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의 취업률은 일반대학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는 대학정보공시제도 취업률 통계 기준의 일괄 적용 때문으로, 종교사학의 특성을 고려한 통계 기준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광장동에 있는 장로회신학대학교. ⓒ 크리스천투데이 DB
매년 입학시즌이 되면 국내 대학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자료가 바로 취업률 통계다. 대학을 발판으로 좋은 직장에 취직하길 원하는 학생들은 이 자료를 기준으로 대학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국내 신학대학들의 취업률은 어떻게 될까.

총신대(총장 정일웅)와 장신대(총장 장영일), 감신대(총장 김홍기), 서울신대(총장 유석성) 등 주요 신학대들은 매년 대학정보공시제도를 통해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조사, 공개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총신대는 지난해 취업대상자 249명 중 90명이 취업해 36.1%의 취업률을 보였고, 장신대는 취업대상자 94명 중 7명이 취업해 7.4%의 취업률을 나타냈다. 감신대는 취업대상자 143명 중 12명이 취업해 8.4%의 취업률을, 서울신대는 취업대상자 461명 중 191명이 취업해 41.4%의 취업률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청년실업자 수의 증가로 각 대학들의 취업률 역시 많이 낮아지긴 했으나 보통 5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한 일반대학에 비하면 신학대의 취업률은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대학평가에 있어 여전히 취업률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현실상, 신학대의 이같은 취업률 수치는 언뜻 수준 이하의 대학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다르다.

교회로 ‘취업’해도 통계에선 ‘실업자’로

모든 대학은 교과부 지침에 따라 같은 기준의 취업률 통계를 대학정보공시제도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제도는 대학의 기본 운영 상황 및 교육여건 등을 각 대학이 일반국민들에게 공개하는 제도로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취업률 부분 통계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집계됐는데, 각 대학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건강보험 DB(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취업자를 조사했다. 취업자가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한다는 사실을 전제한 통계다. 이전엔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취업자를 조사했고, 이를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 등의 세부영역으로 나눠 발표했었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건강보험 DB를 통해 취업률을 조사할 경우 대부분 교회로 ‘취업’하는 신학대 졸업생들이 ‘취업자’로 잡히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몇몇 대형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교회 교역자들은 개인적으로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일하는 ‘취업자’임에도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 교회 교역자들을 취업자에 포함시켜 산출한 지난 2008년과 2009년의 신학대 통계를 보면, 취업률은 대부분 50%를 상회한다.

이와 관련, 총신대 관련 분야 담당은 “대학에서 취업률을 발표하는 건 부모나 학생들이 향후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신학대의 경우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것이 아닌 신앙적 목적에서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취업률 통계를 참고로 신학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적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교회는 대부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며 “신학대에 진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회 사역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교회 일을 하더라도 대학정보공시제도의 취업률 기준에 따르면 그들은 모두 실업자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의 관계자도 “대학정보공시 취업률 기준에 따라 취업자로 조사된 신학대 출신 졸업생은 거의 교회가 아닌 일반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며 “신학을 공부했음에도 이와 무관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지금의 취업률 통계 체계는 신학대의 다소 엉뚱한 부분을 보여주게 한다”고 말했다.

대학정보공시제도의 기준을 마련하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신학대를 비롯한 종교사학의 이같은 사정을 배려해 올해 대학정보공시 취업률 통계에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