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 신학위원장인 토마스 쉬르마허 박사.
최근 세계복음연맹(WEA)은 세계교회협의회(WCC), 교황청과 함께 공동의 문서인 ‘다종교 세계에서의 기독교 증거(Christian Witness in a Multi-religious World)’를 발표했다. 선교의 윤리적 측면만을 다뤘지만, 문서에서 복음주의 교계가 에큐메니컬 교계, 그리고 가톨릭과도 최초로 한 목소리를 냈다는 데 국내 복음주의자들은 무엇보다 주목하고 그 의미에도 관심을 모았다.

이에 본지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WEA 신학위원장인 토마스 쉬르마허(Schirrmacher) 박사로부터 이번 문서를 위한 협력에 관해서는 물론, 기독교 커뮤니티 간 협력, 더 나아가 종교 간 협력에 대한 WEA의 견해를 묻는 기회를 가졌다.

기독교 공동의 구체적 필요가 이번 협력의 계기

먼저 쉬르마허 박사에 따르면 이번 문서 협력이 갖는 의미는 “기독교 공동의 필요에 대한 응답”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 이번 협력이 구체적인 필요에 의한 것임을 강조한 그는, “WEA와 WCC 그리고 교황청은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기독교인들이 마주하고 있는 구체적인 도전에 대응하고자 했다”며 “이 도전은 일부 기독교 선교의 방식이 가짜이며 강제적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쉬르마허 박사는 “이러한 비판이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와 반개종법, 많은 이들에 대한 종교자유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배경이 WEA가 다른 기독교 커뮤니티들과 함께 ‘진정한 기독교 선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서 이 문서를 만드는 일에 참여케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인 문서에 대해 그는 “그리스도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어떤 종류의 기독교 증거이든지 이는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것이 되어야 함을 권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 커뮤니티와 협력할 때 복음주의 신념 더 강화해야

이번과 같은 복음주의 밖의 기독교 커뮤니티와의 협력에 대해 쉬르마허 박사는  “WEA는 ‘그들의 말로 말미암아 나를 믿는 사람들’을 두고 하셨던 예수님의 기도(요17:20-21)에 대한 순종으로써 다른 기독교 커뮤니티와 협력하고 있다”며 “기독교인 간의 협력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증거를 보다 강화시키며, 기독교인간의 분열은 이를 약화시킨다는 것이 우리의 믿는 바”라고 전했다.

또 그는 “WEA는 이런 협력에 임할 때 ‘온유함과 두려움(respect)으로 우리 안의 소망을 이야기하라(벧전 3:15)’는 성경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쉬르마허 목사는 “WEA는 우리가 협력하려 하는 기독교 커뮤니티들과의 신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WEA는 협력과 동시에 복음주의의 신념을 유지하고 이를 강화시키도록 하는 사명을 부여받았음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교간 협력에서도 기독교 진리 포기는 용납 안돼

더불어 이같은 원칙은 타 종교 커뮤니티와의 협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쉬르마허 박사는 “복음주의자들의 두 역할, 즉 복음을 전하고, 기도하고, 선교의 연합과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일치를 위해 일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고, 치유하고, 교육하며, 세계와 각 나라 정부에 선지자적 목소리를 내는 교회로서의 역할과, 인류의 공공의 선을 이루는 일에 참여해야 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타 종교와의 교류는 빠질 수 없는 요소”라며 종교 간 협력에 대한 WEA의 기본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협력에 있어서 “기독교 진리에 대한 양보나 타 종교가 믿는 바에 대한 수용이 포함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 쉬르마허 박사는 “기독교의 절대 진리에서 일시적으로든 지속적으로든 물러나게 하는 타 종교와의 교류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WEA의 원칙”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