑…. 여보! 왜 이렇게 일찍 떠나 가냐고…. 흑흑.”
“미숙아….”

“흑흑…. 다른 사람들은 오래만 사는데…. 내 남편은 도대체 뭘 잘못해서 이렇게 일찍…. 흑흑”
“미숙아, 이제 그만 슬퍼해! 하나님께서 데려가신 거잖아.”
“하나님? 도대체 하나님은 왜 남의 행복을 깨뜨리는 거야? 흑흑.”

충격과 슬픔으로 인해 말할 수 없이 무력감에 빠진 상실 가족을 위해서 “이제 그만 슬퍼하라!”는 상투적인 위로는 너무나 잔인한 말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랑하던 사람이 임종했을 때, 상실 가족들은 죄책감과 후회에 사로잡히게 된다. 평소에 죽은 이에 대하여 잘 대해 주지 못한 죄책감, 환자를 간호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지 못하고 불편하게 했던 것, ‘환자가 빨리 죽어서 살아있는 가족이라도 편히 살았으면’ 했던 생각, ‘만일 이러이러 했더라면 환자는 병을 고칠 수도 있었을텐데, 더 오래 살 수도 있었는데…’ 등의 후회를 자주 하게 된다. 혹시 부모가 자녀에게 심부름을 보냈다가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여 소천하게 된 경우라면 많은 후회와 죄책감이 나타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죽고 자신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실존적 죄책감은 더욱 심화된다. 죄책감에는 통상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본질적 죄책감과 정서적 죄책감이다. 본질적 죄책감은 우리가 하나님의 계명을 어겼을 때 발생되는 심리 현상이며, 정서적 죄책감은 어떤 사람이 그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질 때 나타나는 슬픔의 정서이다. 그러므로 상실가족이 느끼는 죄책감은 정서적 죄책감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실 가족들이 당하는 심리적 고통은 상실감과 그에 따른 공허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그 사람이 없어 느끼는 공허감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상실 가족들의 공통된 감정이다. 환자와 함께 마음 아파해 왔는데 이제는 그런 환자가 곁에 없다고 생각할 때, 홀가분한 마음이 아니라 공허감과 상실감으로 인한 고통이 따른다. 임종자가 가장(家長)이었다면 그와 더불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왔을텐데 가장이 없어 공허감과 상실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분위기가 된다. 또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경험하는데 가장 심각한 고통은 경제적인 것이다. 이것은 가정과 가족 구성원의 삶의 형태를 바꾸어 놓는 결과를 가져온다. 치료비, 생활비, 교육비 등의 압박감은 견디기 어려운 위기가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가정만 지켜온 배우자는 삶의 형태를 바꾸어야만 한다. 경제활동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배우자는 임종자의 역할과 삶의 자리가 크고 중요함을 느끼면서 더 슬퍼진다.

이렇게 되면 점차 삶의 여유는 없어지고 꿈과 소망은 잡을 수 없는 뜬구름 같은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느낌을 갖게 된다. 또한 임종자가 아내나 어머니였다면 가사(家事)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문제들이 이제는 상실가족들의 슬픔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취사, 세탁, 청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가사를 모두 떠맡게 되는 것은 생전에 임종자가 삶의 자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며, 더욱 슬퍼하게 되는 것이다.

상실 가족에게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 “하나님이 데려가셨다”는 말은 좋지 않다. 물론 하나님이 데려가셨어도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러한 말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며, 아직 그 말을 해야 할 때가 아니기 때문에 삼가야 할 것이다. 함께 울어 주고, 함께 있어 주는 것처럼 좋은 위로가 없을 것이다. 문상객들이 다 떠나가 버려도 쓸쓸한 방과 같은 상실 가족의 마음에 함께 있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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