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갱협이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거룩성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 송경호 기자

“개혁의 대상이면서 강단에서 또 설교해야 하는 게 슬프고 무겁다. 얼굴을 들 수가 없다”(안산동산교회 김인중 목사)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이하 교갱협)가 28일 대전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에서 ‘거룩성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이 기도회에서는 1백여명의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한 기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합동 교단 내 개혁적 목회자들의 모임인 교갱협은, 최근 물의를 빚은 주요 목회자들의 성추문, 재정 비리, 금권선거 등의 문제들에 대부분 합동측이 관련돼 있었다는 점에 무거운 책임의식을 갖고 이날 기도회를 준비했다. 때문에 이날 설교를 전하고 기도회를 인도한 목회자들에게서는 이같은 현실에 대한 절박함이 흘러나왔다.

오정호 목사 “한기총, 큰일 해왔지만 이젠 골치”
김인중 목사 “개혁의 주체라고 착각하지 말자”

기도를 인도한 오정호 목사는 “돈으로 흥한 자는 돈으로 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돈을 쓴 자가 승승장구 하는 게 보인다”고 했다. 그는 “돈을 쓰는 자도 문제지만 돈을 받고 찍어주는 것은 중세시대 성직매매와 무엇이 다른가. 돈에 이끌리는 교회가 아니라 주님의 은총에 이끌리는 교회가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오 목사는 최근 일고 있는 한기총 개혁 목소리와 관련, “한기총이 그동안 큰일도 했지만 이제는 한국교회의 자랑이 아니라 골칫거리, 아픔이 되었다. 한편에선 무용론을 내세우고 세상 일간지 사설에서는 질타하는 단체가 되고 있다”며 “돈에 묶여 있는 목회자, 교회를 자유케하고 개혁시켜 달라고 기도하자”고 말했다.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 우측), 김인중 목사(안산동산교회) 등이 기도회를 인도하고 설교를 전하며 한국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송경호 기자

‘교회가 민족의 희망입니다’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한 김인중 목사(안산동산교회)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못 미치는 내 교회 하나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얼마 전 한 장로가 찾아와 성도수가 2년째 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주민들이 ‘경찰서장, 시장, 구청장도 손보지 못하는 무질서한 주차’라고 방송사에 수없이 제보하고 있는 현실을 아는가. 성도가 얼마나 되어야 만족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내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이어 그는 “목회자들이 남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고, 모이기만 하면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이야기한다. 속으로 나는 너보다 낫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 충고·훈수를 잘하지만 들으려는 이는 없다”며 “자기 일에는 바쁜데 다른 사람 돌보는 일에는 닫힌, 개교회 이기주의에 빠져있다. 저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또 “거룩하게 살 의무와 함께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쉬는 죄를 범치 말아야 할 책임이 있는 게 목회자들인데 솔직히 담임 목사가 새벽기도 안 나오는 것이 다 용납된 것 아닌가. 기도를 쉬고도 죄라는 개념도 없다. 그런 교회가 어떻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 걱정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이어 김 목사는 “스스로 낮춰야 한다. 대형교회 대다수가 한국교회를 망치고 있다. 나 역시 고민이 많다”며 “교갱협이 개혁의 주체라고 착각하지 말자. 십자가와 피, 부활의 능력으로 장로, 집사, 평신도, 동네 불신자에게 염려와 불편을 끼치지 않는 교회, 목사 되도록 나 먼저 오늘부터 악한 습관을 고치겠다”고 기도했다.

‘너는 일깨어 굳게 하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한 김성원 목사(광주중흥교회)는 “우리 교단이 스스로 가장 보수적인 교단, 개혁주의 정통주의 신앙을 고수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자랑하지 않았나. 문제는 주님도 그렇게 인정해주시는가”라며 “죽어있는 사자보다 산 고양이가 생쥐라도 잡는다. 우리가 내세우는 명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목사는 “자유주의 신학에서 지켜내는 일, 개혁주의 전통을 지키는 일은 우리 교단이 잘했다. 하지만 세속주의, 물량주의, 교권주의의 공격은 방어해내지 못해 실상은 죽어버린 교회가 됐다”며 “다시 거룩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해 남아있는 것만큼은 죽지 않도록 일깨우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