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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 개척 브랜드로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

교회성장에서 가장 쉬운 일은 수평이동이다. 복음으로 거듭나는 성도들을 담아낼 성전이 필요했었는지, 성전이 크다보니 성도들이 늘어난 것인지 알 길은 없다. 대중 속에 익명성, 인파 속 자신에 익숙하고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어찌 보면 대형교회 출석은 자연스러운 듯...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입력 : 2011.03.30 07:05 수정 : 2015.12.28 09:37

▲초대교회 성장원리를 적용, ‘하우스사역’을 주창한 거창순복음교회 이바울 목사. ⓒ송경호 기자
가장 쉬운 교회성장 방법은 수평이동이다. 복음으로 거듭나는 성도들이 늘다 보니 큰 성전이 필요하게 됐는지, 아니면 성전이 크다 보니 성도들이 늘어난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군중 속의 익명성, 인파 속 자신에 익숙하고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어찌 보면 대형교회 출석은 자연스러운 듯도 하다.

불신자들을 복음의 길로 안내하기보다는 다른 교회 성도들을 우리 교회로 인도하는 것이 보다 수월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대도시에서 대형교회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경쟁하듯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성전 건축의 소식 역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하지만 지방이라면 그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 집 건너 이웃들의 얼굴과 사정을 훤히 알고 있을 작은 동네라면야 더더욱 말할 것이 없다. 그래서 더욱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교회가 있다.

도심의 번잡함보다는 수수하고 푸근한 논밭의 풍경이 더욱 어울리는 경상남도 거창. 마을을 둘러싼 강변길을 따라 걷다보면 주변과는 사뭇 색다른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역의 랜드마크인 거창순복음교회다. 서울 한복판에 좀 더 어울릴 것 같은 여느 대형교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한국만의 토종 교회성장 브랜드를 품고 교회 개척의 신화를 써나가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불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한 지역에서 1990년 개척교회로 시작한 거창순복음교회는 현재 출석 성도 1천여명 규모로 어엿한 성장을 일궜다. 거창순복음교회 성장의 비법을 배우려는 전국의 개척교회 목사들이 줄을 서고 있으며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역별 세미나, 교단 노회별 목회자 세미나는 개최될 때마다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초대교회의 성장원리를 적용한 ‘하우스사역’이다. ‘불신자 전도’를 초점으로 가장 한국적인 전도프로그램이라는 특성 덕분에 바람직한 교회성장 모델을 찾고자 고민하는 목회자들로부터 굉장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을 순회하며 부흥회를 여느라 1년 365일 하루 24시간도 모자란 이바울 목사는, 하우스사역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영적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확신한다.

보이지 않는 지역 텃세로 인한 방해와 음해, 재정적 어려움 등 이 목사의 개척 스토리는 눈물로 점철된다. 아무런 지역적 연고도 없는 이 목사가 개척할 당시에는 이미 두 개의 순복음교회가 개척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떠나간 사례가 있었다.

33살에 젊은 나이에 이 목사는 건물만 임대하고 인테리어만 잘 한다면 성도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개척 6개월 동안 성도라고는 아내 한 명 뿐인 게 현실이었다. 월세는 다달이 밀려가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돈조차 없었다. 설교를 전할수록 지쳐가는 아내의 표정으로 그의 마음도 점점 낙심해져갔다.

‘조용기 목사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혼자만의 비밀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고민하며 잔꾀도 부려 봤다.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설교를 들으며 터득한 것이 바로 발음과 억양. 아내 앞에서 자랑스럽게 조 목사님 흉내를 내며 설교하다 주일예배 도중 부부싸움을 벌이는 웃지 못할 기억도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택한 것이 부흥회. 그때 짧은 생각으로 ‘부흥사’는 ‘부흥을 시켜주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흥사 10명의 리스트를 뽑았다. 교회 규모를 물어보곤 이내 전화를 끊어버리는 수모를 거듭 겪은 뒤 어렵게 한 사람을 초청했다. 없는 돈을 마련해가며 전단지를 만들고 힘들게 준비했지만 더 큰 난관은 보수교단이 주축이 된 지역교회들의 방해였다. 부흥회 시작을 앞두고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건물 밖을 내려다보니 몇몇이서 성도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의 모든 힘을 쏟았는데 실패하고 나니 하늘이 노랗게 되더군요. 그날 밤 기도하면서 참았던 설움이 일순간에 밀려왔습니다. 온몸으로 흐느끼며 절제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도 같이 서러워 울더라고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도 따라 울고요. 1천일을 기도하겠다고 작정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면 도와달라는 마지막 발악이었지요.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날마다 절규했습니다.”

▲1990년 개척해 출석성도 1천 명으로 성장한 거창순복음교회 전경.

바로 그 무렵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났다. 어느 날 교회 앞 둑방을 따라 걷는 도중 비닐하우스에서 한 어르신이 고추를 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왜 고추를 밭에 심지 않으시냐”고 묻자 그분의 대답은 “모종을 키워 옮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바로 죽거나 자라도 작게 자란다”는 것이었다. 불현듯 무언가가 그의 머리를 스쳤다. “이것을 목회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동안 성도가 한 명도 없던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어렵게 전도를 하더라도 한두 번 출석하고는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마침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부부에게 여러 번의 심방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전도해 성공했던 차였습니다. 나 스스로조차 어떻게 전도한 것인지 몰랐다는 것이 문제였죠.” 그제야 “교회에 오라는 말도 안했는데 영혼의 밭에 복음을 씨를 뿌리고 두세 번 만나 키웠더니 스스로 오는구나”하고 생각이 정리됐다고 했다. 비로소 하우스사역이 탄생된 순간이었다.

쉽게 말해 하우스사역이란 “농부가 비닐하우스에 먼저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 묘목을 키우듯이 새신자를 교회에 데려오기 전에 먼저 가정에서 모여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자란 묘목이 밭으로 옮겨지면 잘 자라듯, 하우스에서 복음의 씨를 받은 새 신자는 스스로 교회에 등록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신자 정착률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이미 교회에 오기 전에 마음 문을 열고 예수를 영접했기 때문이다.

이 목사를 인터뷰한 날도 어김없이 하우스사역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를 따라 방문한 교회 성도의 가정집에서는 성도들과 가까운 지인들 약 10여 명이 모여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중에는 이미 복음 위에 굳게 선 이들도, 아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교제하고 친교를 나누었다.

▲이 목사는 인터뷰 당일에도 어김없이 하우스사역을 펼치고 있었다. 그를 따라 방문한 교회 성도의 가정집에서는 성도들과 가까운 지인들이 모여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 송경호 기자

이 목사는 하우스사역 전략은 초대교회의 성장원리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고 했다. 초대교회가 성전과 집이라는 두 개의 구조를 가지고 생활 속에서 이웃을 구제하면서 전도한 것이 하우스사역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사역의 처소에서는 소그룹 중심의 활동이 이뤄진다. 서로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끼리 소그룹을 형성해,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복음이 전파되는 것이다. 반상회에서 삼삼오오 모여 대화 나누기를 즐겨하는 한국민의 특성도 그대로 담아냈다.

그래서 하우스사역의 처소에서는 세 가지가 없다. 첫째는 교회 가자는 말이 없고 둘째, 예배가 없다. 셋째, 성경공부시간이 없다. 단지 자연스러운 대화 가운데 왜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지, 복음이 왜 필요한 것인지 전해준다. 마음의 밭에 복음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부지불식간에 그 씨가 자라나고 교회에 오기도 전에 이미 거듭나는 것이다.

한번은 이 목사가 그간 교회에 몇 번 출석하다 말았던 사람들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물어봤다. 이들의 대답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처음 접하는 교회의 분위기가 무서웠다’는 것과 ‘너무나 지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0세의 사람이 교회에 처음 왔다면, 그는 40년간 익숙했던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낯선 문화를 접하는 순간 부담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찬양이나 통성기도 등 문화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진리의 본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교회를 떠날 가능성이 큰 것이죠. 안티기독교인들의 대부분이 교회의 비본질만 접했던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데려오는 전도는 자칫 안티기독교만 양성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그동안 하나님과 아무런 상관없던 사람들은 말씀을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불신만 쌓이고 지루하고 졸린 것이지요. 은혜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는 성숙해진 것이 아니라 익숙해진 것이라고 했다. 세월이 지나고 직분을 받았어도 여전히 불신자요 무자격 교인이다. 즉 복음도 예수님도 모른 채 교회의 문화에 익숙해 받은 직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우스사역은 복음을 듣고 거듭남의 확신을 한 이들이 스스로 오게끔 하는 전략이기에 거창순복음교회 새 성도들은 ‘뿌리부터’ 다를 수 있었다.

하우스사역은 리더와 도우미 두어 명이 함께 팀을 이룬다. 이들은 이 목사가 직접 집필한 16주 과정의 하우스사역 학생용 교재로 훈련받아 각자 맡은 역할을 감당하며 담임 목사와 비전을 공유한다. 한 팀씩 요일을 정하는 방법으로 일주일에 하루도 빠짐없이 지역 곳곳에 위치한 ‘하우스처소’에서 날마다 복음의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

처음 개척하며 눈물로 기도하던 시절, 이 목사는 하나님 앞에 두 가지를 놓고 기도한 기억이 있다. 지역의 모든 목회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교하는 것과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이단’으로 배척받았던 거창에서, 개척한 지 10년 만에 이제는 지역교회연합회 대표회장을 맡아 연합예배 설교를 하는 등 거창을 대표하는 교회와 목회자가 됐다.

“가끔은 거창을 떠나 큰 지역에서 목회해보고 싶은 바보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저의 작은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의 응답이 제 앞에 있기에 그럴 수 없다”고 이 목사는 웃는다.

“앞으로 신학생, 개척교회 목회자, 선교사를 대상으로 교회개척 아카데미를 열고 싶습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신학교를 줄이는 데 해답이 있지 않습니다. 초대교회와 같은 이 사역의 비밀을 주신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붙잡고 한국교회에 희망을 주길 원합니다.”

▲이바울 목사는 마지막 힘까지 쏟아내 부흥을 이루려다 좌절에 부딪힌 뒤, 우연한 계기로 하우스사역을 창안하게 됐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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