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교수(웰빙코칭아카데미 대표, http://blog.daum.net/k-d-h).
하버드대학교의 인지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와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가 1999년에 고릴라를 투입하는 실험을 해 보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내었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라는 책이다.

그들이 활용한 실험 방법은 흰 옷을 입은 사람들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함께 섞여 농구공을 주고 받는데 그들이 주고 받는 횟수를 세어 보라는 형식이다(http://www.theinvisiblegorilla.com). 그런데 정작 이 실험의 목적은 그 중간에 등장하는 고릴라 탈을 쓴 여학생을 얼마나 보는가에 관한 관찰력 실험이다. 이 실험으로 인해 2004년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았으며, 심리학 입문 교과서에 실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실험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은 농구공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확인하느라 화면 중간까지 와서 가슴을 두드리고 가는 고릴라를 보지 못한다. 오로지 ‘15회’라는 정답을 맞추기 위해 주목하다 보니 ‘무주의 맹시’를 겪었다는 말이다. 이 실험을 통하여 우리는 인간의 의식과 주의력과 관찰력이 얼마나 부정확한가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력, 기억력, 조절능력, 대처능력 등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는다.

필자가 암으로 투병중인 내담자들을 상담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자신을 너무 믿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으며 암에 걸린 이유가 자신이 운이 나쁘다거나 다른 원인들 때문이라는 착각 속에 너무 깊이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가 코칭을 하면서 예리하게 원인을 하나 둘 찾아내어 주면 무릎을 치면서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인정 하곤 한다.

인간으로 살면서 왜 수많은 착각이나 오해, 오판을 하게 될까? 그것은 인간의 불완전한 인지능력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그것을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 이렇게 6가지 착각으로 분류했다.

‘주의력 착각’은 어떤 대상이 중요하고 특이하다면 우리의 주의를 끌 것이라 착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력 착각’은 기억했다고 생각하는 내용과 실제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말한다. ‘자신감 착각’은 실력과는 자신감이 반비례한다는 것을 말한다. ‘지식 착각’은 실제로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상태이다. ‘원인 착각’은 믿음이 이유가 되는 것을 말하며 마지막으로 ‘잠재력 착각’은 자신에게는 엄청난 지적 능력이 잠재력으로 남아있다는 착각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6가지 착각에 걸려 살아간다. 필자도 자연 치유학자로서 이러한 6대 착각의 개념화에 적극 동의한다.

이러한 착각들은 단순한 병을 더 심각한 고질병으로 키우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지금 자신의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한 생체리듬임에도 불구하고 입에 넣는 약 몇 알이 자신을 확실히 치유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환자도 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치유의 희망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치유할 수 없는 상태라고 속단하고 스스로 생명력을 희미하게 만드는 불행한 착각에 빠진 환자도 또한 많다.

필자는 물레방아골에서 ‘1박 웰빙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암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그러한 착각을 깨트려 준다. 그러한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의 질병은 영원히 그를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갖는 착각들은 매우 일상적이고 현상적이다. 암투병의 일상에서 경험되는 착각들로 인해 생겨나는 생각들을 상당수 많은 환자들은 당연한 상식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그 상식에 스스로 노예가 되어 갇혀 버린다.

환자들을 이렇게 폐쇄적으로 가두는 잘못된 상식은 다른 말로 하면 ‘투병중에 형성된 직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갖는 직관적 사고는 너무 단편일률적이고 부정적인 경향으로 치닫는 수가 많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그러나 직관적 사고가 항상 틀린 것만은 아니다. 환자 자신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환자나 환자 가족들은 위에서 제시한 6대 착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착각에 붙들려 있는 만큼 치유를 위한 기회는 줄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에게 코칭을 제공하는 유능한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 빨리 착각에서 벗어나 병의 원인을 찾는 시간이 빠를수록 치유를 향한 출발도 빨라지게 된다. 그러나 상당수의 환자들은 돈도 기회도 기초 체력도 거의 탕진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자연치유에서 암은 시간과의 싸움임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