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선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에 대한 개혁의지를 피력하며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이광선 목사가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제22회기 총회 속회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기총의 금권선거를 비판하며, 자신도 지난 대표회장 선거에서 같은 잘못을 저질렀음을 시인했다. 한기총 금권선거 의혹은 이전에도 수없이 제기됐지만 당사자가 이를 고백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9일 오전 자신이 당회장으로 시무하는 서울 약수동 신일교회에서 기자들 앞에서 ‘한국교회에 드리는 참회와 호소의 글’을 발표했다.

이 목사는 글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에) 처음 출마했을 때 ‘양심과 법 규정’에 따라 선거를 치렀다”며 “그러나 결과는 절반의 지지에도 못 미치는 쓰라린 패배였다. 이후 ‘주여, 내년에는 흙탕물에 빠져서라도 대표회장이 되어 한기총의 개혁을 이루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간구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주위에서도 ‘목사님, 이번에는 남들처럼 하십시오. 그리고 당선 직후부터 금권선거를 추방할 제도개혁을 꼭 이루십시오’라고 말했다”며 “그 후 압도적 표차로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됐다”고 그 역시 금권선거를 자행했음을 시인했다.

이 목사는 “통회 자복이 너무 어려웠다. 죄의 고백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며 “수없이 망설였다. 그러나 부끄러운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지 않고는 한국교회가 절대로 개혁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당선 후 이같은 금권선거를 뿌리뽑기 위해 한기총 개혁에 매달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광선 목사. ⓒ송경호 기자
이 목사는 “대표회장이 되자마자 정관, 시행세칙, 선거규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실행위원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금권선거는 한기총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개혁을 담고 있는 개정안에 대한 이해 부족, 이해관계, 집단 이기심 등에 휘말려 (개정안은) 총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이 목사는 또 “(금권으로) 선거에서 이겼으니 나 역시 부끄러운 죄인이다. 그리고 잘못된 선거풍토를 고치지도 못했으니 정말 나설 자격이 없다”며 “그러나 한기총의 곪아터진 자리에 새 살이 돋는 것을 보고 있다. 젊은 목사들의 개혁 의지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기총에도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한기총 금권선거에 대한 강한 개혁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는 교회 지도자들이면 누구나 한번씩 거쳐가기를 원하는 명예의 자리일 뿐이다.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한기총의 현재 선거풍토”라며 “한기총 대표회장이 교회 목사나 교단 총회장들이 은퇴 전 거쳐가는 명예직이 되면 안 된다. 임기도 2년 단임제를 주장한다. 1년은 너무 소모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도 지난날을 깊이 반성하고 개혁운동에 동참한다면 얼마든지 손을 잡고 한기총 개혁에 함께 나설 수 있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 한기총 대표회장 직분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목사는 ‘한국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도회’를 오는 17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서울 종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갖는다고 밝혔다. 또 기도회 후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도모임’을 결성, 기도운동과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함께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지난 제21회 총회 속회에서 새 대표회장 선출 때까지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를 연장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