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회에서 천헌옥 목사가 한기총 관련 사안을 보고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일제의 신사참배 회유에도 신앙을 굽히지 않았던 주기철 목사의 후예들이 한반도의 끝 부산(釜山)에서 회개의 불길을 한반도 전체로 퍼올리기 시작했다. 금권선거 등으로 더럽혀진 한국교회 모습을 통탄하며 ‘다른 누가 아닌, 우리가 가장 잘못했다’는 자정과 회개의 결의를 선포한 것.

고신측 개혁파 목회자들로 구성된 미래교회포럼(전국준비위원장 박은조 목사)은 2월 28일 부산 구포동 구포제일교회(담임 이성구 목사)에서 ‘교회 갱신과 회복을 갈망하는 목회자들의 긴급 기도회’를 열고 한국교회와 교단의 허물을 낱낱이 자복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짧은 준비기간에도 전국에서 1백여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석하며 성황을 이뤘다.

‘하나님, 한국교회를 살려주옵소서’를 주제로 모인 이들은 취지문에서 “이미 알려진 바대로 한기총 금권선거는 극도의 타락 수준을 보여줬음에도 한국교회는 무덤덤하거나 오히려 양심고백자들에 대해 짜증을 내는 도덕불감증에 이르렀다”며 “그렇게 돈을 쓰고도 하나님 앞에 서기는커녕 오히려 법으로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시대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기도회에서 천헌옥 목사(코람데오닷컴)는 한기총 관련 사태경과를 보고하면서 “이광선 목사의 양심선언 이후 42명이 1백만원씩 받았다는 양심고백이 터져나왔는데, 양심고백을 한 사람만 42명이라는 것”이라며 “거룩한 총회라는 교회 선거에서 4,200만원 이상을 썼다는데, 그 분이 예전 총회장에 나왔을 때는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천 목사는 “일개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돈을) 받았다면 끝장이 날텐데, 지금 한국교회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정말 가슴이 아픈 것은 양심고백을 했던 이광선 목사를 비롯한 합동측 42명과 선거 당일 50만원을 받았다는 인사들이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개탄했다.

“고신에서 한기총에 파송한 목회자들에게 고백 받자”

그는 “어떻게 회개를 촉구하는 목사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잘못을 회개하는 사람들을 향해 ‘너희들이 뭐 그리 잘난 게 있냐. 당신은 깨끗하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느냐”며 “사실 우리 고신이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일(양심고백)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데, 해야 할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오히려 길자연 목사를 대변하는 대표단 중 한 사람으로 나갈 정도로 길 목사 쪽에 서 있는 형편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이대로 둬서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도를 인도한 박영호 목사(새순교회)는 “말씀하셨듯 양심고백을 한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더 충격”이라며 “양심이 화인맞아 있는 상태가 아닌가 해서 더 괴로운데 하나님께서 긍휼과 자비를 베푸셔서 양심이 회복되고 양심선언자들이 핍박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한기총이 되도록 또다른 양심고백들이 일어나길 기도하자”고 말했다.

박 목사는 “우리 교단에서도 한기총에 회비를 내는데, 우리 성도들 헌금을 그런 분들이 쓰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교회 성도들에게 ‘교단에서 한기총 탈퇴를 하든 말든 우리 교회는 앞으로 한기총과 상관없다’고 선언했다”며 “우리 교단 인사들이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게 가슴이 아프고, 부디 목사들이 권력이 아닌 섬김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고신 교단에서 한기총에 파견한 목회자들에게 양심고백을 받아내자”, “지금 임원들 뿐 아니라 이제까지 한기총에서 일했던 분들에게 모두 물어야 한다”, “각 노회에 한기총 탈퇴 청원서를 제출하자”는 등 격한 반응들을 나타냈다.

황창기 전 고신대 총장 “남 탓 말라, 고려파가 제일 썩어”

▲황창기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하지만 전체적으로 한국교회의 여러 죄악들을 ‘나의 죄’로 여기는 참회와 통회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이외에도 ‘복음병원 경영 쇄신과 장래를 위하여’, ‘나라와 민족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여’ 기도했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황창기 목사(전 고신대 총장)가 ‘새로운 피조물(고후 5:14-17)’이라는 설교를 전하며 불을 붙였다. 황 목사는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우리도 함께 죽었는데, 도무지 변하지를 않는다”며 “교인들이야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지만, 교회가 돈과 권력 중심으로 돌아가고 명예주의·천민자본주의 설교를 일삼는 목회자들은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회적 돌봄이 안 되고 경영을 해야 한다고 할 판이면 교회는 잘못된다”며 “어디가나 선후배부터 찾고 경직된 분위기의 유교주의화된 기독교, 교수가 무슨 발표만 하면 노회에서 이상하다고 결의하고 총회로 올리는 등 학문적 토론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맥이 없고 길이 없어지는 풍토 등은 모두 습관과 제도에 주님을 가둬놓고 자신이 나서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질타했다.

황 목사는 “특별히 주님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살아온 점을 회개하자”며 “근본적으로는 앞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왜 이리 불법을 저지르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발언을 계속했다. 그는 “어째서 총회장과 총무가 불법적 문서를 만들어내는지, 복음병원 협약서를 본다면 소망교회 사태가 아무것도 아니고 우리 고려파가 문제”라며 “남의 교단 얘기하지 말자. 한국에서 가장 썩어빠진 데가 여기”라고 일갈했다.

황 목사는 “가려졌던 정보가 표출되니 아랍 세계가 뒤집어지고 있지 않느냐, 교회 안에도 이게 곧 들어올텐데 정신차려야 한다”며 “과거에는 신앙 선배들의 족적으로 명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나님 나라의 의를 바로 세우고, 공평과 진실을 강조한 뒤에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