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Q) 어떤 집회에 가보니 사람들이 기도하다가 성령의 불을 받았다고 데굴데굴 구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왜 그런 체험이 안 나타나는 걸까요? 그리고 성령의 불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현대 한국교회 내에 ‘성령의 불’을 빙자하여 너무 신체적인 반응이나 느낌에 치중하게 하는 육감적(肉感的) 체험주의에 호소하는 집회들이 큰 문젯거리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성령운동연구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이런 의심스러운 집회에 대한 진단을 부탁하는 의뢰가 많이 접수되곤 하는데요. 한 예를 들면, 성령의 불을 사모하던 어떤 목사의 인터뷰 내용 중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 목사는 토론토 에어포트 빈야드(Toronto Airport Vinyard) 집회에 참석했을 때 어떤 외국인 목사에게서 안수를 받고 뜨거운 불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곧 그 감동을 잃어버리고는 마침내 국내의 어떤 영성집회에 참석했던 모양입니다. 거기서 어떤 목사님이라고 하는 분에게서 안수를 받고는 온몸이 뜨거워서 펄쩍펄쩍 뛰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기자회견을 자청하고서는 기자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토론토 불보다 역시 국산 토종 불이 더 뜨겁던데요.”

이쯤 되면 이 목사님이 성령의 불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또 어떤 잘못된 집회의 예를 들겠습니다. 그 집회의 인도자가 모인 사람들에게 성령을 받게 해준다고 하면서 입을 벌리고 손을 위로 벌리고 앉게 합니다. 성경에 보면 ‘네 입을 넓게 열라 그러면 내가 채우리라’고 했다는 거죠. 그리고 그는 청중에게 성령은 무의식 상태 속에서 가장 잘 들어간다고 하면서 강조를 하지요. 모두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몸을 흔들며 찬송을 시키고는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을 향하여 기합을 넣습니다.

“하나 둘 셋, 슛!”

그러면 하나둘씩 뒤로 넘어져 비명을 지르면서 떼굴떼굴 구르곤 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성령의 역사를 빙자해서 집단 최면을 통한 육감주의적 집회로 이끌어가는 잘못된 지도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연실색할 만한 이런 집회에 순진한 성도들과 분별력 없는 목회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더 놀랄 일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불

오늘날 성령의 불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못하다 보니, 종종 이런 이상한 불에 대한 가르침이 진정한 성령의 불을 대치하게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필자는 진정한 성령의 불에 대한 설명을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의 불’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그 의미는 육감적으로 느끼는 뜨거움의 차원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기도하거나 안수 받을 때 몸 전체 또는 특정 부위에 어떤 뜨거운 느낌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대개 몸의 특정 부위에 불같은 뜨거움을 느낄 때는 그 부위에 육체적 연약함이나 질병이 있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성령의 불이란 이런 육체적인 뜨거운 느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신구약을 통틀어 성경에 나타나는 불에 대한 이미지는 심판, 정결, 능력, 사랑, 열심 등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먼저 우리는 구약성경에서 오랜 동안 기대되어지던 성령의 불 사상을 접하게 됩니다.

너희는 너희 신의 이름을 부르라 나는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리니 이에 불로 응답하는 신 그가 하나님이니라 -왕상 18:24

내가 보니 그 허리 위의 모양은 단 쇠 같아서 그 속과 주위가 불 같고 내가 보니 그 허리 아래의 모양도 불 같아서..... 이는 여호와의 영광의 형상의 모양이라 -겔 1:27-28.

신약에서도 우리는 성령의 불 사상을 보게 되는데, 특히 이에 대한 구약에서의 기대가 마침내 성령의 강림과 함께 이루어지게 됨을 봅니다.

요한이 모든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물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풀거니와 나보다 능력이 많으신 이가 오시나니 나는 그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푸실 것이요 -눅 3:16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 -행 2:3

성령을 소멸하지 말며(Do not put out the Spirit's fire) -살전 5:19(NIV 성경)

우리 하나님은 소멸하는 불이심이라 -히 12:29

불세례

신약시대 이후 교회사에서는 좀 더 분명하게 성령의 불을 강조하는 운동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세기 후반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났던 부흥운동의 한 줄기 중에 불세례(baptism with fire)을 강조하는 운동이 확산되어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중서부와 남부의 시골 지역에서 이런 경향성이 강했습니다(Vinson Synan, The Holiness-Pentecostal Movement in the United States, 63). 마침내 어윈(Benjamin Hardin Irwin)은 1895년에 불세례성결연합회(Fire-Baptized Holiness Association)를 캔사스, 텍사스 그리고 오크라호마 주에 설립하였는데, 이 연합회는 현대 오순절운동이 시작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 후 파함(Charles F. Parham)이 어윈의 ‘성령과 불에 의한 세례’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때로부터 교회에서는 ‘성령의 불’ 또는 ‘불세례’와 같은 말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성경과 교회사에 나타난 성령의 불에 대한 개념을 다음 세 가지로 매우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사랑의 불(fire of love)입니다. 성령의 불은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우리 영혼 속에 불타오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정결의 불(fire of purity)입니다. 이 불은 세상과 죄악에 물들어 있는 우리의 영혼을 깨끗케 하여 하나님만을 향한 일심(一心)의 마음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셋째는 능력의 불(fire of power)입니다. 성령의 불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복음을 열매 맺는 삶을 살도록 위로부터 오는 능력으로 무장하게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몇 회에 걸쳐 성령의 불이 지닌 이 세 가지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저의 요지는 우선 잘못된 성령의 불 사상을 가려내야만 사이비 신앙으로부터 우리의 교회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드리는 또 하나의 강조점은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의 불은 참으로 실재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이 참된 성령의 불을 받아 하나님 나라를 강력하게 확장해 나가야 하겠다는 것입니다.