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베드로전서 4장 6절에는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라고 적혀 있다. 소위 ‘음부강하설’과 관련돼 논란이 되는 구절이다. ⓒ김진영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고신) 소식을 다루는 ‘코람데오닷컴’이 최근 교단 사도신경에 ‘음부에 내려가사’가 추가된 것과 관련, 이를 해석한 고신대 이성호 교수(역사신학)의 글을 게재했다.

이 교수는 “지난 총회에서 ‘음부에 내려가사’라는 문구가 최종적으로 사도신경에 포함됐다”며 “지금까지 한국 장로교회는 교회연합이라는 구실로 충분한 신학적 검토 없이 이 문구가 제외된 사도신경을 받아들여 왔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경에서 ‘음부에 내려가사’에 대한 명시적 가르침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최상의 해결책이 아닐 뿐 아니라 우리가 고백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도 충실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연 선하고 필연적 추론을 통해 ‘음부에 내려가사’가 담고 있는 내용이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도신경 자체가 ‘음부에 내려가사’에 대한 해석을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신조와 요리문답”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중요한 교리에 대한 가장 성경적 해석이라고 고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가 근거로 든 것이 바로 대교리문답과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이다. 대교리문답은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신 후에 묻힌바 되어, 제 삼일까지 죽은 자의 상태로 사망의 권세 아래 계셨다. 이를 다른 말로, 그가 지옥에 내려가셨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내가 큰 고통과 중대한 시험을 당할 때에도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지옥의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 구원하셨음을 확신하고 거기에서 풍선한 위로를 얻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분은 그의 모든 고난을 통해, 특히 십자가에서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아픔과 공포와 지옥의 고통을 친히 당하심으로써 나의 구원을 이루셨다’고 밝히고 있다.

이 교수는 “대교리문답은 죽은 자의 상태로 사망의 권세 아래 있다는 것을 ‘음부로 내려가사’로 보았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역시 십자가에서 당한 고통을 지옥의 고통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가장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음부’를 문자적인 혹은 장소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 신조 모두 예수님이 죽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신조에 근거해 해석한다면, 이 고백이야 말로 성경의 가르침과 너무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문구가 성도들에게 혼동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문구 자체의 책임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사람의 책임”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음부에 내려가사’ 뿐만 아니라 우리가 고백하고 있는 다른 신조의 내용들에 대해서도 보다 관심을 가진다면 교회에 큰 유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목사 고발까지 당해… 학자들, 의견 엇갈려

‘음부에 내려가사’라는 문구에 대한 논란은 2년 전에도 있었다.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는 그의 책 「성숙자반」(홍성사)에서 “예수님께서 음부에 있는 영들에게도 복음을 전파하라고 하셨으니”라며 이 문구를 언급했다. 이것이 발단이 돼 그가 속했던 예장 통합 서울서노회측은 2년 전 “예수 믿지 않고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기도할 것을 주장함으로 (바른 신앙으로 성도들을 인도할 의무를) 위배하고 있다”며 고발까지 했다.

이 목사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음부에 내려가사’는 주후 750년에 확정된 사도신경 ‘공인원문(forma Recepta)’에 포함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교회가 교파와 신학을 초월하여 현재까지도 고백하고 있는 구절”이라며 “베드로전서 3장과 4장에도 근거구절이 있고 국내에 시판되는 영어성경에도 다 기록돼 있다. 누군가가 임의로 논의해서 삭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떤 이가 중죄를 지었다고 하자. 사법부는 법에 의해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애원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누군가 그 어머니에게 애원조차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사리분별이 없는 행동이고 월권”이라고 음부의 영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 구원의 문제와는 별개로 단지 영혼을 향한 위로의 차원임을 강조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선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창장을 역임한 바 있는 故 이정석 박사는 생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음부에 내려가사’라는 문구가 한국교회 사도신경에서 삭제된 것에 대해) 교인의 절대다수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구절을 삭제해야 될 분명한 신학적 이유도 없이, 이를 회복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은 매우 애석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이 구절은 우리 구원의 총체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만일 이 구절을 삭제하면,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이 주는 은택의 많은 부분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칼빈의 해석을 언급하며 “성경이나 신경의 해석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해석이 다양하거나 난해한 것이 삭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철원 박사(전 총신대 신대원장)는, 역시 해당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도신경의 ‘음부에 내려가시고’는 (사도신경의) 초기와 중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후기 로마교회의 완성된 사도신경에만 있다”며 “베드로전서 3장의 (‘음부에 내려가사’와 관련된) 말씀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전우주적 사건이어서 그들에게 알려진 것을 말한 것이지, 이미 지옥에 간 사람들을 믿도록 권고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