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교수. ⓒ이대웅 기자
Ⅱ. 정부 종교정책의 방향과 현황

2. 유교에 대한 정부 지원

유교는 불교만큼 정부 지원을 많이 받지는 않은 것 같다. 유교에 대한 지원은 종무실, 문화정책국, 관광산업본부 등 세 기구를 통한 것으로 분류된다.

먼저 종무실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유교 자체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는 2006-2008년 유림회관 건립에 115억을 지원했다(2006년 50억, 2007년 30억, 2008년 35억). 이와 별도로 2008년부터는 성균관과 향교를 지원했는데, 2008년 8억 5천만원, 2009년 성균관 향교지원 7억 1천만원, 향교서원 지역거점 문화센터 운영지원 11억 9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2010년에는 전년도와 같지만 향교서원 지역거점 문화센터를 위해 2억을 증액했다. 이를 통해 유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점점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유교문화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폭 확대됐다. 이는 정부가 유교문화를 계승·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로 인식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를 관광과 연결시키고 있다. 불교가 템플스테이로 관광사업을 유치한 것처럼 유교문화 체험을 통해 관광산업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2008년부터 정부의 지원 내용을 보면 도산서원 선비문화체험관 50억, 경북 유교문화회관 70억, 정읍 선비문화체험 교육센터 10억, 산청 선비문화연구원 198억이 책정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유교문화회관의 주체는 특정 종교단체가 아니라 지역 자치단체이며, 국고와 자치단체 부담이 50:50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정부가 불교문화 보급을 위해 지원하는 만큼 유교문화 보급을 위해서도 지원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유교문화에 대한 정부 지원을 새로운 각도에서 지적할 수 있다. 유교가 우리나라의 국교가 아닌데도, 지방정부가 운영의 주체가 돼 특정 종교문화를 보급하는 일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문화정책국을 통한 지원이 있다. 문화정책국은 주로 유교를 한국학 카테고리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학 발전을 위해 꾸준히 지원했는데, 주요 내용은 바로 유교였다. 지원 내역은 2007년 10억, 2008년 12억, 2009년 12억, 2010년 17억원 등으로 증액됐다. 정부가 한국학 지원을 통해 유교를 지원하는 것은 불교의 역경사업을 지원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관광사업국(또는 관광국, 관광사업단)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불교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듯 유교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유교를 매개로 관광을 진흥시키고자 11년간(2000-2010년) 경상북도 11개 시군을 대상으로 총사업비 1조 8681억원을 투자해(국고 4,207억, 지방비 4,595억, 민자 9,879억), 야외민속촌 등 18개 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 사업자들이 함께 참여해 특정종교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유교문화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국가가 특정종교의 문화를 국가의 재원과 인력으로 홍보하는 것이 정교분리 사회에서 바람직한지 살펴야 한다.

유교문화권 개발은 경상북도가 낙후된 북부지역을 유교관광산업으로 개선하고자 시작됐다. 그 핵심 지역은 바로 안동문화권이다. 여기에 경북이 최근 추진중인 ‘글로벌 유교문화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더 발전시킨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로 유교와 직접 관련된 것은 많지 않다. 대부분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된 것이 많다.

이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직접적으로 유교와 가까운 것은 안동시 도산면에 287억을 투자해 종합유교 문화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교문화박물관, 국학문화회관, 장판각 등이 들어간다. 또 도산서원을 개보수하고, 청소년들에게 유교문화를 체험하는 장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유교문화권 개발은 단지 관광산업으로 끝나지 않고, 유교 중심의 전통문화 복원과 관련된다.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서구화·개인주의화돼 전통을 잃어버리는 점은 수없이 지적됐다. 따라서 유교문화권 개발은 한편으로 관광산업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통 문화체험 학습이다.

우리는 유교를 하나의 전통으로 받아들이지만, 유교 속에는 제사 같은 종교적 요소가 들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전통문화로서의 유교와 종교로서의 유교를 구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실 유교는 우리나라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유교문화와 한국문화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다문화사회이기에, 특정종교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 요즘 관광문화의 중요 특성이 바로 체험학습이다. 이런 체험학습 명목으로 청소년들에게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특정종교를 체험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교분리 사회에서 국가가 특정종교를 후원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