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용 목사의 내면칼럼] 목사님도 별 수 없군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작은 아이와 함께 갔던 징병검사 이야기

▲송남용 목사.

▲송남용 목사.

우리 큰 아이도 그렇지만 작은 아이도 다른 것은 몰라도 정직함 하나만은 남다르다고 난 평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정직함 때문에 내 속이 탔다.

며칠 후면 작은 아이가 징병검사를 받는다. 오늘 나와 아이는 병무청에서 지정한 모 병원으로 갔다. 아이가 고1 때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진단서를 떼기 위해서다.

의사는 척추 MRI를 찍게 한 후 사진을 보여주면서 현재의 허리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아들의 실제의 허리 상태가 어떠한지를 체크하기 위해 눕게 한 후 다리도 들어 올려보고, 손바닥을 아이의 발바닥에 대고 밀어보기도 했다. 또 허리도 굽혀보도록 했다. 내 속을 태운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의사가 다리를 들어 올리고 또 밀면서 어떠냐고 할 때 아프다고 엄살을 좀 떨면 좋을텐데, 우리 아들은 그게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며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이었다. 허리를 굽혀보라고 할 때도 조금만 굽히면서 잘 굽혀지지 않는다고 꾀병을 좀 부리면 좋을텐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 생활을 했었는데, 육상 선수답게 손바닥이 땅에 닿도록 쑥쑥 굽히는 것이었다.

수납을 하면서 난 아들에게 말했다.

“의사가 다리를 들어올릴 때 좀 아프다고 하지 그랬냐? 그리고 허리를 굽혀보라고 할 때도 눈치껏 하지…”

그러자 아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거짓말하기가 좀 그래서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평소 하나님 앞에서 내 깐으로는 정직하게 살아간다고 자부해왔지만 아들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서도 회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내 아들이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언젠가도 우리 아들은 웃으며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목사님도 자식 일은 별 수가 없군요!”

우리가 목사이고, 장로이고, 권사이고, 집사이고, 거룩한 성도라고 하지만, 또 공무원이고, 정치가이고, 교육자라고 하지만 자식 일에 불의를 행하고, 나와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는 불의를 행하고,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세상과 구별되게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아볼 틈이 없다.

몇년 전 한 일간지에 부패를 감시하는 국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가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했다. 146개 국가 중 핀란드가 지난해에 이어 10점 만점에 9.7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뉴질랜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 네덜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4.5점을 얻어 47위를 차지했다.

우리 민족의 삶의 양식이 하나님의 말씀처럼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나 자신부터 신경을 조금 더 써야 하지 않을까?

/송남용 목사(아름다운 가정만들기 대표)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블루 예배당 빛 파랑 저녁 겨울 눈 교회 거룩 신비

말씀 묵상으로 이뤄가는 ‘거룩의 3단계’

곱씹고 생각하고 쓰는 묵상 하나님 섭리하심 배우게 돼 중심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분주하지 않은 시간에 해야 하나님 말씀을 곱씹고 생각하고 쓰는 묵상은 나와 관계된 인간관계 속에…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청문회 질의응답 중인 안창호 후보와 김성회 의원.

[사설] 누가 탈레반인가

보수 기독교인은 탈레반주의자이고 도박중독자? 어떻게 폭력·살인 일삼는 이들과 비교할 수 있나 北 독재와 그 추종세력, 폭력시위, 민간인 고문치사 반성 않고 ‘민주화’ 포장… 그게 탈레반주의 가까워 눈과 귀를 의심했다. 대한민국 국회의 압도적 과반…

애즈베리 대학교

“애즈베리 부흥, 美 1·2차 대각성 운동과 얼마나 닮았나”

에드워즈의 1차 대각성 운동 1. 하나님 절대 주권·영광 강조 2. 특별한 기도의 준비 3. 성경 중심적 부흥 찰스 피니의 2차 대각성 운동 1. 하나님과 사람의 협력 2. 청중들이 받아들이는 설교 3. 진리만큼 필수적인 기도 애즈베리 대학교 부흥 운동 1. 기도모임…

샤먼 귀신전

교회, <샤먼: 귀신전> 등 대중문화 속 무속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교회, 한민족 정신 뿌리내린 무속 처음으로 부정한 집단 선교사들, 의술로 무속 이겨 미신으로만 치부한 건 아쉬워 무속 대응 가능 성경적 지혜 회복해야 할 시대적인 소명 무속에 대한 의존성: 양반들과 왕실조차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무속 고려조 때도 조…

홍종명 과수원집 딸

신앙의 자유 찾아 월남했던 그 시절 기독교 미술가들

해방 후 北 살던 기독 미술인들 종교 탄압, 표현의 자유도 위협 홍종명·김학수·박수근 등 월남 전재민과 경계인 고충 있었지만 근면성과 탁월성으로 성공 거둬 한국 미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 6.25 전쟁을 전후해 한반도에서 대규모 민족 이동이 발생했다. 남의…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한교총 장종현 대표회장

한교총 방문한 국힘 한동훈 대표 “한국교회 나라 중심 잡아줘”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6일(금) 취임 인사차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을 예방해 장종현 대표회장과 환담했다. 장종현 대표회장은 당대표 취임 축하의 말과 함께 “의료대란으로 국민의 목숨이 위태롭다.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을 위해서 의대 증원은 꼭 필…

CGI 여의도순복음교회 기도대성회

10월 23-26일 제30회 CGI… “세계교회와 교류 통해, 부흥·성장 논의”

23일 개회예배 후 이틀간 세미나 25일 파주와 여의도 오가며 기도 26일 연세대 노천극장 기도대성회 30회째를 맞이한 세계교회성장대회(CGI Conference) 및 세계 평화와 교회 부흥을 위한 기도대성회가 오는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담…

이 기사는 논쟁중

청문회 질의응답 중인 안창호 후보와 김성회 의원.

[사설] 누가 탈레반인가

보수 기독교인은 탈레반주의자이고 도박중독자? 어떻게 폭력·살인 일삼는 이들과 비교할 수 있나 北 독재와 그 추종세력, 폭력시위, 민간인 고문치사 반성 않고 ‘민주화’ 포장… 그…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