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지 못하는 이유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80)

“아빠, 이번 기말고사에서 제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그래? 얼마나 올랐는데?”
“반에서 5등 했어요.”
“다른 애들이 이번에는 공부를 안했나 보구나!”
“그게 아니고, 제가 평균이 8점이나 올라서 93점을 받았는데요.”

“그래도 3등 안에는 들어야지, 창피하게 5등이 뭐냐? 5등이….”
“이번에는 굉장히 열심히 했는데….”

한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자식도 속사랑으로 키워야지, 겉으로 사랑을 표현하면 자녀를 망친다고 생각하여 엄격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의 칭찬을 통해 자녀들은 더 잘 성장할 수 있다. 대개 칭찬은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사람들이 칭찬을 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효과적인 칭찬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칭찬을 받아 보지 못한 이유는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성장하여 칭찬에 인색했거나 칭찬이 전혀 없었던 가정 분위기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했어도 격려를 받아 보지 못한 것에 익숙하여 결국 자신도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가족상담에서는 가정폭력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데, 권위 있는 분석에 의하면 폭력을 당한 자녀는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면 폭력 부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이다. 폭력을 당하거나 보고 자란 아이는 그것을 혐오하지만 은연 중에 익히게 된 셈이다. 그래서 나중에 갈등 해소방법으로 무의식 중에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한 자녀는 그가 성장하여 부모처럼 폭력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들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처럼 칭찬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칭찬을 못하고, 칭찬을 받아 본 사람이 칭찬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말이다. 하지만 칭찬을 받아 보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일지라도 이러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이제부터라도 끊고 칭찬과 격려의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칭찬을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이 가장이 되거나 어떤 공동체에서 지도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있는 한, 그곳에는 칭찬이 없거나 칭찬에 인색한 공동체가 되고 만다. 또 어떤 사람은 칭찬을 받는 상대방이 교만해질까봐 칭찬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공동체에서 언어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로렌스 크랩(Lawrence Crabb)은 ‘표면적 공동체(surface community)’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 말은 “칭찬과 격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받는 일종의 관계 구조”라는 말이다. 말이 지닌 힘이 있는데 이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관계 또는 그 공동체를 일컫는다. 이를테면 선후배 사이가 명백할 때, 선배는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지만 후배는 선배에게 격려를 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군대도 이와 같은 상황이며, 가정의 분위기가 이런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표면적 공동체’라고 한다. 또한 격려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은 교회나 학교, 가정, 직장 등의 공동체의 경우에 격려는 매우 어색한 일이 될 것이다.

대개 표면적 공동체의 분위기는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지도자의 말 한 마디가 공동체의 분위기를 결정하게 된다. 만일 지도자가 격려할 줄 모르면 공동체의 구성원들도 격려할 줄 모르게 된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격려할 줄 모르면 자식들은 격려를 모르고 성장하게 된다. 또한 어떤 사람의 격려할 줄 모르는 습관은 그의 가정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가정교육의 문제까지도 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표면적 공동체에서는 갈등 해소가 잘 안 되며 이런 집단은 응집도 잘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칭찬의 기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격려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격려와 위로는 성장한 사람이 어린 사람에게 내리는 하사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과 선행의 격려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것이다. 칭찬은 어떤 집단에서나 리더십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가장을 포함하여 지도자는 지시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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