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Q) 제 주위의 어떤 분은 기도할 때 불이 뜨겁게 임하고 난 후 몸의 질병이 떠나갔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 어떤 분은 뜨거운 불을 가슴에 받고 나서 죄악과 정욕에 사로잡혔던 마음이 사라졌다고 간증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런 것은 성령의 불이 아닌가요?

A)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우리의 영적 생활에 있어서 본질과 현상을 잘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주제와 관련시켜 말씀드린다면, 성령께서 일하시는 본질과 그 나타나는 현상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은 영원하고 확실한 성령 역사의 본질적 차원이지, 다양한 환경이나 각 사람의 심리적 육체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적 차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현상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막상 간직해야 할 본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가 거듭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성령 사역의 본질 속에 이러한 질병의 치유나 내적인 죄악과 정욕이 깨끗케 되는 은혜가 있는 것일까요? 네, 분명히 그렇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영혼을 죄악으로부터 정결케 하시며 우리의 몸까지도 질병으로부터 치유하시는 일을 매우 중요한 그분의 사역으로 행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성령께서 원하실 때 그분은 우리의 영혼 뿐 아니라 육체까지도 치유하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우리가 죄를 회개할 수 있도록 책망하시는 사역을 하시며 또한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는 죄의 뿌리조차 드러내셔서 깊은 회개를 하도록 하시는 분입니다.

사실상 신구약을 통틀어 나타나는 불에 관한 사상 중에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정결과 관계된 불의 기능입니다. 물론 구약에 나타난 불에 대한 사상 가운데는 심판의 불의 의미로도 해석되는 경우가 있지만, 하나님의 자녀들을 정결케 하시는 일에 이 불의 용법이 활용될 때가 또한 많습니다.

“이는 주께서 심판하는 영과 소멸하는 영(spirit of fire)으로 시온의 딸들의 더러움을 씻기시며 예루살렘의 피를 그 중에서 청결하게 하실 때가 됨이라”(사 4:4).

이처럼 성령의 불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정결케 하시는 불입니다. 이 정결이란 도덕적, 윤리적 깨끗함 그 이상의 정결을 말하는 것으로서 즉 하나님 앞에서의 정결을 의미합니다. 단지 죄를 짓지 않는다는 그런 소극적인 차원이 아니라, 영혼 속에 내재하고 있는 죄 뿌리의 근원을 깨끗케 하는 죄성의 정화를 말합니다. 한국교회에 대부흥운동이 시작될 때도 역시 성령께서는 정결케 하는 영으로 임하셨습니다.

“성령께서 놀라운 능력으로 임재 하셔서 사람들의 지난날의 숨은 죄악들을 드러내셨다. 사기, 교만, 세상적인 마음, 색욕, 탐욕, 미움, 시기, 이밖에도 온갖 죄악의 범주에 속한 죄악들이었다”(W. L. Swallen, God's Work of Grace in Pyeng Yang Classes).

성령의 임재로 인해 사람들은 영혼속의 죄악을 드러내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따라서 철저한 죄의 회개와 통회자복이 있었습니다. 이 성령의 정결케 하시는 불의 역사는 그리스도 예수께서 이루신 십자가의 공로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노릇하지 아니하려 함이니”(롬 6:6).

그러므로 죄악을 정결케 하는 일은 성부 하나님께서 계획하셨고, 성자 그리스도 예수께서 자신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준비하셨고, 마침내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통해 우리의 경험 속에 구현 시키시는 것입니다. 모든 크리스천들은 이 십자가의 은혜가 자신의 영혼 속에 온전히 적용되도록 자신의 몸을 온전히 주님께 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

특별히 습관적인 죄악과 중독 그리고 구습의 세력에서 벗어나는 확실한 힘은 성령의 불세례를 받는 길이라고 필자는 믿습니다. 필자가 신학생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철야기도회를 할 때도, 학생들의 입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간증은 습관적인 죄악을 회개하고 새롭게 변화되었다는 고백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만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 한국사회에 가득한 저주와 비난과 미움의 영으로부터 해방 받을 수 있는 힘, 인터넷 세대 가운데 횡포를 부리고 있는 끈질긴 음란의 영을 끊어낼 수 있는 힘, 그것은 정결의 영이신 성령의 불로 죄성을 소멸 받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성령의 불을 이 땅에 던지기 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간절한 심정을 받들어, 오늘날 한국교회의 갱신과 한국사회의 구원을 위해 정결케 하시는 성령의 불이 우리 가운데서 힘차게 타올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 이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눅 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